지향과 이념이 다르더라도 공공의 이익과 선을 위해서라면 정치권은 서로 타협하여 최선 혹은 차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국민이 선거에 참여해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이다. 직접 할 수 없으니 대신해 달라며 의원과 자치단체장들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다. 하지만 선거 때 한 표만 달라고 굽실거리던 정치인은 당선되자마자 본심은 사라지고 당의 권익과 사욕을 채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사학재단운영의 민주적인 운영과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사립학교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실현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부합한다는 점이다. 정치인들은 여야 할 것 없이 지역의 유지이자 토호세력인 사학과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으며, 사학재단의 직간접적 소유자인 경우도 적지 않다. 게다가 일명 ‘교피아’라고 불리는 교육부 관계자들의 식탐도 사학의 발전을 가로막는데 일조하고 있다. 교피아란 교육부와 마피아의 합성어로 교육부출신 고위급 관료가 퇴직후 대학으로 직행해 주요보직을 맡으며 학교의 각종 민원을 해결하고 지원금과 펀드를 유치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사립대학들은 재정난을 이유로 정부의 재정지원금을 받으면서도 운영방식은 족벌제체이며 각자 주머니 채우기에 급급하다. 교육기관으로서의 품위를 지키기는커녕 물욕에 눈이 멀어 온갖 비리를 저지르며 구성원들을 노예처럼 부리고 학생들을 등쳐먹는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립대학의 비리를 제보한 공익제보자들은 교피아들의 발 빠른 대처로 신원이 공개되어 재단으로부터 온갖 핍박을 받고 있다.

최근 국회 교육부 소속기관 국정감사 결과를 보면 사립학교의 문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행법에 대학 종합감사 의무가 규정되지 않아 개교 이래 한 번도 종합감사를 받지 않은 대학은 전체 사립대학교 중 40%에 이른다. 대부분의 사립대학들은 자체 감사전담 부서가 없으며 규모가 큰 사립대학의 경우 감사실이 있다고 해도 담당 인력은 1명에서 4명에 불과하다. 사립대·전문대 247개 법인 가운데 친인척이 근무하는 곳은 163개로 66%나 된다. 특정 업체에 일감 몰아주기나 사학재단의 친인척 부정채용 역시 고스란히 되풀이되고 있음이 밝혀졌다.

전국의 교원단체와 교수노조, 대학노조, 시민단체 등이 나서 사립대학의 비리를 폭로하고 투명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일부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사립학교의 개혁을 위한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사립대에 대한 교육부의 정기감사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교육위 소속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은 3년 주기로 대학의 종합감사를 의무화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교육부 장관이 3년마다 대학에 정기적으로 종합감사를 실시하도록 의무화하고,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는 특별감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며, 교육부 장관이 지도·감독을 위해 학교의 장에게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현행법 규정에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학교의 장이 이를 따르도록 하는 규정을 추가했다. 이는 사립대학이 멋대로 학교를 좌지우지하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경기도에도 수원대, 한세대 등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는 대학들이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비리 대학이 아니라 비리 재단, 비리 총장, 비리 보직자들이라고 불러야 한다. 한세대학교 대학노조와 교수노조는 수수방관하는 교육부에 세습 경영 체제를 굳히고 있는 한세대의 정상화를 위해 제발 종합감사를 실시해 달라며 수차례 교육부를 방문해 애걸하다시피 했다.

소크라테스는 죽음을 맞이하는 최후의 순간까지도 아테네 시민들에게 재물을 늘리는 데만 관심을 쏟을 것이 아니라 진리를 깨닫고 영혼을 돌보는 데 전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의 참뜻은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도록 학생들의 영혼을 돌보며 진리를 깨닫도록 도와주는데 있다. 그것이 바로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사명이다. 사학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이 교육의 참뜻과 철학의 기본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리 사회 깊숙이 박혀 학생들의 영혼을 갉아먹는 사학비리의 뿌리를 완전히 뽑아낼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고 실행해야 한다.

홍숙영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융합스토리텔링연구소장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