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신도시 광역교통사업비 집행… 전체 34조8천억 중 70%에 그쳐
기존 신도시 입주민 교통난 호소… 정부 3기 신도시 추진 발표 분통

 

3기 신도시 교통대책 관련, 주변 주민들의 철도 개통 요구는 2기 신도시에서 겪는 교통지옥에 기인한다. 2기 신도시 교통난은 광역교통개선대책 사업비 집행률 현황으로 증명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평택을)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2기 신도시 광역교통사업비 집행액수는 전체 34조8천177억 원 가운데 70.2%인 24조4천461억 원에 그쳤다. 신도시 입주 이후 최소 10년, 최대 20년 정도가 지난 지금까지 3분의 1 정도가 미완이다. 특히 지난해 1월(집행률 66.6%)과 비교하면 고작 3.6%밖에 오르지 않았다. 성남 판교와 화성 동탄1신도시는 사업비 집행률이 100% 쓰였고, 김포 한강의 경우 이를 넘어선 122.3%를 기록했다. 반면 파주 운정3은 8.24%, 인천 검단은 9.9%에 그쳤다. 위례와 고덕은 각각 31.3%, 동탄2는 45.5%로 절반도 안됐다.
 

지난달 30일 오전 7시30분께 서울 송파 장지동 ‘꿈에그린아파트’에서 8호선 장지역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 승객들이 꽉 차 있다. 김영운기자
지난달 30일 오전 7시30분께 서울 송파 장지동 ‘꿈에그린아파트’에서 8호선 장지역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 승객들이 꽉 차 있다. 김영운기자

◇행정절차는 지연…물가는 상승=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1999년 제정) 제11조(광역교통시설 부담금의 부과 대상)에 따라 대도시권에서 택지개발, 도시개발, 주택건설 등 사업을 시행하는 자는 광역교통시설의 건설과 개량, 광역버스운송사업 지원 등을 위한 광역교통시설 부담금을 내야 한다. 사업시행자는 부담금액을 분양대금에 반영, 실질적으로 청약대상자에게 전가한다.

신도시 입주자는 광역교통개선을 위한 부담금을 내고 입주하는데도 예비타당성조사 등 교통시설 확충을 위한 행정절차 때문에 사업은 장기간 지연되거나 실현되지 못했다. 국토부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18년 ‘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 및 수도권 광역교통망 개선방안’을 발표하며 제도 개선을 통해 입주민 재원분담사업을 신속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13년 동안 표류한 신분당선 연장사업(광교~호매실 11.1㎞ 구간)이 지난 1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는 등 성과가 있었지만, 여전히 신도시 곳곳에서 주민 원성이 끊이지 않는다.

김황배 남서울대학교 공간정보공학과 교수는 "사업시행자로부터 광역교통 개선 명목으로 부담금을 걷지만, 예비타당성조사 등 행정절차나 기관 협의로 사업추진이 지연되는 사이 물가 상승 등으로 국가 재정으로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건설비용이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민자사업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은데 통행료가 늘어나 대중교통 이용자의 부담이 가중된다"고 말했다.

 

◇2기 신도시 입주 뒤 ‘교통난’ 호소 = 지난해 국토부가 3기 신도시 조성계획을 발표하자, 고양 일산신도시연합회, 파주 운정신도시연합회, 인천 검단신도시입주자총연합회 등 1·2기 신도시 주민들은 3기 신도시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수차례 열었다. 서울 경계로부터 2㎞ 수준으로 인접한 3기 신도시의 조성은 기존 신도시 슬럼화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교통인프라 부족은 기존 신도시 쇠퇴의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첫 입주 시점부터 철도 개통까지 대부분 10년 정도 걸린다. 성남 판교는 2009년 첫 입주 이후 2년 뒤인 2011년 신분당선(강남~정자 구간)이 개통했다. 수원 광교는 2011년 처음 입주가 이뤄진 5년 뒤인 2016년 신분당선(정자~광교 구간)이 운행을 시작했다. 그나마 판교나 광교는 양호한 편이다.

파주 운정신도시는 첫 입주 14년 이후인 2023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노선이 개통될 예정이다. 실제 개통은 공사 지연 등의 이유로 국토부 발표보다 2년 더 지난 2025년 전망된다. 대화역과 운정신도시를 잇는 3호선 연장선(7㎞)이 추진되고 있지만 확정 사항은 아니다. 현재 파주시 내 경의중앙선(야당역·운정역)이 운행 중이지만, 철도역이 신도시 동쪽 경계에 치우지면서 접근성이 떨어진다.

김포 한강신도시(2011년 첫 입주)는 지난해 김포골드라인이 개통했지만, 한 번에 2량이 다니는 경량전철의 수송량이 일일 수송수요 6만 명을 감당하지 못해 혼잡률이 150%에 달한다. 시는 GTX-D노선 유치, 서울 지하철 5호선 연장 등 대안 노선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첫 입주(2014년) 뒤 6년이 지난 양주 옥정신도시 교통난도 빼놓을 수 없다. 옥정지구(706만㎡)와 회천지구(410만㎡)를 합해 1천170만㎡ 터에 16만3천여 명 거주 계획인 이곳은 판교신도시 1.2배에 달하는 규모다. 국가재정사업으로 추진되는 도봉산~옥정 7호선 연장선(15㎞) 준공이 2024년 예정됐으나, 국토부 재택근무 등 코로나19 여파로 사업비 협의 등이 지연되면서 2025년으로 미뤄졌다. 옥정지구 주민들은 첫 입주 10년 넘게 철도 개통을 기다리는 처지다.

 

◇"국토부가 자차 출근 등 떠민다"= 이승철 파주운정신도시연합회 회장은 "운정신도시는 분포 면적이 넓어 곳곳에서 서울 가기 편한 교통환경이 조성돼야 하는데 경의중앙선 역은 도시 끝에 있고 배차간격이 길어 교통불편이 해소되지 못했다"며 "교통이 불편하면 자족기능이 강화돼 도시 내 출퇴근이 이뤄져야 하는데 대책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이어 "상대적으로 소외된 경기 북부에 입지했고 교통 등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아 GTX 개통이나 3호선 연장이 가시화되기 전인 지난해까지 계속해서 집값이 하락했다"며 "정부가 제대로 신도시 정책을 추진했다면 지금과 같이 서울 집값이 천정부지로 솟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3기 신도시 조성 반대 집단행동을 이끌어 온 이현영 일산연합회 상임대표는 "기존 신도시 인프라를 확충한 뒤 다음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이 순서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옥정신도시 입주예정자인 이모(53·여)씨는 "경기 북부가 서남권보다 교통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입주를 준비하면서 심각성을 체감했다"며 "지하철 없는 동네에서 몇 년을 살아야 한다니 걱정부터 앞섰다"고 토로했다. 이어 "2023년 입주 예정인데 7호선 연장선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해서 출퇴근용으로 차량을 한 대 더 구매할 계획"이라며 "가계에 큰 부담"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조응래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중교통과 자가용 출퇴근 모두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대부분 자가용 출퇴근을 택하는 경향이 있다"며 "신설 노선을 시급히 개통하고 철도역 이용이 편하도록 집 앞과 역을 버스로 촘촘히 연계해야 수요 전환 비중이 늘어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다예·양효원·김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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