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에 지난 10월 작은 축제가 열렸다. 발달장애인 청소년들과 학부모들로 구성된 제8회 전국 발달장애인 합창대회였다. 물론 총 7개의 팀들이 각자 지역별로 모여 사전에 촬영한 합창 공연과 응원의 온라인 대회로 진행되었다. 경기도는 수원의 희망합창단이 본선에 올랐다. 지난 5년전에 창단한 희망합창단은 이 대회 본선에 벌써 3번째 도전이었다. 청소년들과 학부모들은 참여 자체에 큰 의미를 가졌지만, 합창단 단장인 필자는 좋은 결과를 기대했었다. 최종 결과는 장려상이었다.

발달장애 청소년들로 구성된 희망합창단은 2015년 수원중앙침례교회의 사회복지법인인 수원 굿윌스토아가 설립한 합창단이다. 희망합창단은 발달장애 청소년들이 단순히 취미로 노래하는 합창단은 아니다. 청소년들이 성인이 되면서 발달장애를 딛고 노래하는 것이 곧 일자리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는 합창단이다. 매년 정기적인 정기연주회 개최는 물론 다양한 기관의 초청 공연도 참여하고 있다. 희망합창단의 청소년들은 아름다운 합창을 위해 노력하면서 발달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공연을 통해 이웃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전달하는 합창단으로 성장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이란 지적장애와 자폐성 장애인을 포함하여 발달이 크게 지연되어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사람들을 말한다. 2018년 통계를 보면 전국적으로 발달장애인은 22만 6천 명(지적장애 20만 1천 명, 자폐성장애 2만 6천명) 정도다. 이중 성인이 75%(17만 명), 영유아 및 아동이 21%(4만7천 명), 65세 이상이 4%(9천 명)로 구성된다. 통계적으로 우리나라 장애인중에서 지체장애인은 지속적으로 감소되는 반면, 발달장애는 점차 증가 추세에 있다.

장애인 실태조사에 의하면 전체 장애인의 34%가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데 반해, 발달장애인은 80%가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실정은 아직도 발달장애에 대한 법적·행정적·사회적·경제적 지원이 열악한 실정이다. 청소년 시절까지는 정규 학교의 돌봄을 받을 수 있지만, 학령기를 마치고 성인으로 전환하는 순간 사회적 존재로서 역할 정립에 실패해 대부분 가정에 머무르게 된다. 성인으로 자란 발달장애인은 현실적인 돌봄의 책임은 대부분 부모 특히 어머니 몫으로 돌아간다. 따라서 장애인 부모들은 점차 그들의 장애인 자녀들이 성장해감에 따라, 그리고 그 자신들의 연령이 증가해 감에 따라 장차 부모 사후에 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불안해하고 있다. 가중된 부모들의 불안은 장애 자녀를 살해하거나 동반 자살을 시도하는 등 극단적인 비극을 겪기도 한다.

장애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라는 어려움 보다 더 어려움은 학령기를 마치고 성인으로 전환하는 발달장애인들에게 일자리가 없다는 점이다. 일자리는 생계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이바지하고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며 자신을 개발할 수 있는 수단이다. 삶에 있어서 일자리는 발달장애인들에게도 별반 다르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 장애인 취업 고용률은 약 35% 내외인 반면, 발달장애인은 약 20% 정도 수준이다. 성인인 된 발달장애인이 직업을 유지하고 성공하는 것은 철학적인 관점뿐만 아니라 사회통합의 관점에서도 정의로운 일이다.

그런 측면에서 수원 희망합창단은 발달장애인 청소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운영한다는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아직은 사회구성원으로서 인정을 받고 이웃에게 삶의 희망을 주는 정도의 수준이라 진정한 일자리 모델로서는 초기 수준이다. 그러나 지혜를 발휘할 수도 있다. 제도적으로 학령기 이후 발달장애 청소년 자립성 향상을 위한 지원사업을 정부가 추진한다면 가능하다. 희망합창단과 같이 자립성 향상을 위한 지원사업을 제도화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시대는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포용도시 시대이다. 누구나 삶의 존엄성을 회복하는 차원에서 함께 살아가야 한다.

이재준 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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