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장애는 어떤 사람의 심리적 독특성이 그의 사회적·직업적 역할을 매우 손상시킬 정도로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성격장애가 있더라도 감정적·지적·지각적 기능을 수행할 수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서 조현병과 같은 약물로 증상이 완화될 수 있는 질병인 것은 아니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성격장애자들은 가족이나 친지들에 의하여서는 성격에의 특이성이 감지될 수는 있으나, 본인이 스스로에 대하여 치료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갖지 않는다.

다양한 성격장애 중 그래도 결국 외부로부터 개입이 일어날 가능성이 많은 것은 바로 반사회성 성격장애이다. 이것은 주로 공동체의 질서를 어기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를 습관적으로 계속하는 것이 특징이다. 주변인들에 대한 이해심이 없으며 자기주장만을 중요시 여기기에 직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 장기적인 안목이 부족하고 당장의 이익이나 쾌락만을 추구하기에 주로 법률적인 한계를 넘어서게 된다. 심각한 범죄의 50% 이상을 이런 사람들이 저지르게 되는데, 이들은 습관적인 범죄뿐만 아니라 성적 문란함, 약물중독 또는 알코올 중독 등의 경향성을 지닌다. 사회적인 규율이 느슨할수록 이들의 문제행동가능성은 심화되는데, 아마도 화성연쇄살인이 발생하였던 당시를 생각한다면 어떻게 반사회적인 행동습벽이 사법기관에 의하여 제재되지 않은 채 연쇄범죄 등으로 진화되는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이 같은 성격적인 문제들이 왜 발생하는지에 대하여서는 아직 확정된 결론은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성격적인 문제는 꼭 환경적 요인에 의하여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유전적 요인과도 깊은 관련성을 지녔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최근에 보고되는 반사회성 인격장애의 하위유형이 사이코패스들의 경우 전전두엽과 변연계의 기능을 포함한 신경계의 활성화 수준이 아주 어릴 때부터 개인차를 보인다는 사실들이 확인되고 있다. 다만 후천적으로 이 같은 핸디캡을 어느 정도 회복시켜 줄 수 있는 풍부한 자극들이 주어진다면 개선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성격이라는 것이 워낙 어릴 때부터 성인기 초기에 이르기까지 서서히 그리고는 고정되고 영구적으로 형성이 되는 것이어서, 쉽게 변화시킬 수 있다고 확언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성격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치료법은 여러 가지 행동요법과 정신치료를 병행하는 것이라고 알려진다. 급성 증상에 대하여서는 간혹 약물투여가 효과를 보이기도 하나 의학적인 치료로 반사회성 성격장애를 완치시켰다는 문헌은 보고된 바 없다.

성격장애의 발생에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무엇보다도 부모와의 애착관계인 것으로 보인다. 인간은 출생 후 3,4개월 되었을 때부터 자신을 돌보는 사람에게 반응한다. 미소, 옹알이를 하며 자신을 돌보는 사람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거나 배고프거나, 위험을 느끼고 불안감을 가졌을 때 자신에게 주의를 집중시켜 보호를 받는다. 영국 심리학자 볼비(John Bowlby)는 주 양육자와의 애착관계가 유아의 생존, 나아가 성격의 형성에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하였다. 어릴 때부터 안정적인 애착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게 되면 이후 사랑과 동정심이 부족하고 반항하는 반사회적인 성격으로 성장한다고 보고하였다.

이 같은 발달심리학 분야의 연구결과들은 비록 유전적인 소양을 미리 갖고 태어난다손 치더라도 어릴 때의 양육 환경이 매우 중요할 수 있으며 그중에서도 모친과 같은 주 양육자와의 관계의 질이 인간의 심성에 지대한 영향을 주게 된다는 진리를 다시 깨닫게 만든다. 흉악범들의 행각이 어디서 유래한 것인지 고민할 때마다 그들의 유전자 구조보다는 어릴 시절 그들이 성장한 배경에 더 관심을 둘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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