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짜리 전세살아도 기초수급 제외, 대도시 1억 · 중소 6억8천만원 기준탓… 특례시땐 한도 상향 수급대상 확대
정부공모도 경기도 재가없이 신청 가능… 도시재정비 촉진 결정권 등 부여

#수원시 팔달구에 사는 34세 한모씨. 건설현장 일용직 노동자로 근무하던 그는 지난해 빙판길에서 낙상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팔에 영구장애를 입어 경제활동이 불가능해졌다.

중졸에 별다른 기술도 없던 그는 막막한 심정에 기초생활수급자 지정 신청을 했지만, 친척들에게 돈을 빌려 마련한 1억 원짜리 전세 투룸이 주거용 재산 한도액을 넘어서며 발목을 잡혔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다달이 나가는 돈이 아깝더라도 월세로 살 걸" 지난해 기초수급자 신청을 위해 찾은 행정복지센터 공무원에게 듣기론 서울시나 인천시 같은 특별시, 광역시는 주거용 재산이 1억2천만 원까지는 인정되지만, 수원시는 안 된다고 하더라. 억울한 노릇이지만, 당장 이사갈 돈도 마련하기 쉽지 않다.

주린 배를 부여잡고 끼니를 때우려 찬장을 열어봐도 보이는건 텅빈 라면봉지 뿐. 긴급지원이라도 받기 위해 다시 행정복지센터에 찾아간 그에게 들린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다. "선생님 이제 수원특례시가 되면서 선생님도 기초생활수급자 지정이 가능해졌어요. 어서 서류 준비해서 오세요."
 

10일 오전 수원시청에 인구 100만 대도시를 특례시로 지정하는 내용 등을 담은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를 환영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
10일 오전 수원시청에 인구 100만 대도시를 특례시로 지정하는 내용 등을 담은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를 환영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

2022년 1월 출범하는 수원특례시 미래를 그려본 가상현실이다. 지난 9일 국회에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면서 인구 100만 명 이상 대도시인 수원시·고양시·용인시·창원시가 특례시를 향한 첫 단추를 뀄다.

특례시 명칭이 부여된 이들 지자체는 광역시에 준하는 인구수와 경제규모를 갖췄지만, 기초자치단체라는 한계에 묶여 많은 부분에서 역차별을 당해왔다.

가장 대표적 역차별 사례가 기초생활수급자 주거용 재산 한도액이다. 현행법상 수급자 주거용 재산 한도액은 특별시와 광역시 등 대도시는 1억2천만 원, 중소도시(기초자치단체)는 9천만 원, 농어촌도시(군 포함)는 5천200만 원으로 차등화돼 있다.

아직 100만 특례시에 대한 행·재정적 특례를 부여하는 구체적 시행령은 윤곽을 나타내지 않았지만, 이처럼 차등화된 복지수혜 기준이 가장 먼저 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공모사업 유치에서도 특례시 자체 신청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행 정부 공모사업은 신청자격을 대부분 광역자치단체로 한정하고 있다. 기초단체는 도시 특성에 맞는 공모사업을 유치하려 해도, 광역단체의 재가를 거쳐야만 가능한 실정이다. 인구수와 경제규모로 광역시급에 준하는 특례시의 경우 정부 공모사업 신청자격도 부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인구 100만에 가까운 대도시에 ‘정령지정도시’라는 특례를 부여해 도도부현(광역단체) 권한의 80~90%에 달하는 자치권을 부여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도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 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100만 이상 대도시에 도시재정비 촉진지구 지정 및 재정비 촉진 계획 결정권, 도시관리계획 결정권, 50층 이하 건축물 허가 권한 등 20개 사무에 대한 특례를 부여하고 있지만 광역시 행정권한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4개 특례시 관계자들은 "앞으로 1년간 행정안전부와 협의를 통해 특례시가 가질 행정권한이 구체화될 예정"이라며 "특례시라는 명칭에 걸맞는 권한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영민·김현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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