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중부일보는 경기도의 아름다운 사찰들을 ‘과거’와 ‘현재’ 두 가지 관점에서 살펴봤다.

‘과거’에서는 전통 사찰을 학술적으로 접근해 살펴봤다. 경기도 내 104개의 사찰 중 문화재를 보유 하고 있는 사찰 19개를 추려 확인해 보고 이를 설명하며 사찰의 과거를 훑었다.

‘현재’에서는 이 아름다운 사찰들의 지금의 모습을 확인하고 관광지로서의 미(美)를 찾아보는 과정을 거쳤다.

올해 집중 조명했던 19개 사찰들을 다시한번 살펴보고 되새겨보고자 전문가들이 다시한번 자리에 모였다.

한편 이번 좌담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방역 수칙을 지키기 위해 비대면 및 서면으로 진행됐다.
 

(왼쪽부터)임석규 재단법인 불교 조계종 불교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실장 · 유근자 동국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 초빙교수 · 주수완 우석대학교 글로벌외식경영학과 문화경영전공 조교수 · 도윤수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문화재연구소 전임연구원 · 유승혜 여행작가
(왼쪽부터)임석규 재단법인 불교 조계종 불교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실장 · 유근자 동국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 초빙교수 · 주수완 우석대학교 글로벌외식경영학과 문화경영전공 조교수 · 도윤수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문화재연구소 전임연구원 · 유승혜 여행작가

좌담회 참여자

임석규 재단법인 불교 조계종 불교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실장

유근자 동국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 초빙교수

주수완 우석대학교 글로벌외식경영학과 문화경영전공 조교수

도윤수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문화재연구소 전임연구원

유승혜 여행작가

 

봉선사
봉선사

▶지난해 19개의 사찰을 두가지 관점에서 살펴봤다. 학술적 관점에서 인상적인 사찰은 어디인가?
임석규 실장 = 학술적으로 보자면 연재의 첫 번째를 장식했던 화성 용주사가 있다. 용주사는 왕위에 오르지 못하고 뒤주에 갇힌 채 죽임을 당한 아버지 사도세자를 추모하기 위해 정조가 발원하여 건립한 사찰로 잘 알려져 있다. 즉 3대에 걸친 애증의 실타래를 부처님의 자비심에 의지해 풀어보려는 정조임금의 애틋한 마음이 잘 남아있다는 면에서 지금도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는 사찰이라고 생각한다.

주수완 교수 = 용주사가 학술적으로 접근한다면 여러 가지 살펴볼것이 많다고 본다. 용주사 대웅보전의 삼세불도는 김홍도와 연관하여 많은 논쟁의 중심에 선 불화이고, 그 작품성도 독특하며 뛰어난 뿐만 아니라, 그밖에 대웅보전 자체의 건축적 아름다움과 용주사 동종 등 중요한 문화재가 다수 봉안되어 있어 많은 공부가 되는 사찰이었다.

유근자 교수 = 남양주의 수종사도 빼놓을수 없다. 수종사는 서울에서 한강을 따라 강원도, 경기도, 충청도 등지로 유람을 떠났던 조선시대 인들에게 하나의 등대 역할을 했던 곳이다. 특히 조선후기 정다산 선생이 어렸을 적 글을 읽던 곳이기도 하다. 조선시대 문인들이 이곳을 찾아 시회(時晦)를 갖기도 했습니다. 수종사는 조선시대 불교와 유교가 만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도윤수 교수 = 학술적인 면에서 봤을때 안성 칠장사도 고려시대부터 현대까지 역사의 흔적을 찾는 재미가 있다. 서울·경기지역에서 고려시대 국사비가 절터가 아닌 사찰에 있는 곳은 이곳 칠장사가 유일하다.

10세기 인물인 혜소국사사의 비가 건립되었을 당시의 칠장사 모습은 국사비와 함께 여러 건물의 기단과 초석 등에서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

 

광릉수목원
광릉수목원

▶관광지로서의 사찰을 추천한다면?
유근자 교수 = 남양주 봉선사를 꼽고 싶다. 주변의 경관이 좋고 광릉수목원도 있다. 조선시대 사찰, 왕릉, 자연 경관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관광 명소라는 생각한다. 같은 남양주의 수종사도 문인들이 시회를 가질 정도로 경치가 참 좋은곳이다. 17세기까지 왕실의 원찰로서, 수려한 경관을 가진 사찰로서, 문인들이 즐겨 찾던 곳이기도 하다.

주수완 교수 = 남양주 봉선사는 광릉수목원 외에도 많은 먹거리, 볼거리가 주변에 풍부한데다 접근성도 좋아 추천할 만한 사찰이라고 생각한다. 여유있게 사찰을 거닐며 풍광을 즐기기에도 적합하고, 또한 도심에서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다는 점에서 여행지로 우선적으로 추천한다.
 

임석규 실장 = 보광사로 가는 길목에서 맛봤던 ‘송추 평양면옥’의 물냉면 때문에라도 이곳을 추천하고 싶다. 소고기와 꿩고기를 우려낸 육수에 동치미 국물을 더한 냉면 맛은 추운 겨울이 되니 더욱 생각이 난다.

도윤수 교수 = 남양주 흥국사를 추천한다. 흥국사는 조선후기 왕실의 후원을 바탕으로 중창한 곳이다. 흥국사의 입지는 인근의 덕릉 정확히 말하면 덕흥대원군묘가 있기 때문에 정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덕흥대원군묘와 흥국사가 위치한 수락산은 서울 인근 가까운 산행코스로 익히 알려진 곳이다. 특히 경기도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한 계곡의 정비로 이전보다 한껏 쾌적해진 산행길의 한 지점으로 남양주 흥국사와 덕릉을 추천하고 싶다.
 

유승혜 작가 = 여행지로서 추천할만한 사찰 두 곳을 꼽는다면 수종사와 회암사다. 수종사 산신각 앞에서 조망하는 도량과 두물머리 일대의 풍경은 경기도뿐 아니라 전국에서 손에 꼽히는 사찰 절경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며 다실(茶室) 삼정헌은 차를 마시며 두물머리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낭만적 장소이자 초의선사와 다산 정약용에 얽힌 옛 이야기를 더듬어 볼 수 있는 역사적 공간이기도 하다.

회암사는 절터, 사찰, 산, 박물관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자연과 역사의 복합단지다. 각 장소는 우리 사찰 문화의 과거, 현재, 미래를 상징하기도 한다. 드넓은 회암사지에서는 과거 절의 위상을 상상하고 천보산 골짜기에 묻힌 듯 아늑한 오늘날의 회암사에서는 현재의 나 자신을 바라보며 마음을 수련하고 평온을 얻는다. 마지막으로 회암사지박물관은 회암사지 출토 유물의 전시 공간을 넘어 문화재의 가치를 귀하게 여기고 후세에 전승하는 미래의 공간이다. 전체를 둘러보는 데에는 짧아도 반나절이 걸린다. 여유가 있다면 회암사 템플스테이를 통해 1박 2일간 머물며 찬찬히 둘러보길 추천하는 사찰이다.

 

수종사에서 바라본 두물머리
수종사에서 바라본 두물머리

▶해외랑 비교하자면 우리나라의 사찰은 어떤 특징이 있나?
유승혜 작가 =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본에도 ‘슈쿠보’라 해서 사찰 숙식이 가능한 사찰들이 있지만 국내 템플스테이에 비해 체험거리가 적고 단지 사찰 안에 있을 뿐 일반 료칸에서 머문다는 느낌이 강하다.

오가는 사람 잡지 않는 우리나라의 절은 그 자체로도 개방적인 공간이지만, 건물 자체가 자연에 동화되어 있으니 사람들 역시 산을 오르내리듯 절을 오가는데 주저함이 없다. 템플스테이가 대중에게 크게 호응을 얻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자연을 십분 만끽하면서 동시에 강요받지 않고 불교문화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어 이제 템플스테이는 국내여행을 대표하는 하나의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임석규 실장 =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2020년 6월 제 42차 회의에서 경남 양주 통도사, 경북 영주 부석사, 충북 보은 법주사, 전남 해남 대흥사, 경북 안동 봉정사, 충남 공주 마곡사, 전남 순천 선암사 등 사찰 7곳을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등재 명칭은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 이다. 이 사찰들은 창건(7~9세기) 이후 1천년 넘게 신앙과 수도ㆍ생활기능을 유지하며 불교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종합 승원이란 점이 ‘탁월한 보편적 기준(OUV : Outstanding Universal Value)’을 갖췄다고 평가받은 것이다. 즉, 같은 공간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며 선불교의 특징인 참선수행과 교리 학습을 지속적으로 하는 전통을 지금까지도 잘 계승하고 있는 점이 바로 다른 나라의 불교와 다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도윤수 교수 =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자면, 무엇보다도 민중 신앙과 호국불교(왕실의 축원 등)이 공존하고 있고, 이것이 그대로 사찰 문화재의 한 측면이 되었다는 점이지 않을 까 생각한다.

산신각과 독성각, 칠성각은 모든 사찰이 가지고 있는 구조인데, 모든 사찰이 공통적으로 조성한다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장소로 여긴다는 뜻이기도 하다. 산신각 등은 불교 고유의 신앙이라기 보다는 토속적인 민간 신앙이 불교와 결합하여 생겨는 것이다. 민중을 기반으로 한 사찰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곳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대규모 불사는 지배계층의 축원을 통해 진행하는 모습이 보이고 이를 통해 주불전 등을 중창하고 있다. 경제적 부담에 따른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지만, 민중의 신앙적 기반과 지배층의 축원을 동시에 추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지해온 사찰의 모습은 우리나라 불교의 역사를 단적으로 대변하는 면이라 생각한다.

유근자 교수 = 앞서 언급했듯 우리나라 사찰은 일본과 비교했을 때 개방성에 가장 큰 특징이 있다. 승려들의 수행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찰의 예배(신앙) 공간은 개방적이다. 일본의 경우 10세기 이후에는 법당 안의 구조는 존상을 봉안한 구역과 참배객이 참배하는 공간이 구분되어 있다.

주수완 교수 = 중국이나 일본의 사찰은 법당에서 예불을 드리고 나올 수는 있지만, 우리나라의 사찰처럼 바닥에 앉아서 참선이나 명상을 할 수 있는 조건은 잘 갖추어져 있지 않은 것 같다. 어쩌면 중국·일본의 사찰은 의례에 초점이 맞춰 있다면 우리나라의 사찰은 명상에 더 무게를 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런 점에서 태국의 사찰들은 우리나라의 사찰들처럼 내국인이나 외국인, 혹은 관광객도 잠시 법당에 들려 자연스럽게 참선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잘 조성이 되어 있는 편인데, 우리나라의 관광객이나 불자도 이 좋은 명상의 공간을 적극 활용하면서 쉼의 시간을 가져보셨으면 좋을 것 같다.

▶이번 기획 취재 진행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주수완 교수 = 남양주 견성암을 다루면서 풍양 조씨 가문에 대해 깊게 공부하게 됐다. 조선말의 세도정치로 벼락출세한 가문처럼 알려져 있지만, 이미 고려 창건에 깊이 관여하여 명문가로 성장한 역사 깊은 내력을 지닌 가문으로서 그러한 명성이 조선말까지 이어진다는 것은 대단한 전통이라고 새삼 느끼게 됐다. 그런데 최근 시작한 ‘철인왕후’에서 풍양조씨 가문이 그려지고 있는데, 풍양조씨 가문에서 역사왜곡이라며 드라마를 비판한다는 기사를 읽고 비록 재미를 위해 만든 드라마이기는 하지만, 과연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유근자 교수 = 남양주 수종사 취재를 위해 사찰을 찾았다가 진입로 공사로 돌아 가던 중 정약용 생가와 기념관을 찾게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수종사와 정약용과의 관계를 글 속에서만 접하다가 직접 생가와 묘소를 갈수 있게 됐다.

유승혜 작가 = 북한산 중흥사에서의 하룻밤이 기억에 남는다. 중흥사는 19세기 초 화재, 홍수 등으로 전각이 다 소실되어 과거의 명성은 확인할 길 없이 최근 지은 서너 채의 전각이 전부인 작은 사찰이다. 북한산 중턱에 있다 보니 이번 취재 사찰 중 유일하게 자동차가 도량까지 진입할 수 없는 절이기도 했다. 취재는 1시간이면 충분했지만 올라온 걸음이 아까워 아예 절에서 하룻밤을 잤다. 스님 한 분 계시는 깊은 산속 아담한 절에서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는 것 자체도 인상적이었다. 중흥사 템플스테이의 만족도는 굉장히 높았다. 템플스테이 방사도 최근에 지은 건물이라 머무는데 불편함이 없었고 오로지 자연의 소리만 들리는 산사에서 고립이 아닌 자유로움을 느꼈다. 중흥사를 조망하는 최고의 명당 천해대(天海坮)에 앉아 했던 명상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임석규 실장 = 경기도의 사찰에서 진행하고 있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들을 찾아보다가 북한산 중흥사에서 하고 있는 ‘책 읽는 템플스테이’에 대해 알게 되었다. 11월 28일 ‘김중식 시인과의 만남’ 행사에 참여하여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시를 읽고, 시인과 대화를 나누는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중부일보의 기획연재가 아니었다면 이런 호사를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 기획에서 아쉬웠던 점과 발전방향에 대해
도윤수 교수 = 여러 사찰을 각 분야의 전문가가 한 사찰씩 맡아 소개하다 보니 사찰의 여러 면을 골고루 소개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소개한 사찰 중에서도 남양주 흥국사의 경우 조선후기 불화의 산실로 중요한 곳이지만, 전공의 특성과 지식의 한계로 이에 대해 다루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 또 다른 분이 소개한 사찰의 경우 정말 중요한 건물에 대한 이야기가 빠진 것 같아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모든 사찰에 대해서는 어렵더라도 몇몇 사찰의 경우 이문 배경, 건축, 불상, 불화 등 다방면을 여러 사람이 같이 다뤄 깊이를 더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든다.

유승혜 작가 = 여행지로서 경기도 사찰의 매력에 대해 새삼 확인하게 된 계기였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인파 밀집·밀폐 장소는 피해야하는 시기에, 수도권 사찰 기행은 언택트 여행의 새로운 대안으로도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다음에도 경기도 사찰 관련 기획을 한다면 특출 난 성보문화재가 있는 사찰, 오래된 보호목이 있는 사찰, 진입로가 아름다운 사찰, 템플스테이가 운영되는 사찰 식으로 좀더 디테일한 테마를 잡아도 좋을 것 같다.

임석규 실장 = 올 해 기획은 현재 운영되고 있는 사찰만을 소개했는데, 내년에도 계속한다면 절터를 함께 소개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탑이나 석등 같은 석조 문화재가 남아 있음에도 돌보는 이 없이 방치된 절터를 소개함으로써 그 절터의 역사적 가치를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마련된다면 상당히 의미있는 시도가 될 것이다.

주수완 교수 = 경기도에는 훌륭한 사찰 뿐만 아니라 절터, 마애불, 그밖에 홀로 서있는 쓸쓸한 불상, 불탑에 이르기까지 많은 문화재들이 즐비한 곳이다. 사찰연재에 이어 이러한 불교문화재들도 다루어 본다면 좋을것 같다.

유근자 교수 = 이번 기획은 인문학적 소양과 관광을 겸비한 기획이었으나 코로나 19로 관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많이 아쉬웠다. 다음 기획은 기회가 된다면 경기도 지역에 소재한 왕실의 원찰과 양반가의 원찰인 재암(齋庵)에 대한 시리즈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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