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시작된 지난 2020년은 온통 불확실성의 시기였다. 특히 교육현장은 난생처음 ‘온라인 개학’ 상황을 맞아 익숙한 대면 수업 대신 온라인 쌍방향 수업 등 새로운 교육환경에 적응해야 했다.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경기도교육청은 학생 감염을 막는 일을 우선 대책으로 세우고, 급변하는 상황에 맞춰 대응해갔다. 그리고 새롭게 맞은 2021년. 여전히 코로나19가 쉬이 사그라들 것으로 보이진 않지만 ‘위기는 또 다른 기회’라는 말처럼 도교육청은 이제 단순히 코로나 상황에 대응하는 것만이 아닌 변화된 교육환경을 발판 삼아 학교라는 공간이 아닌, 학생이 중심이 될 수 있는 ‘미래 교육’으로의 전환을 노리겠단 계획이다. 경기교육의 수장인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코로나 정국을 넘어서 그리고 있는 경기미래교육은 과연 어떠한 모습인지, 그 이야기를 한 번 들어봤다. 출입기자단과 이 교육감과의 이번 인터뷰는 온·오프라인 병행 방식으로 진행됐다.
 

-코로나19로 스마트 교육(원격수업)이 앞당겨졌다. 올 한 해 운영 평가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지난 4월 9일 중3, 고3 학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온라인 수업이 시작됐다. 학교를 올 수 없다 보니 생겨난 변화다. 처음엔 실시간 쌍방향 원격수업 6.9%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9월엔 79.3%로 늘었다. EBS 교재나 기존 콘텐츠를 링크해서 많이 쓰던 것도 9월 10일 기준 자체 콘텐츠 제작이 초등학교 88%, 중학교는 91.5% 고등학교는 86.7%로 좋아지기도 했다. 원격수업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국에서 선도학교 정하는 데 전국 495개교 중 367개 학교 즉 74%가 경기도이기도 했다. 전문적 학습공동체 중심으로 교사 협업, 열정으로 이런 위기를 넘어간 것 같다. 다만, 수업 집중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원격수업과 대면 수업은 방법론이 달라야 한다. 대면 수업 그대로 비디오로 보내면 안 된다. 이는 준비가 덜 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원격수업은 학생이 주도해 풀어나가는 프로젝트 수업이 돼야 참여를 유인하고 논의해 가는 과정을 만들 수 있는데 처음에는 기기나 플랫폼, 무선 인프라 구축 등의 문제로 이를 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기초학력 부족 학생 등에 대한 맞춤형 지도 방식 역시 고민 점이다. 방과 후라도 따로 교육할 수 있도록 시간을 내고 연결을 시도해나가는 것도 방안일 것 같다."

-코로나19 상황 속 온라인 수업이 주가 되어 이뤄지다 보니 아이들의 다양한 실습, 체험활동의 기회가 줄어들었다. 내년 상황도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 속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이런 체험활동 등을 어떻게 다양화해갈 것인가.
"코로나19 여파로 주로 대면 활동으로 이뤄지는 체험활동의 전환점 마련이 필요한 한 해였다. 이에 도교육청은 교과와 연계한 주제 선택 활동 비중을 높이고 동아리 활동, 예술 체육활동, 진로 탐색 활동 전 영역에서 온라인 원격수업으로 전환하는 등 대체 방안을 모색했다. 온라인 병행 시대 공동체성 함양 방안 정책연구도 진행했는데, 연구에서 위축된 체험활동 활성화, 체험활동과 에듀테크 접목 확대, 새로운 형태의 체험활동 운영 방안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시사점도 얻었다. 이 같은 의견을 종합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다양한 체험활동 운영으로 프로젝트 중심의 소규모 체험학습과 VR 등 가상체험 프로그램 개발, 구글 클래스와 줌 등 에듀테크를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체험활동을 운영할 방침이다. 최대한 아이들의 의견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며, 8대 분야 체험학습 종합지원 온라인 플랫폼인 ‘경기교육통통’에 분야별, 지역별 체험정보를 실어 테마형 체험학습 프로그램과 정보 공유, 학생과 함께 체험학습을 설계하는 체제를 마련해 나가겠다."

 

-‘초등돌봄 업무의 지자체 이관’ 문제와 관련해 돌봄 전담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돌봄은 어느 한 기관의 책임이 아닌 국가, 자치단체, 교육청, 학교 등 모든 기관과 종사자들이 함께 해결해야 할 공동의 정책이다. 돌봄을 무조건 지자체로 이관한다는 것도 아니다. 그동안 돌봄과 관련해 다변화하자는 얘기를 했다. 마을·가정·사회단체·학교 등 다양한 돌봄을 만들고 부모가 선택하게 하자는 것이다. 지금은 학교에 돌봄을 하는데 교사들은 전문가가 아니다. 관련해 훈련을 받은 바도 없다. 학교 시설을 활용하더라도 돌봄 전문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걸 말하고 싶다. 이미 도내 지역에서 학교와 지역이 함께하는 돌봄이 만들어지고 있다. 구리 동인초, 구리시가 동인초 다 함께 돌봄센터를 만들어가고 있다. 사회적기업을 활용하는 방식도 있다. 양평 조현초·의정부 고산초처럼 학교 시설을 활용할 수도 있고, 포천·시흥·김포·구리남양주·연천처럼 학교 밖 마을 시설을 중심으로 돌봄을 운영할 수도 있다. 이런 모든 사례를 가지고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해 돌봄 방식을 확대해 가보자는 것이다. 이런 것을 왜 반대하는지는 이해하지 못하겠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은 안전하고 행복하게 돌보는 것이다. 결국 돌봄 문제는 사회적 과제이자 학교 과제다. 돌봄 전담사 개인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게 좋은 방법으로 풀어갈 것이다."

-최근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 법제화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이에 대한 교육감의 생각은?
"경기도교육청 역시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줄이는 것이 목표다. 문제는 학생 한 명을 감축하기 위해 3년간 도내 초등학교는 1천468학급이 늘어나야 하고, 중학교는 1천213학급이 늘어나야 한다. 교원도 당연히 늘어나야 하고 교실 증축도 필요하다. 이런 걸 모두 계산해보면 초등학교의 경우 2천108억, 중학교는 1천78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학급당 학생 1명 감축할 때도 예산 확보와 인력확보 등 보통 문제가 아니다. 법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이에 따른 부대 상황에 대한 것도 법으로 같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 줄어드는 데 교사 늘린다’라는 말만 하는 기획재정부가 정신을 차리고 봐야 한다. 특히 경기도는 유입인구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개발에 따른 입주, 주민등록인구 통계자료 등을 통해 학생 수 추계를 내봤을 때 오는 2023년 초등 학령인구도 올해 대비 8.6%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중학교의 경우 14%까지 늘어난다. 전문가들과 협의기구를 만들어 경기도의 구체적인 안을 만들어 교육재정에 대한 새로운 안을 하나 제안해보고자 한다."

-조직개편 어떻게 진행되나.
"대원칙은 교육청 슬림화, 모든 것을 학교중심으로 바꾼다이다. 우선, 고등학교 사무가 교육지원청으로 내려가고 인력 역시 간다. 그동안 초중은 지원청, 고등은 교육청이 맡다 보니 일관성이 없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지자체와 교육협력사업을 원활히 하기 위해 교육지원청을 규모에 따라 3국 체제로 운영한다. 미래국을 신설하며 기존 교수학습국과 경영지원국을 각각 교육국, 행정국으로 명칭을 바꾼다. 제일 중요한 변화는 감사관실이다. 이제까지 교육지원청 감사팀이 운영지원과에 소속돼있었는데 이를 교육장 직속으로 둘 방침이다. 본청 감사관 조직은 기존 3개 과 11명에서 2개 과 54명으로 줄어든다. 대신 교육지원청 감사전담조직을 신설해 국단위 5~6명, 과단위 3~5명을 만들어 지원청은 예방감사 역할, 다른 지원청은 감사를 하는 교차 감사 체제를 만들 방침이다."
 

-임기 후반기 역점정책은 무엇이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미래 교육 어떻게 이끌어 나갈 예정인가.
"1년 반 정도가 남았다. 앞으로 중요하게 추진해나갈 정책은 고교학점제다. 미래 교육은 학교라는 공간을 벗어나 학생이 가진 상상의 공간까지 나아가야 한다. 수업은 집 안·밖 상관없이 이뤄지며 교사의 일방적인 가르침이 아닌 학생의 실제 참여로 만들어가는 것으로 변화할 것이다. 이에 2021년에는 도내 전체 고등학교의 85%, 2022년에는 모든 고등학교를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로 지정해 2025년 전국에서 전면 시행하는 고교학점제에 선제 대비할 계획이다. 다양한 교육과정과 과목으로 각 교과는 물론 융복합교육을 통해서 주제 중심의 프로젝트 수업, 토의토론 학습, 온·오프라인 연계 혼합 학습 등 학생 참여형 수업과 과정 중심평가도 상시 이뤄질 것이다. 고교학점제는 그야말로 교육 혁신, 개혁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이제 지식의 전달에 그치는 시대는 끝났다. 아이들에게 동기를 만들어 주고 격려하며 동행하는 교육이 돼야 한다. 도교육청은 스스로 학습을 선택하고 다양한 교사를 만나며 학생 개개인의 고유하고 특별한 가치를 살려 자신만이 지닌 결대로 기르는 교육으로 존엄한 인간, 정의로운 사회, 평화로운 미래를 열어가겠다."

변근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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