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7일 정부는 전기요금 개편을 발표했다. 전기요금을 연료비와 연동하겠다는 것이 첫 번째이고, 기후 환경비용을 별도의 요금으로 고지하겠다는 것이 두 번째다. 이렇게 세분화된 기후 환경비용이 가구당 평균 1,850원이고, 1월부터 소비자들의 전기요금 고지서에 별도의 항목으로 표시된다.

LNG 요금은 이미 연동제가 시행되고 있어서 국제 유가 변동에 따른 LNG 가격의 등락에 따라 오르고 내리고 있지만, 전기는 그렇지 않았다. 국내 물가안정이라는 다른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 특히 물가 당국이 전기요금을 강하게 통제했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은 세금이 아니라, 전기라는 물품 또는 서비스의 사용에 대한 대가이기 때문에 전기를 생산하는 원가가 요금으로 보상되어야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하지만, 당연히 반영되어야 할 원료비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못하다 보니, 봉지라면이 끓인 라면보다 비싼 이상한 결과가 나타났다.

원료비 연동제를 시행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세금으로 한국전력의 손실을 보전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연동제의 도입은 옳다. 다만, 향후 전기요금의 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듯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은 잘못되었다. 지난해 코로나로 인해 국제유가가 급락했고, 이에 따라 2021년 초에는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낮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2020년 후반기 국제유가는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50달러를 넘어섰다. 2020년 4월의 21.44달러보다 두 배 이상 올랐고, 지속적으로 유가가 오른다면 2021년 2분기 이후부터는 정도의 문제를 떠나 전기요금은 인상된다.

청와대를 포함한 정부 관료들이 에너지전환을 하더라도 전기요금은 오르지 않는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이를 쉽게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은 오를 수 있다고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연동제에 따른 요금인상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수용성이 높을 수 있지만, 환경비용의 구분과 부담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기 어려울 수 있다. 에너지전환에 따르는 전기요금 인상이 급격하거나, 과하다면 향후 대선이나 지방선거에서 뜨거운 쟁점이 될 것이고, 탈원전·탈석탄 정책의 현실성, 신재생에너지 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르는 국민적 부담 증가, 전력 공급의 안정성 훼손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요구될 수밖에 없다.

지난 대통령선거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심판이 중심이었고, 에너지 전환 여부에 대한 국민적 합의에 이른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다가오는 2022년 대선은 코로나 시대 이후의 국가적 미래와 에너지 전환 문제가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선언에 따라 에너지 전환비용이 추가되고, 온실가스 관련 비용들이 포함된다면 기후 환경요금은 뜨거운 감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새해 4인 가족의 주택용 전기요금(350kWh 사용기준) 고지서에 별도로 표시된 1천850원의 기후환경 요금이 새롭게 부과되는 것은 아니다. 기존 전기요금 고지서에 이미 포함되어 있던 것을 따로 떼어 고지하고 있을 뿐이다. 표시만 구체화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기후 환경요금에는 신재생에너지 의무이행 비용(RPS),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비용(ETS),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시행 등에 따른 석탄발전 감축비용 등이 포함된다. 1월에 반영되는 기후 환경요금은 1kWh당 총 5.3원으로, RPS 4.5원/kWh, ETS 0.5원/kWh, 석탄발전 감축비용 0.3원/kWh 등이다. 4인 가족 기준(주택용 350kWh) 월 1천850원, 산업·일반용(9.2MWh) 기준 월 4만8천 원이다.

한편, 기후 환경비용을 이런 식으로 요금으로 모두 전가하면 한전과 발전사들은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되고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게 된다. 비용을 전가하는 것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 여기에 환경급전이라는 애매한 전기요금 산정방식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면 전기요금은 더 오를 수밖에 없다. 얼마나 오르느냐만 남았다.

정부는 나날이 증가하는 기후 환경비용을 소비자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소비자들은 누구보다 전기를 절약하고 있으며 환경위험 또한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우리의 산업구조와 경쟁력 그리고 일자리는 애써 모른 척하면서, 전기요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달콤한 말이 더 문제다.

류권홍 원광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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