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만에 지방자치법 개정은 기존 관(官) 중심 행정을 민(民) 중심으로 변화시켰다는 데 높은 평가를 받지만, 한 가지 측면에서 반쪽자리 개정이라는 지적도 뒤따른다.

현재 시범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주민자치회의 법적 근거를 담은 조항이 국회 입법 과정에서 삭제됐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에 의거 2013년 행정안전부 시범사업으로 시작된 주민자치회는 관 중심 행정권한이 민간으로 넘어온 대표적 사례다.

주민자치회 기능은 크게 주민생활과 연관되는 읍·면·동 행정사무 협의, 자치회관 운영 등 주민 권리제한 또는 의무부과와 관련되지 않는 읍·면·동 행정사무 수탁, 주민총회·마을계획·소식지 발간 등 자치활동의 민주적 의사결정과정 수행, 주민참여예산 사업 제안 등이 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주민생활과 연관된 행정기능을 주민들이 스스로 결정하는 기구인 것이다.

이 주민자치회는 지난해 6월 기준 전국 626개 읍·면·동에서 시행되고 있다.

정부는 주민자치회를 전국 읍·면·동에 확대보급하기 위해 이번 법 개정안에 행정·재정적 지원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조항을 포함시켰지만, 국회 논의과정에서 끝내 삭제됐다.

김순은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장은 주민자치회 조항 삭제 배경에 대해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주민자치는 자발적으로 한다는 견해가 깔리지 않았나 싶다"고 내다봤다.

이번 주민자치회 조항 삭제를 두고 전국 자치분권론자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염태영 수원시장 겸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해 12월 10일 라디오 출연에서 "(주민자치회는)정부입법안에 들어가 있던 것인데 아마 야당에서 조직이 정치적 색깔이 있는 것으로 오해를 하셔서 이것이 삭제됐다"면서 "주민자치권 강화를 위한 이런 내용들이 별도의 논의를 거쳐서 반드시 제 모습을 찾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를 중심으로도 주민자치회 삭제를 규탄하는 연대성명과 함께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다만 각계의 주민자치회 조항 부활 요구가 거센만큼 조만간 법제화 논의가 다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순은 위원장은 "어떤 법에 담길지는 논의가 필요하지만, 조만간 법 개정이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있다"고 말했다.

황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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