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유품정리와 웰다잉(well-dying). 이 두 단어의 전자는 생소하지만 ‘잘 죽는 것’ 즉, 평안하고 의미있는 죽음이라고 할 수 있다. 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서는 이에 대한 준비, 또 하나 정리가 필요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근자에 웰다잉 문화조성을 위해 대한웰다잉협회 등 전문 단체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 일부 광역자치단체에서는 조례를 제정해 뒷받침하고 있음을 볼 때 사회에 얼마나 필요하고 가치있는 일인지를 알 수 있다. 필자는 평생의 공직을 마치고 행정봉사의 일환으로 생활유품정리업에 관여하고 있는데 ‘사단법인 웰다잉시민운동’ 사무국을 소개받고 뜻밖에 경기도 근무 때 뵀던 고위인사를 만나게 됐다.

이 단체는 유수의 각계 각층 지도자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특히 공동대표로 업무를 총괄하는 분이 원혜영 전 국회의원이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성공한 기업인에서 민선 부천시장을 두 번이나 역임하셨고 무엇보다 5선의 정치인이었기 때문이다. 사회봉사의 신념으로 새 문화 시민운동에 앞장서는 개혁적 마인드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 감사와 존경을 표하고 싶다. 소탈한 성품을 갖고 계심을 익히 알고있는 바이나 시대정서에 부응하는 가치있는 시민운동을 알리고자 조심스레 존함을 거론하게 되었다.

오늘날의 시민운동은 과거 정부주도의 집단화 형태와는 달리 SNS나 실시간 방송 등 다양한 개성의 양방향 소통으로 현대인들의 공감과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어쩌면 장도의 길이겠지만 요원의 불길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된다. 왜냐하면 대다수의 필요는 의외적인 자발성을 낳기 때문이다.

웰다잉시민운동을 간략히 소개하면,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를 위한 실천과제로 육체적 생명의 아름다운 마무리, 사회적 관계의 아름다운 마무리, 정신적·물질적 유산의 아름다운 마무리 등 세 가지에 덕목을 두고 문화조성과 인프라 구축, 제도개선 사업을 펼쳐가고 있다. 인상적인 것은 언젠가 맞이할 임종의 순간, 체면치레의 무의미한 연명의료로 본인은 물론 가족에게도 고통을 덜고 힘들지 않도록 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캠페인’과 조문 시 고인의 발자취를 글과 사진으로 살펴보면서 유족과 슬픔을 함께할 수 있도록 소형 리플렛으로 제작된 ‘조문보’(弔問報)를 문상객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새로운 장례문화로 조문의 취지를 살릴 뿐 아니라 자손들에게는 교육적으로도 값어치 있는 일이다.

무엇보다 "생전 유품정리는 웰다잉의 한 축으로 연계된다"고 하신 원 전 의원의 고견은 큰 보람이며 협회장으로서 이 시민운동에 적극 공감하게 된 소중한 계기가 됐다.‘유산의 아름다운 마무리’에 ‘유품사전정리’가 있는데 이는 큰 틀에서의 정신적·물질적 유산으로 한국 유품정리관리협회의 주요사업인 ‘생전생활유품정리’도 같은 관점에서 한 부분이 되고 있다. 고인이 쓰던 가전제품, 가구류 등 생활용품을 민간노인복지시설과 취약계층에게 기부하는 것은 재활용과 봉사의 고귀함이 있기 때문이다.

2006년 초고령사회인 일본은 이미 생활유품정리업이 행정적 제도화로 유품정리사가 신 직업군으로 활성화돼 유족에게 편의 제공은 물론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반면, 2018년 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는 생활유품정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안타깝게도 매우 부족한 상황에 있다. 협회는 우선사업으로 장례관련 단체, 장례전문언론 등과 공조해 ‘생활유품관리사’ 직종의 민간자격등록 과제를 지난 11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신청, 보건복지부에서 관할되도록 추진중에 있다.

앞으로 웰다잉시민운동이 범국민적 차원에서 반듯하게 정착돼 모두가 당면하게 될 죽음도 삶의 일부분이라는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이를 아름답게 준비하고 정리하는 문화조성가 조성되길 염원한다. 또 한국유품정리관리협회의 생활유품관리사 등록이 속히 인증돼 장례산업 발전과 일자리 확산에 기여하고 웰다잉시민운동에 동행할 수 있기를 간절하게 소망해 본다.

오영학 한국유품정리관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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