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여성회·평복연대·함박복지관,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도시락 배달

7일 인천여성회연수지부와 연수평화복지회 봉사자들이 다문화가정,인천고려인문화원 돌봄 아이들에게 도시락 택배를 배달하고 있다. 정선식기자
7일 인천여성회연수지부와 연수평화복지회 봉사자들이 다문화가정,인천고려인문화원 돌봄 아이들에게 도시락 택배를 배달하고 있다. 정선식기자

‘저벅저벅-저벅저벅-저벅저벅’ 눈을 밟아

‘탁-탁-탁-탁-탁-탁-탁-탁’ 빌라 계단 20개를 밟아 2층까지 오른다.

‘찰칵’ 택배상자를 문 앞에 내려놓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똑똑똑’ 노크와 함께 빌라를 빠져나온다.

아이에게 사진 전송. ‘맛있게 먹어요’ 메세지도 남겼다.

택배상자 안에는 아이들이 먹을 음식이 담긴 도시락이 들어있었다.

7일 오전 11시께 인천 연수구의 한 빌라에 도시락을 전달한 장수진 인천여성회연수지부장은 또 다른 아이에게 도시락을 전하기 위해 최현호 연수평화복지연대 회원과 함께 차량으로 이동한다.

차량에 내려서는 전날 퇴근시간대부터 내려 이날 쌓인 눈으로 길이 미끄러워 발을 조심스럽게 내디뎌야 했고, 이 시간 온도는 영하 13도였다.

인천여성회연수지부와 연수평화복지연대, 함박복지관 등 세 단체는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올해 1월 말까지 일주일에 두 차례 이 지역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도시락 택배상자를 배달한다.

아이들은 방학 때 학교에 나오지 않아 집에 머물러야 하는데, 이들의 부모가 아침 일찍 일을 하러 나가 밤 늦게 집에 들어오기 때문에 음식을 챙겨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점심 한 끼 만이라도 균형잡힌 식사를 해야 한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세 단체는 아이들이 음식을 제공받는 것을 이웃주민이 알 경우 창피한 마음이 생겨 거부감이 들 수 있기 때문에 봉사자들은 택배물품을 전달하는 것처럼 박스에 도시락을 넣어 아이들에게 전달한다.

도시락을 받는 아이들은 이 지역 내 한 중학교 학생들과 다문화가정 자녀, 인천고려인문화원에서 돌봄을 받는 아이들이다.

이 같은 아이디어는 도시락을 배달받는 중학생들이 다니는 학교 교장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장 지부장은 "아이들이 학교에 나오면 그나마 점심 한 끼를 챙겨먹을 수 있는데 방학 때는 음식을 먹기 힘들다"며 "교장선생님이 ‘아이들이 방학 때 무너진다’고 표현할 정도로 아이들의 돌봄상황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반찬 등을 지원받는 것을 티 나지 않게 해야 하기 때문에 택배박스로 전달하고 있다"며 "이같이 좋은 일에 돈을 기부해주시는 분이 있어서 그 돈으로 음식을 사서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도시락 전달은 5명이 두 개조로 나눠서 한 시간여 만에 마쳤다.

도시락은 택배상자 20개와 봉지 20개에 넣어 전달됐는데, 인천고려인문화원은 도시락 봉지 10개를 받았다.

박봉수 인천고려인문화원 공동대표는 "함박마을에는 49%가 외국에서 온 이주민이고 51%가 내국인으로, 서로 문화가 다르고 언어소통이 잘 안돼 갈등을 빚고 있다"며 "지난해 코로나로 고려인이 더 많이 실직돼 이 가정 아이들은 학교에서 받는 스트레스에 더해 가정에서 방치된 상태"라고 전했다.

박 공동대표는 "도시락을 지원받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지만, 민간이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천고려인문화원에는 10명의 아이들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한계점이 있다"며 "민간이 아닌 정부나 지자체에서 주도적으로 아이들을 돌보는 체계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백승재기자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