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소비의 기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세계를 뒤흔든 지난해, 경기도 친환경농가들에게 찾아온 작지만 소중한 기적이다.

갑작스럽게 닥친 전염병에 학교 급식자재를 납품하던 친환경농가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등교가 중단되니 급식도 중단되고, 애지중지 키운 농산물들이 갈 곳을 잃었기 때문이다.

염가에 팔려고 해도 상품성이나 유통마진 등 여러모로 남는 것도 없다. 그냥 갈아엎고 내년을 기약하는 수밖에.

그때 친환경농가들에게 손을 내민 곳은 경기도의 한 공공기관. 처음에는 딸기였다. 친환경농가 딸기 공동구매는 각 기관에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가 9.5톤 판매량을 기록했다.

딸기 공동구매가 성공하자 생각의 폭을 더 넓혀 친환경농산물 꾸러미를 만들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홍보에 나섰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준비한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7천183개가 2시간 만에 완판됐다. 당초 1주일동안 팔려고 준비한 물량이 2시간 만에 동났다. 이후 2차, 3차 꾸러미도 완판을 기록하며 또다시 사고는 확장된다.

코로나19 검사도 차에서 하는데, 친환경농산물도 차에서 팔아보자. 경기도내 6개 시·군에서 드라이브 스루 직판장을 열었다. 322톤을 팔아 15억 원을 벌었다.

비록 친환경농가 전체 매출소득을 보전하지는 못했지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위기 속에 가능성을 엿본 것만으로 기적이 아닐까.

친환경농가들과 착한소비의 기적을 만든 기관이 이제는 어촌으로도 눈을 돌린다. 1월 1일자로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이 경기도농수산진흥원으로 이름을 바꾸면서다.

어촌에서는 어떤 기적이 만들어질까. 연대의 기적을 꿈꾸는 강위원 초대 경기도농수산진흥원장을 만났다.

 

-기관명이 바뀌면서 업무변화도 예상된다
"수산물과 어업분야 지원으로 업무가 확대됐다. 기존 경기도 우수농산물 인증인 ‘G마크’ 인증 외에도 명품 수산물 인증인 ‘G+ Fish’의 사후관리도 맡게 된다. ‘G+ Fish’ 인증은 도내 양식장을 대상으로 하는 생산관리를 통해 안전한 수산물 출하를 보장하는 인증 사업이다. 수산물 인증사업이 포함되면서 저희 진흥원의 주 목표인 건강한 먹거리 정책 지원 기능이 한층 더 강화됐다고 보시면 된다. 아울러 도내 귀농인뿐만 아니라 귀어인들의 안정적인 어촌 정착 지원을 위한 프로그램도 실행할 예정이다. 이밖에 기존 도에서 진행하던 수산, 어업 관련 위탁사업들도 순연해서 기관에 편제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진행 중이다. 가장 큰 목표는 어촌 공동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접근성을 찾는 것이다. 구체적인 사업들과 조직구성은 올해 안에 정리할 계획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상황 속 많은 성과를 남기셨다. 그중 기억 남는 사례는
"사실 성과라고 얘기하기도 민망하다. 여러 소득을 남기긴 했지만, 경기도에 있는 농촌이 겪은 피해에 비하면 언 발에 오줌 눈 격이나 다름 없어 무력감을 느꼈다. 특히 우리 직원들의 경우 작년 한 해는 그간 해왔던 일이 아니라 전혀 경험도 없던 일들을 매순간 맞닥뜨리면서 신규사업을 발굴하고 정면대응하는 어쩌면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을 것이다. 위기가 단일 건수로 끝나는게 아니라 계속 이어지는 그 암담함이 아직도 생생하다. 다만 우리가 촌음을 다퉈서 환경적 도전에 임하며 남은 것은 앞으로 어떤 재난이 발생할 때 매뉴얼화된 시스템으로 집중 대응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작년 성과를 딱 짚어 얘기하자면 딸기 공동구매로 시작해서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드라이브-스루 직판장 등 많은 실험적 도전 끝에 다다른 것이 밀키트였다. 구운감자.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감염병이 반복될 것이라는 전제 아래 온라인 플랫폼 구축 필요성이 대두됐다. 그러면 그 플랫폼에서 주력상품은 신선농산품이 아닌 밀키트가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예산도 없고 경험도 없었다. 여러 위험부담을 감내한 끝에 개발한게 친환경 간편식 구운감자였고, 호응은 놀라울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올해는 이 밀키트를 구운감자 뿐만 아니라, 밥, 국, 찬거리 등 여러 종류로 개발하려고 한다. 또 경기도가 만든 공공배달앱 배달특급과 연계한 여러 프로젝트도 구상 중이다."

-공공기관이 해보지 않은 새로운 사업 도전이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직원들 사기 관리는 어떻게 했나
"그 부분이 참 어려웠다. 혁신, 개혁 이런 것들은 구호에 불과하지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불가능하더라. 중요한 것은 직원들이 사명감을 갖게 하는 것이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이 일이 얼마나 사회적 가치를 지니는지 확인시켜주면 인간의 잠재역량은 폭발하게 된다. 이것이 일종의 자존감이다. 작년 한 해는 그간 우리가 해왔던 일들에 대한 사회적 확인을 하는 시간이었다. 공동구매를 처음 해보고 반응을 느끼고, 직접 기부도 해보면서 느끼게 된다. 직원 전부는 아니더라도 10명 중 3명 정도, 과장하자면 절반 정도는 자기확인의 과정이 있었던 것 같다. 집에 늦게 가고 일은 힘든데 보람이 있다. 이런 긍정적 자존감의 확산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올해 농촌기본소득 시행을 앞두고 있다. 방식이 결정됐는지
"농촌기본소득은 농촌주민들의 경제적 자유와 행복을 위해 소득자산이나 노동의 의무 없이 무존건적으로, 모두에게, 개별적으로 현금(지역화폐)을 지급하는 사회적 실험이다. 지난 농촌기본소득실험 연구용역 최종보고회 때 5가지 안이 나왔다. 월 10만 원, 15만 원, 20만 원, 30만 원, 50만 원 이렇게. 현재 우리 기관에서는 이 용역 결과를 존중하되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최종 검토하고 있다. 이 농촌기본소득이 단순히 경기도내 실험이 아니라, 전세계가 주목하는 지역단위 사회실험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세계 학계에서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방식을 도출하기 위해 실험방식, 대상지역 결정방법, 액수 등 주요 쟁점사항을 1월 중 정리하려고 한다. 이어 4월부터는 마을 조사에 들어가서 적어도 올해 안에는 기본소득 지급이 가능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목표다. 지역선정 방식과 지급규모도 학문적 엄밀성에 기초해서 하려고 한다. 본격 시행에 앞서 경기도의회 심의절차도 남았지만, 산업적 접근으로서의 농업을 넘어 공동체적 접근으로 농촌을 택했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의화니 시민사회 거부감은 낮은 것 같다. 앞으로 의회와 시민사회와 소통을 강화해 세계사적 실험이 불통과 갈등 때문에 지연되거나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기관명을 새롭게 출발하며 경기도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한국 농업정책이 가야할 여러가지 방향성 중에 하나가 기후재난이라고 본다. 만성화된 기후위기 시대에서 생태적 접근이 강화돼야하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가 친환경농업의 보편적 확산이다. 고탄소 농업에서 탄소제로 농업으로 가는 과정에 경기도가 친환경 농업과 먹거리, 친환경적 삶의 방식들의 근거지이자 대표적 선진지가 됐으면 한다. 그래서 우리 진흥원도 친환경농업부를 신설했다. 지금 이런 여러 고민들과 함께 진흥원은 앞으로도 농어민들의 곁을 지키는 가슴 뜨거운 손발이자, 도민들이 이구동성 신뢰하는 농정실행과 먹거리전략 책임기관이 되고 싶다. 어떤 일이 있어도 끝까지, 농어업 농어촌 농어민들의 존엄을 대변하는 우애와 협동의 공동체로 나아가겠다."

황영민기자
사진=김영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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