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점유하지 않은 시장에서 성장해 독보적인 위치를 선점하는 게 목표입니다"

개발자로 근무하던 안정적인 직장에서 나와 자신만의 기업을 만든 유장석(44) ㈜썸잇 대표의 말이다. 수술로봇, 휴대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개발자로 일했던 유 대표는 자신의 강점을 살려 2016년 헬스케어분야 개발업체 썸잇을 설립하고 연매출 상승곡선을 그리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년 전부터는 ODM 제조방식으로 전환하며 더욱 큰 성과를 내는 중이다. ODM이란 생산자가 개발부터 제조까지 도맡아 유통업체에 완제품을 제공하는 생산방식을 의미한다. 18년 차 개발자라는 경력을 가졌지만 늘 도전을 택하며 살아온 유 대표의 여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렇지만 나무보다는 숲을 본다는 유 대표는 더욱 큰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하리라는 확신으로 가득 차있다.
 

유장석 주식회사 썸잇 대표가 스마트 보청기, 마스크 살균 보관함 등 직접 개발·제조한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주식회사썸잇
유장석 주식회사 썸잇 대표가 스마트 보청기, 마스크 살균 보관함 등 직접 개발·제조한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주식회사썸잇

◇스타트업과 공생하는 스타트업이라는 경쟁력= 국내 중소기업,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한 생태에서는 제조와 개발이 양분화 돼있다. 대기업만큼의 인력, 자본 등이 구축돼있지 않은 탓이다.

유 대표 또한 창업 초기에는 개발만을 맡았다. 주문받은 제품에 대한 밑그림을 그린 뒤 생산업체를 찾아 연결해주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애로사항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설계했을 때와는 다른 결과물이 나온다거나, 제조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생했을 때의 즉각적인 케어가 어렵다는 점이었다.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이 특정 제품에 대해 소량만을 필요로 할 때 대량생산인 제조업체의 원칙과는 맞지 않는다는 불편함도 있었다. 이에 유 대표는 창업 3년 만에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제조까지 직접 도맡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그러자 제조 기간도 1년 이상에서 6개월로 단축됐다.

유 대표는 "주 고객층이 이제 막 창업을 시작한 스타트업인지라 본인만의 혁신적인 모델을 시험 삼아 소량만 제조하는 경우가 많다"며 "제조기업은 주로 대량생산을 하기 때문에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걸 알았고 우리는 그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썸잇을 거쳐 탄생한 제품들은 스마트 보청기부터 운동기구, 마스크 살균 보관함 등 다양하다. 스마트 보청기의 경우 양산화까지 성공했다.

아이디어부터 제조까지 모두 썸잇 구성원을 통해 탄생한 자사 제품 또한 있다. ‘어부바’라는 이름의 운동기구다. 2인이 등을 맞대고 허리운동을 하는 데서 착안했다. 유 대표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제품으로 시초가 한국이라는 걸 알리기 위해 어부바 라는 이름을 지었다"며 "일본과 수출 계약을 마쳤으나 코로나 탓에 진행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략적 제휴를 통한 성장 모색… 기업의 핵심 동력= 유 대표는 기업을 고객으로 삼는 경영자인 만큼 전략적 제휴 관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업화 의지가 강한 곳에 대해서는 개발, 디자인 등에 대한 비용을 받지 않는 것이다. 현재 썸잇은 고객사 중 70~80%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다. 그래서인지 영업이익은 크지 않은 편이지만, 설립연도(2016년) 연매출 1억5천만 원에서 지난해 20억 원을 기록하며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많아 어려움을 겪는다고. 유 대표는 "30곳이 넘는 회사를 경험했지만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곳은 7~8곳밖에 되지 않았다"며 "개발 도중에 연락을 끊는 경우도 비일비재해 가급적이면 소개를 받고 능력을 갖춘 기업과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는 방향으로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썸잇은 기업의 규모, 인력 등이 넉넉하지 않아 생산 가능한 물량이 제한적이다. 때문에 제휴를 맺은 고객사에서 많은 물량을 필요로 할 경우 유 대표는 대량생산이 가능한 제조기업을 소개해준다. 더불어 제조 과정에서 쌓인 다양한 노하우를 가이드라인에 녹여 제시하고 업체에 대한 사후관리를 지속하는 방식으로 고객사와의 관계를 이어간다.

유 대표는 올해 연매출로 30억 원을 예측하면서도 성장 여부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그는 "작년 코로나의 여파로 실력 있고 좋은 소규모 기업이 잇따라 도산했다"며 "올해는 매출 감소 또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반적으로 산업이 침체해 내실 있는 기업들이 위태로운 상황인 만큼 정부에서 지속적인 지원을 해줘야 이러한 기업들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원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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