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 15년만에 이달 중 개통 예고… 무단횡단방지펜스 등 설치 완료
기존아파트 주민들 청와대 국민청원

안산시 해양동의 도로 모습. 사진=중부일보DB
안산시 해양동의 도로 모습. 사진=중부일보DB

15년간 사실상 폐도로로 방치된 ‘안산 해양1로’의 늑장개통(중부일보 2020년 9월 8일 18·19면 보도 등)을 두고 인근 ‘P’아파트 주민들이 또다시 반발하고 나서면서 그동안 불편을 감수해 왔던 시민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P아파트 6·7·9 단지 주민들은 이 도로가 초등학교와 중학교 정문 앞에 위치해 개통 시 아이들의 안전이 우려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반면 이 도로 개통을 손꼽아 기다려 온 시민들은 ‘지역이기주의’일 뿐이라고 비난한다.

3일 오전 찾은 화성 송산신도시 ‘N’2차 아파트 정문. 이곳에서 만난 권모(64)씨는 "차를 타고 안산 상록구 해양동으로 가려면 한참 돌아가야 해 속이 터진다"며 "멀쩡한 도로를 본인들 입맛에 맞게 쓰려고 하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곳에서부터 해양동행정복지센터까지 차량으로 이동하니 10분이 소요됐다. ‘해양1로’만 이용해도 기껏해야 3분 내로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어렵사리 도착한 안산 상록구 사동 해양1로. 폐쇄 구간은 여전히 바리케이드로 막혀 있었지만, 풍경은 예전과 달랐다. 페인트가 군데군데 벗겨졌던 무채색의 신호등은 노란색 페인트가 입혀졌고, 횡단보도와 어린이보호구역은 재도색됐다.

또 전엔 찾아볼 수 없던 무단횡단 방지펜스와 과속단속카메라가 곳곳에 설치돼 있었다. 해양1로 개통으로 정문 앞까지 차량들이 통행하게 되는 청석초등학교 학생들을 위한 조치로 보인다.

청석초 한 관계자는 "(해양1로 개통 논란이) 오래된 갈등이기도 하고, 인근 대규모 아파트도 들어서고 있어 개통을 더는 미룰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P아파트 단지 분위기는 달랐다. 출입로마다 ‘주민동의 없는 수변공원 폐도로 개통 결사반대’, ‘지역구 주민 기만하는 기관장·정치인 선거로 심판하자!’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P아파트 9단지 주민 정모(68·여)씨는 "손녀가 청석초 2학년생인데, 신호등 없이 다니던 학교를 갑자기 왕복 6차선 횡단보도를 건너가야 하니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도로를 막고도 15년 동안 잘살았는데 이제 와 뚫는다고 사정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안산시 상록구 해양동 주민들을 살펴봐 주십시오’라는 청원글이 올라와 이날 오후 6시 현재 900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앞서 안산시는 지난달 말께 소음과 안전 등을 우려하는 P아파트 주민 민원 탓에 15년 동안 개통하지 못한 해당 구간(535m)을 이달 중 개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인근 7천여 가구 규모의 ‘X’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며 교통량이 급격히 늘어난 데다 해양1로의 경우 시가 관리하는 ‘시도’로서, 폐쇄할 명분이 더는 없어서다.

시 관계자는 "아이들의 안전 및 해양1로의 산업도로화를 우려하는 주민 민원을 고려해 어린이보호구역 내 과속단속카메라 추가 설치와 화물자동차(4.5t 이상) 통행 제한을 협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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