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신문을 펼쳐 헤드라인을 훑는다. 자녀 초등학교 배정을 위한 위장 전입이 문제된 고위 공직자 뉴스에서 맹모삼천지교가 또 떠오른다. 주민등록법 위반을 두둔하려는 것이 절대 아니다. 불법을 관행으로 만드는 이 나라의 교육열이 안타까우면서도, 그게 어찌할 수 없는 부모 마음인가 싶어 착잡하다. 이어 눈에 들어온 것은 소멸 위기 지자체에 관한 뉴스. 혹시나 싶었는데 역시나. 동두천은 제발 없기를 바랐건만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어느 시인은 말했지만, 동두천에겐 지금 겨울이 더 잔인한 듯하다. 2017년 이래 지금까지 동두천 인구가 가장 많이 줄어든 시기는 매년 1월~3월 사이였다. 10만 고지 코앞에서 꺾임으로 돌아선 후 9만5천 선을 뚫고 급전직하 중인 동두천 인구 그래프는 특히 연초에 가파른 내리막 양상을 보인다.

‘저출산·고령화·인구감소’라는 3단 옆차기가 나라 전체를 난타하기 시작한지도 꽤 되었다. 두들겨 맞으면서 버텨왔지만 매에는 장사 없는 법. 결국 대한민국이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더 많은 데드크로스(dead cross)에 진입했다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 새해 벽두를 장식했다. 이제 위기가 아닌 현실이다.

째깍째깍, 지자체 소멸이라는 시한폭탄 앞에서 시·군들은 저마다 각자도생에 전력을 쏟고 있다. 범국가적 정책의 한계 때문만이 아니다. 거스를 수 없는 저출산·고령화 흐름은 인구 문제를 제로섬 게임으로 만들어 버렸다. 사람보다 수가 적은 의자에 누가 먼저 앉느냐.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살벌한 의자 뺏기 게임, 아니 사람 뺏기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급기야 소멸위기 지자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동두천의 인구 지표들은 죄다 회색빛이다. 고령화 비율은 결국 작년에 20%를 넘어서 초고령사회가 되었고, 합계출산율은 전국 평균에도 못 미치는 0.85명 수준이다. 초중고 학령 인구수는 최근 6년 동안 매년 평균 450명이 줄고 있으며, 생산 가능 인구 100명당 돌봐야 하는 노년 인구의 비율은 경기도에서 5번째로 높다. 이대로 가면 동두천은 역사 속 옛 지명이 되고 만다.

답을 구하려면 원인을 찾아야 한다. 앞서 살폈던 동두천 인구 그래프는 신학기 시작에 맞물려 인구가 급감함을 보여준다. 7월~9월의 감소폭이 1월~3월 다음이라는 것은,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봄, 가을 학기 시작에 맞춘 아이들 전학으로 인한 전출이 시 인구 감소의 제1요인인 것이다. 결국 원인이자 열쇠는 ‘교육’이다.

결코 바람직한 모델은 아니지만, 인구 전쟁 전략 수립은 소위 ‘강남 불패’ 신화를 들여다보는 것에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 강남 불패 신화의 시작은 대치동 학원가로 대표되는 교육이었다. 맹자의 어머니까지 짐을 싸게 만든 교육은 집값을 춤추게 하고 지자체의 사활을 좌우하는 인구 문제의 변수, 아니 상수(常數)가 되어버렸다. 그 현실을 직시하고 그에 맞춘 전략을 세워야 한다.

몇몇 지자체의 억대 출산장려금 정책이 실패로 돌아간 것도 바로 교육 때문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출생신고 후 장려금만 타먹고 아이가 입학할 때가 되면 슬그머니 빠져나간 ‘먹튀’들을 욕할 게 아니다. 부부가 정주(定住)할 뜻을 굳히게 만드는 최고의 유인인 도시 교육환경 조성이 전략의 핵심 포인트다.

쉽지 않은 전쟁이기에 그 전략을 짜는 것도 만만치 않음은 분명하다. ‘손자병법’ 시계편(始計篇)의 다산승, 소산불승(多算勝, 少算不勝)을 명심하자. 전쟁의 승패는 얼마나 많이 생각하고 치밀하게 계산했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 데드크로스 진입과 함께 대한민국 지자체들의 치열한 인구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이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의 시작, 동두천 교육 건설 설계도 앞에 모두가 모여 머리를 맞대야 한다.

필자 주) 이 원고의 집필 시점과 중부일보 게재 시점 사이 시간 간격이 상당합니다. 때문에, 이 기고문에는 ‘2021년 1월 동두천시 인구 증가’에 관한 설명이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최근 동두천시 인구의 증가세 전환을 환영하며, 이것이 향후 지속적인 인구 유입의 신호탄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아울러, 시 인구 증가를 위한 노력에 필자의 소견이 작게나마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정문영 동두천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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