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석 전 인천발전연구원장이 지방자치 재출범 30년을 맞아 인천경제의 30년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정선식 기자
이인석 전 인천발전연구원장이 지방자치 재출범 30년을 맞아 인천경제의 30년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정선식 기자

올해는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불리는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0년이 되는 해이다. 1949년 제정된 지방자치법에 따라 1952년 지방의회가 구성되고 중단된 후 우여곡절 끝에 1991년 지방의회 선거가 실시되면서 지방자치가 재출범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중부일보는 분야별 전문가들로부터 인천의 ‘함께 온 30년, 함께 할 30년’에 대한 길을 묻는다.

이인석(78)전 인천연구원장에게 인천은 제2의 고향이다. 7살 때 피난 온 그는 초·중·고를 인천에서 나왔고, 2000년부터 5년간 인천발전연구원장을 역임했다. 2006년 인천상공회의소 상근 부회장, 2010년까지는 인천대 석좌교수로 근무하는 등 누구보다 인천을 많이 안다고 할수 있다. 지난 30년 인천경제가 ‘빛과 그림자’를 남겼다고 돌아본 그는 시민들의 땀과 눈물로 얻은 교훈이 헛되지 않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속가능한 성장과 고용창출, 이를 통해 부민(富民)의 문을 여는 것이 핵심이다.

"지방자치 30년은 거대한 조류들이 몰고 온 파고를 헤쳐나오는 ‘도전의 역사’였습니다."

이 전 원장은 1990년대 초 우리나라에 지방화와 세계화, 두 조류가 동시에 상륙했다고 설명했다.

지방의회의 부활과 단체장 직선제 등 지방화와 함께 자본과 노동, 기술의 국경이 사라지는 글로벌 경제시대가 열렸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고 시장을 개방하면서 외환위기라는 대가를 치렀다. 그 첫 희생이 인천에서 발생했다.

그는 "경기은행 퇴출은 인천이 겪었던 가장 큰 시련"이라며 "인천의 모든 자금회전이 서울을 중심으로 돌아가게 됐다. 여파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희생은 자기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는 ‘지역주권의식’이 더욱 강해지게 된 계기가 됐다.

그는 "민선 1기가 경제자유구역의 모태인 송도 매립을 시작한다. 당시 인천시가 내건 것은 동북아시대의 대비였다"며 "지역 리더가 스스로 결단을 내리는 프론티어 정신을 발휘한 것"이라고 말했다.

2000년대 들어 인천은 대대적인 인프라 현대화와 확충 등이 이뤄진다.

이 전 원장은 "인천국제공항이 개항하고, 서해안고속도로가 개통된다. 월미관광특구가 지정되고 신항 개발계획도 수립된다"며 "경제자유구역 지정과 인천대교 개통 등 10년 간 이 정도로 번화한 도시가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인천 스스로 송도 매립을 추진한 1990년대와는 달리 국가 경제성장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정부가 인천의 지리적 특색을 이용한 것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송도, 청라, 영종 등 경제자유구역의 조성과 그 성과가 2010년대 이후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원장은 "경제자유구역은 인천이 주도하고 정부가 뒤따르는 전형적인 중앙과 지방의 분권 모델"이라며 "외국기업 유치를 통해 신성장동력 산업 확충과 산업 구조 개편 등이 기대됐다"고 말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그는 인천경제가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근거는 지역내총생산(GRDP)다.

"인천의 GRDP는 1991년 5.3%에서 2017년 4.7%로 0.6%p 하락하는데, 서울 등 다른 지역보다 하락폭이 작았다"며 "30년 간 균등한 성장을 한 것은 인천의 가장 큰 특색이다. 제조업이 버팀목 역할을 해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경제성장보다 더 중요한 것을 놓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제성장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얼마나 기여를 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전 원장은 "2010년부터 인천경제가 불안정해지면서 두 현상이 일어난다"며 "성장을 이루긴 했지만 내부적으로 3%대 저성장과 고실업이 지속됐다. 빛과 그림자를 같이 남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공항, 항만 등 기반시설들을 다 갖추고도 정작 지역사회 발전에 활용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인천도 이 시설들을 지역경제 발전에 활용하기 위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진단이다.

이 전 원장은 "인천공항의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인천이 받아들이지 못했다. 인천항도 인천과는 거의 분리돼 있다"며 "국가시설을 지역발전에 어떻게 활용할지 정부와 인천이 충분히 논의하지 않은 탓"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천항이나 부평·주안산업단지 일대를 주택단지가 둘러싸고 있는 현상을 국가시설 운영과 도시정책이 충돌한 사례들로 꼽았다.

항만 배후에 있어야 할 야적지에는 주택단지가 조성돼 스스로 숨통을 막았고, 산업단지 주변에 주택단지가 조성돼 기업환경과 주거환경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이 전 원장은 "경제성장의 중추역할을 하는 시설들인데도 도시정책과 계속 부딪히고 있는 셈이다. 인천의 경제성장을 더디게 한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경제자유구역 역시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성장산업을 육성하기에는 최대 관건인 외국인 투자 유치가 부진했다"며 "경제자유구역에서 나오는 경제력이 인천을 끌고 가기에는 태부족"이라고 덧붙였다.

그래서 이 전 원장은 2015년 인천시가 발표한 물류·관광 등 8대 전략산업 중장기 육성 방안을 주목한다. 경제자유구역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인천의 발전계획을 인천 전 지역으로 광역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물류는 공항과 항만이 있는 데다, 관광자원도 곳곳에 있기 때문에 인천 스스로도 육성할 수 있는 산업들"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전 원장은 관광자원을 인천경제 발전의 자원으로 활용하려면 지리적 위치를 넘어 ‘장소의 경제학’을 함께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색 있는 장소를 관광·상업지구로 조성해야 한다. 내항 8부두 등 문화적인 유산을 인천경제 발전의 자원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라며 "문화나 역사의 빛을 죽게 만드는 인공의 빛을 비추면 안 된다는 것이 기본 전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전 원장은 모든 경제정책과 전략을 지속가능한 성장과 고용 창출에 초점을 맞출 것을 제언했다. 이는 지난 30년 간 인천경제가 남긴 가장 큰 교훈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30년 간 인천은 일자리보다 기업유치에 열중했고, 일자리보다 성장, 도시의 팽창을 더 중시했다"며 "개발이 중심이 돼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지만, 이로 인해 부채의 도시로 전락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핵심은 결국 성장과 고용이다.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지만, 지금 인천은 거대한 이론보다 상식이 중요한 때"라며 "산업을 키우고 일자리를 늘릴 때 부민의 문이 열리게 될 것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인천시민들이 땀과 눈물로 얻은 값진 교훈이 헛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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