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시민운동 1세대로 꼽혀… 市가 애초 매립지 개발한 거 아냐
행정구역 이어도 권한에는 한계… 서울시·경기도와 협력해야 한다
인천 시민단체 권력화됐다 진단… 권력지향 버리고 전문성 갖춰야

하석용 홍익경제연구소 이사장은 수도권매립지와 관련된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려면 리더가 전문성과 지식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부의장으로 영흥화력발전소 건설 반대 시민위원회를 이끌었을 때를 떠올리며 "아무리 몰라도 발전기 12기를 한 곳에 짓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후 전기와 발전소 공부를 했다"며 "지식을 쌓고 전문성을 갖추니 논리에서 밀리지 않았다. 결국 12기를 2기로 줄여 합의했다. 하지만 지금은 6호기까지 돌아가고 있다. 그동안 인천의 리더들이 브레이크를 걸지 못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옹진군이 인천에 편입된 1995년 영흥화력발전소 건립 계획을 발표했으나, 주민들의 반대로 수년 동안 갈등을 빚었다. 이때 구성된 시민위원회가 1997년 결국 인천시와 영흥화력(한국남동발전)의 국내 최초 환경협약을 이끌었다. 이 협약은 기존 100㎽급 발전기 12기 건설 계획을 80㎽급 2기로 줄였고, 민관감시단을 출범시켰다.

그는 수도권매립지에 대해 "애초 인천시가 개발한 매립지가 아니다. 행정구역이 인천이어도 권한에 한계가 있다"며 "서울, 경기도와 협력해야 한다. 강제로 닫아도 재판에서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리더는 문제의 답을 가장 정통하게 알아야 하고, 갈등을 빚는 사람들이 최대한 자신의 생각을 내놓게 해야 한다"며 "답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게 리더의 역할이고, 적절한 때 답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갈등의 본질 ‘어떻게 먹고 사느냐’
하 이사장은 인천의 시민운동 1세대로 꼽힌다. 1994년 인천환경운동연합 결성에 앞장선 그는 굴업도 핵폐기장과 영흥화력발전소 건설 반대 운동을 시작으로 동양제철화학 폐석회 처리, 송도 매립과 건설, 각종 터널 공사, 수인선 지하화, 경인아라뱃길 건설 문제 등 인천에서 일어난 갈등 사안에 꾸준히 관여해 왔다. 그가 보는 갈등의 본질은 어떻게 먹고 사느냐다. 세계사의 밑바닥엔 먹고 사는 문제가 깔려 있고, 이 문제는 반드시 경쟁과 갈등을 유발한다는 논리다.

그는 "인류 역사는 뺏으려는 자와 뺏기지 않으려는 자의 갈등"이라며 "이를 어떻게 유화적이고 비폭력적으로 해결하느냐가 인문학이고, 방향을 제시해주는 게 과학"이라고 말한다.

갈등의 양상도 집단마다 차이가 있다고 봤다. 역사적으로 유럽과 중국·일본은 전쟁으로 갈등을 해결했으나, 우리는 예의를 지켜가며 최소한의 선을 넘지 않고 싸워 왔다는 게 하 이사장 설명이다. 그는 조선 전기 4대 사화가 지속된 50년 동안 행정이 중단되지 않아 그 피해가 일반 국민에게까지 전가되지 않았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하 이사장은 "우리는 역사적으로 갈등을 표출할 때도 ‘백성에게 피해가 가면 안 된다’는 원칙을 지켰다. 하지만 서양의 탐욕 문화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면서 원칙이 깨지기 시작했다"며 "여기서 정치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치인들이 사회 갈등의 근본 문제를 파악하고 변화할 수 있도록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어떻게 먹고 살까
인천에서 무엇을 어떻게 먹고 살까. 과거항만과 공단, 이를 뒷받침하는 서비스업이 인천의 주된 먹을 거리였다. 하지만 정치·경제가 서울로 집중되면서 경제적 동력이 약해졌고, 함께 인천에서 먹고 살 이유도 옅어지고 있다.

그는 인천시장의 역할을 지적한다.

하 이사장은 "인천이란 도시가 무엇으로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는가 고민하는 시장이 지금껏 없었다"며 "인천을 사랑하자고, 애인(愛仁)하자고 떠들었지만 인천에서 어떻게 먹고 살지 동기를 부여가 없어 공허할 뿐"이라고 탄식했다.

이어 "시장은 시민들이 인천에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 인천에 정착할 수 있는 요소를 만들어야 한다"며 "시장은 물론 다른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중앙정치만 쫓지 말고 먹고 사는 살림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이 지역에 정착하는 요소로 4가지를 꼽았다. 경제적 여유,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 삶을 즐겁게 하는 문화, 그리고 이것들을 지속시킬 수 있는 동력이다.

하 이사장은 "시장은 항상 도시를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을지, 우리 시대를 지나서도 지속시키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스스로의 방법론을 갖고 누가 어떤 문제를 제기하던, 어떤 갈등이 생겨나건 대답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며 "시는 그동안 수많은 주민위원회를 만들었다. 주민들에게 방법론을 직접 찾으라는 것이다. 시장이 자신이 없으니 주민들에게 책임을 넘기는 꼴이다. 방법론은 시장이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와 언론, 제 역할 해야
하 이사장은 현재 인천 시민단체들이 권력화됐다고 진단하며, 권력지향을 버리고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민단체는 시민을 계몽하고 이끌 수 있는 여론 조성 능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전문가, 공무원과 토론할 수 있고 이들의 생각을 넘어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며 "하지만 지금의 인천 시민단체는 권력화 돼 행정과 기업의 약점을 잡는 데 치중해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으로서 행정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는 월권이고 시민으로서 예의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를 정상화시켜야 하는 건 지역언론의 역할이지만, 인천의 언론 역시 제 역할을 못한다고 봤다.

그는 "적당히 생존하는 방법만 찾고 있는데, 몰락의 지름길이다. 특히 산업적으로 쇠퇴하면서 사회 감시 기능도 약해지고 있다"며 "광고 수익을 의식해 지방정부와 기업들의 비판을 주저하다 보니 독자들이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역언론이 쇠퇴하는 이유는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신문도 장사라는 점인데, 이 괴리를 해소하려면 재미의 요소를 찾야야 한다"며 "비판도 날이 서 있으면 독자들이 재미있게 받아 들인다. 함께 살기 위한 노력 속에서 독한 기사를 낸다면 지금보단 장사가 수월할 것이다"고 말했다.

최태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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