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퇴원하는 환자 부부와 의료진. 왼쪽부터 임홍의 교수, 임신 25주 부정맥 환자 김민혜 씨, 남편 김민석 씨, 박민혜 담당간호사. 사진=한림대학교성심병원
건강하게 퇴원하는 환자 부부와 의료진. 왼쪽부터 임홍의 교수, 임신 25주 부정맥 환자 김민혜 씨, 남편 김민석 씨, 박민혜 담당간호사. 사진=한림대학교성심병원

한림대학교성심병원은 지난달 19일 임홍의 부정맥센터 교수가 국내 최초로 심실빈맥 임신 25주 산모를 방사선 제로 부정맥 시술 기법을 통해 살렸다고 4일 밝혔다.

당시 환자 김민혜(31·대구광역시)씨는 의식소실이 동반된 멈춤 없는 빠른 심실빈맥 (Ventricular tachycardia Storm)상태였다. 김 씨는 7년 전 심계항진을 동반한 어지럼증으로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갔고 심장내과에서 정밀검사를 받았지만 심장에는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당시 김 씨를 진료했던 의사는 어지럼증과 가슴 두근거림이 정신적 문제일 가능성이 있다며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권유했고, 김 씨는 그때부터 7년간 공황장애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지난해 결혼한 김 씨는 임신 20주가 넘어가면서 일상생활이 어려울 만큼 어지럼증이 심해졌고 실신하는 일도 늘어났다. 김 씨 부부는 태아 때문에 어지럼증이 심해졌을 거라고만 짐작했다. 하지만 남편은 아내가 자면서도 의식이 희미해지는 증상이 잦아져 친구 의사에게 상담했고, 부정맥을 발견했다. 대구의 한 대학병원을 찾은 부부는 "환자는 당장 심장이 멈춰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심장이 심하게 빨리 뛰는 심실빈맥이고, 급사할 수 있다. 당장 시술을 하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태아보다는 엄마의 생명을 선택"하라는 진단을 받았다.

심실빈맥은 심실에서 발생하는 매우 빠른 악성 부정맥이다. 심실빈맥이 지속되면 혈압이 심각하게 떨어지고 심장 기능이 상실되며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른다. 첫 내원 당시 김 씨는 기계식 혈압계로는 혈압이 거의 측정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저혈압 상태였다. 임홍의 약제 뿐 아니라 마취 없이 심장 내 초음파만으로 방사선 제로 부정맥 시술을 통해 김 씨와 태아 모두를 살렸다.

김민혜 씨는 "그동안 공황장애로만 알았던 증상이 부정맥 때문이었다니 기가 막혔다. 시술받은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았는데, 정말 감쪽같이 어지럽지 않고 걸을 수 있게 됐다. 새로운 세상을 만난 것 같았다. 저와 아기를 건강하게 만들어주신 임홍의 교수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임홍의 교수는 "방사선 제로 부정맥 시술은 X-ray 투시 영상 없이 심장 내 초음파를 허벅지 정맥을 통해 심장 내에 위치시켜 심장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시술을 안전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방사선 노출이 전혀 없어 임신부도 가능하다"며 "부정맥은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임신부라고 시술을 미루거나 아이를 포기하는 일이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김유진기자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