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경과 시위대가 충돌한 미얀마의 정국 불안으로 수많은 외국인들이 이 나라를 떠나고 있다. 당장 지난 4일 베트남 통신(VNA)의 보도만 봐도 390명이 넘는 베트남인이 국영 베트남항공 소속 여객기 2대로 미얀마에서 빠져나왔다. 최근 수년간 미얀마 최대 투자국인 싱가포르의 국민 500여 명을 걱정한 싱가포르 외교부는 이날 자국 국민들의 귀국을 강조하면서 미얀마 체류를 결정했을 경우 가능한 외출을 금하는 동시에 시위가 열리는 지역에 불필요하게 접근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비슷한 상황은 또 있다. 지난달 18일 더 타임스 기사에 따르면 영국 정부가 홍콩인을 대상으로 이민신청 문호를 확대한 지 2주 만에 중국 정부의 강압 통치에 반발한 5천 명이 특별비자를 신청했다. 영국해외시민(British National Overseas·BNO) 여권을 가진 홍콩인과 가족이 영국에서 5년간 거주한 뒤 1년 후에 시민권까지 신청할 수 있는 특별비자에 흥분한 중국 정부는 이미 여행 및 신분 증명 수단에서 BNO 여권을 제외한 것은 물론 내정 간섭을 운운하며 날을 세우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도 각종 이탈 이슈가 있다. 직전 월 기준으로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의 수시입출식예금(MMDA)에서 최근 한 달 10조 원가량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은행의 MMDA 잔액은 총 108조1천491억 원으로 지난해 말 116조6천679억 원과 비교해 8조5천188억 원, 8.3% 줄었다.

자유로운 입출금이 가능한 은행의 대표적 단기 금융상품 MMDA(money market deposit account)는 연말에 지급되는 상여금과 성과급 등이 들어왔다가 새해 설 명절 등으로 현금 수요가 불어나는 게 통상적인 만큼 크게 신경 쓸 바는 아니지만 올해는 그 강도가 세서 이목이 쏠렸다. 주식, 코인 등으로 대변할 수 있는 영끌과 빚투 열풍이 자금 이탈의 배경이라는 진단에 쉽게 수긍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세계 최대 비트코인 펀드에서 자금이탈현상이 가속화한 일도 있었다. 지난달 말 글로벌 가상자산 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이 손을 댄 320억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트러스트(GBTC) 가격이 비트코인 하락률을 웃도는 수준으로 떨어져 금융시장에서 가장 먼저 엑소더스 얘기가 나왔었다.

무엇보다 요즘 증시야 말로 갈피를 잡기 어렵다. 동학개미의 증시 엑소더스(Exodus·대탈출,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경우)를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증시가 단지 금리 변동에 이렇게까지 예민하게 반응한다고는 보기 힘들지만 현재는 미국 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유동성 우려가 시장에 퍼졌다는 게 중론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에도 인플레이션 우려와 시중금리 상승세는 여전한 증시 불안 요소다.

유동성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 이동하려면 증시 조정은 불가피하다. 다만 그나마 투심에 압박을 줄 신호는 확실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금리 상승에 근거를 둔 정책기조 변화, 주요 기업들의 자금사정 악화 등의 조짐이 보일 때가 개인 투자자들이 몸을 사려야 할 시점이다. 보통 시장 금리가 상승하면 증시의 성격도 변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리고 이제 기업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저금리에 편승한 채 승강기처럼 올라왔던 주가는 기업의 실적으로 위를 향해야 한다.

엑소더스 패닉에서 엑소더스를 이루려면 안정적인 회피가 최선이다. 모 일간지의 생활상식 같은 얘기지만 지난 편에서 언급했듯 피곤할 땐 쉬어가는 것도 좋다. 이솝우화 중 토끼와 거북이의 교훈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못 견디게 느긋하지만 끝내 이기는 거북이보다는 승리의 맛도 못 본 약삭빠른 토끼가 되길 원한다. 수많은 교훈을 접했지만 답답함과 지루함을 견디지 못한 선택의 결과는 모두의 예상과 같다. 승리하는 토끼는 극소수다. 빠르게 위험한 길을 뛰는 것보다는 천천히 옳은 길을 걷는 게 낫다는 건 대부분의 부모들이 아이에게 온화한 얼굴로 해주는 말일 것이다. 험난하고 광활한 증시에서 우리는 학생이자 아이다. 천천히 가도 괜찮다. 실적에 근거한 장투도 성투의 방법 중 하나다.

정금철 이슈에디코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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