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코로나 정국' 위기 대응 입증… 재난기본소득 등 경제방역책 선도
중앙 벗어나 정책·입법 역량 발휘… '지방정부' 도약 준비 완료 진단

32년만에 전부개정된 ‘지방자치법’이 내년 1월 시행되면서 ‘특례시 지정’, ‘지방의회 위상 강화’ 등 지방자치 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가고 있다.

하지만 일선 정치인들과 전문가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일선 지방자치단체들이 ‘지방정부’로 발돋움할 준비가 완료됐다고 진단한다.

2017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지자체들이 안정적인 시·도정을 유지, 국정 공백 최소화에 기여하며 지방분권의 안착을 몸소 증명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초부터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국면 속에서는 지자체와 지방의회가 방역대책을 선도, 중앙정부의 벤치마킹을 이끌고 있다.

군부독재 시절 중앙정부에 종속돼왔던 지자체가 중앙정부와 동반자 관계까지 발전한 것이다.
 

경기도의회 전경
경기도의회 전경

◇같은 위기, 다른 결말 낸 ‘관치’와 ‘자치’=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거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헌정 사상 유례 없던 대통령 저격과 탄핵으로 국정 혼란이 극에 달한 시기라는 공통점을 가진 사건들이다.

하지만 혼란의 결말은 전혀 달랐다. 박 전 대통령 서거는 전국 지자체의 행정 마비로 이어져 큰 국정 공백을 초래했다. 이는 신군부 세력의 ‘12·12사태’ 발발과 계엄령 선포로 전개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2017년 탄핵정국은 대통령의 부재에도 지자체들이 큰 혼란 없이 도정, 시정을 이어갔고 안정적인 후임 대통령 선출을 이뤄냈다.

전문가들은 통수권자의 갑작스런 부재라는 공통된 위기에도 대조적인 결과가 도출된 것은 ‘관치정부’와 ‘자치정부’의 차이점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군부독재 형태로 지속됐던 관치정부는 통수권자와 집권당이 단체장을 임명했지만 ‘권한’과 ‘책임’은 부여하지 않아 위기 대응이 불가능한 ‘식물 지자체’가 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반대로 ‘자치정부’는 투표를 통해 주민에게 부여받은 권한과 책임을 활용, 주체적인 행정으로 외부 위기에도 대응이 가능하다.

소순창 건국대 행정학 교수는 "관치정부 체제 속 지자체는 임명권을 쥔 통수권자, 집권당의 입장을 대변할 수 밖에 없기에 이들의 부재는 시·도정 공백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반대로 자치정부는 주민의 지지를 기반으로 독자적인 행보가 가능해 대통령 탄핵으로 발생한 국정 공백에서도 제 기능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응 선도…‘지방분권 완비’ 입증= 지난해 1월 코로나19 펜데믹 속에서 광역,기초지자체들은 각자만의 독창적인 대책을 내세워 질병·경제 방역에 나섰다.

중앙정부가 하달하는 대책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보다는 지역 및 주민 특성에 적합한 대응에 착수한 것이다.

일례로 수원시는 코로나19 임시검사시설과 가족격리시설을, 고양시는 드라이브스루 코로나19 검사 시스템을 전국 최초로 도입, 효과를 거뒀다.

이후 정부는 이들 지자체가 선보인 방역대책을 수용해 전국으로 확대, 현재까지 주요 방역 대책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경기도와 경기도의회는 정부의 ‘재난지원금’ 보다 한 발 앞서 전국 최초로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고안, 근거 조례 제정과 실제 지급을 완수하며 경제방역의 선두주자로 부상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염태영 민주당 최고위원(수원시장)은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가 주최한 지방분권 방안 마련 토론회에서 "지금의 ‘K-방역’ 체계는 지자체에서 출발했다"며 "이는 중앙집중식 국정운영이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과 이미 지방정부 시대가 도래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전문가들 역시 중앙정부에 종속되지 않는 ‘민선 지자체’가 지방의회와의 거버넌스를 형성, 시너지 효과를 내며 ‘지방정부’로의 도약 준비를 완료했다고 진단한다.

김정호 신한대 행정학 교수는 "1987년 민주화를 이뤄낸 뒤 지방의회와 지자체가 부활한 시점이 1991년, 1995년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 지방자치는 짧은 시간 내 큰 발전을 이뤘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코로나 위기 속에서 지자체와 지방의회가 보이고 있는 정책, 입법 역량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을 통한 행정·사무 권한 증대 필요성을 입증하는 데 충분하다"고 언급했다.

황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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