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초연결시대다. 에어컨이 스스로 실내온도를 맞추고, 전기밥솥이 때맞춰 밥을 짓고, 냉장고와 대화를 나누는 일이 이젠 일상이 됐다. 모든 사물이 긴밀하게 연결되는 거다. 가전, 통신, 반도체, 센서, 소프트웨어, 홈시큐리티까지 다양한 분야가 융합한 결과이기도 하다. 기업 간에도 끈끈한 연대와 협력이 필수가 됐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차량용 반도체 개발에 함께 나서고, 라이벌인 삼성전자와 애플이 이유 있는 협업을 통해 스마트TV 콘텐츠 사업을 펼치는 이유다.

인천 서구에서도 연결과 융합이 이뤄지고 있다. 그간 수도권매립지를 비롯해 온갖 유해시설이 몰려있어 회색도시란 꼬리표가 항상 따라다녔던 서구다. 턱없이 부족한 인프라 탓에 신도시와 구도심 간 격차는 커져만 가고, 상인들은 볼멘소리가 일상이었다. 무엇보다 모든 요소가 단절돼 어느 것 하나 제 가치를 발휘하지 못했다.

서구의 정책 철학은 서로이음이다. 도시를 가득 채운 부정을 긍정으로 바꾸고자 ‘이음’을 연결고리 삼아 자원과 자원을 잇고, 사람과 사람을 잇고, 자원과 사람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첫째로 주민과 소상공인을 이었다. 바로 지역화폐 서로e음이다. 지역경제부터 살리자는 생각에 55만 구민과 3만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잇기 위해 핸드폰으로 손쉽게 이용 가능한 지역화폐를 선보였다. 파격적인 10% 캐시백까지 실행에 옮겼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사용자 수 40만을 돌파하며 지역화폐 발급 가능인구 10명 중 8명이 사용하는 일상 카드로 자리 잡았고, 1조원 발행을 19개월 만에 달성하며 최단기간 최고액 달성도 해냈다.

둘째로 주민과 자연을 이었다. 서로이음길 11코스가 대표적이다. 단절로 인해 저평가받았던 섬과 하천, 운하, 산을 이어 도심 속에서 사계절 자연을 누리는 힐링과 치유의 둘레길로 만들어가는 중이다. 심곡천, 공촌천, 검단천, 나진포천 등 하천에도 각각의 테마를 입힌다. 경인아라뱃길과 청라호수공원을 잇는 생태 자전거길과 세어도를 기점으로 생태문화관광벨트를 조성해 걷고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도 그려가고 있다.

셋째로 주민과 공간을 이었다. 인간과 환경이 공존하는 도시 즉, 스마트에코시티를 완성하는 거다. 동사무소 하나도 남다르게 짓고, 쓰레기장으로 전락한 동네 자투리땅엔 포켓정원을 꾸며 눈길 가고, 찾고 싶은 공간으로 바꿔가고 있다. 넷째로 주민과 기관, 단체를 이었다. 촘촘한 치매 방지망을 엮어가기 위함이다. 공공기관을 비롯해 노인복지기관, 사회복지기관, 의료기관에 종교기관까지 민관 25개 기관이 ‘뇌청춘 노후 든든’이란 협약 아래 치매로부터 가장 안전한 도시를 완성해나간다. 아이 돌봄도 이었다. 담당기관도 부서도 담당자도 모두 달라 애먹었던 그간의 아이 돌봄을 수요자 중심의 통합 돌봄인 서로이음아이돌봄으로 묶어 지역사회가 함께 돌본다.

다섯째로 주민과 문화를 이었다. 내 집 앞 15분 거리에 마련되는 100여 곳의 문화충전소에서 언제든 편리하게 일상 속 문화를 즐길 수 있다. 마지막으로 주민과 서구청을 이었다. 주민과 더 가까이 더 자주 소통하기 위해 구청 홈페이지와 민원통합시스템·챗봇을 모아 모바일 최적 소통 플랫폼인 소통1번가를 탄생시켰다. 덕분에 민원 신청이 간편해진데다 구청이 친근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이를 서로이음 정책에 빗대어 달리 표현하자면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행복하게 가려면 함께 가라’고 말하고 싶다. 연결과 융합의 시대를 맞아 기존 요소를 얼마나 잘 잇고 가치를 재발견하느냐에 따라 내일이 달라지고 행복이 채워진다. 소상공인, 자연, 공간, 문화, 서구청을 고루 잇는 서로이음 정책이 구민 행복을 여는 열쇠이자 희망인 이유다.

이재현 인천시 서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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