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속담에 서근호분 사출사입(鼠近糊盆 乍出乍入) 이란 말이 있다. 이말은 어떤 일에 열중하다보면 주변의 상황을 알지 못한다는 말이다. 현재의 정치권이 적폐청산에만 몰두하다보니 국민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면 적절한 비유일까, 오만과 방자함, 무서울 것이 없던 집권 세력이 드디어 국민의 몰매를 맞고 있다. 급기야 부랴부랴 민심의 폭발에 잘못했다. 사과한다며 읍소를 하고 있다.

안되는 것이 없고 못할 것이 없던 법률 제정은 물론이고 정부가 하는 일은 온통 옳은 일이라고 강요 아닌 강요를 했던 결과가 민심의 분노로 나타났다. 공정과 정의, 상식이 실종되었다고 현자들이 그토록 부르짖었건만 자신감에 넘쳐 거들 떠 보지도 않았던 결과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 왔다.

껄끄럽고 마땅치 못하더라도 반대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정책을 추구했더라면 분노가 덜 했을텐데, 위선의 얼굴로 정책을 집행하면서 패거리 만들기에만 급급하다보니 드디어 민낯이 드러났다. 그 중에는 설마 ‘저 분은 그렇지 않겠지’ 하던 인물도 모두 허상이었다. 바른말로 올바른 지적을 하면 모두 수구 꼴통이고 보수적이라 몰아가던 그 위풍당당한 모습이 고개를 숙였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국민들은 엄청난 기대를 했다. 시민 운동가 출신과 민주화 운동을 하던 훌륭한 인재들이라 국민을 위한 올바른 정치를 하리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그들의 일부 중에서 선택된 영재(?)가, 소주를 홀짝이며 숨죽여 신세를 한탄하던 서민의 등 뒤에서 양주를 마시며 권력에 취해 비틀거렸다. 적폐청산이라는 맛있는 안주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실, 보통의 서민은 정치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 겨우 참여한다는 것이 선거 때 주변 환경에 못 이겨 잠깐 관심을 보이는 국민이 대다수이다. 그런데 요란을 떠는 정치의 굿판이 벌어져 저절로 정치권에 흡입되었다. 그러다보니 눈꼴사나운 광경을 목도하게 되었다. 그 판에는 법치를 잘하라고 법무부 장관 자리를 맡겼더니 법치는 커녕 동조하지 않는 한 사람을 잡기위해 일 년여를 허비하다가 제풀에 나가 떨어진 사례가 있는가 하면 시민운동을 하던 사람이라 보다 바른 정책을 펴라고 고위직에 앉혔더니 고집을 피우며 집값만 엄청나게 올려놓고 본인은 배부른 배에 한 술 더 뜨려다 배가 터져버렸다. 또 한사람은 당정을 잘 이끌라고 대표에 앉혔더니 국민을 배불리 하는 데는 관심이 없고 집권을 20년 한다더니 욕심이 넘쳐 백년을 해야 한다고 권력유지에만 신경을 집중했다. 또 선망 받던 위인에게 자리를 맡기고 들쳐보니 제 자식만 잘되라고 온갖 수단을 부렸는데도 질타는커녕 어떻게 하면 법망을 빠져나오게 할까 동조하며 조국(祖國)의 앞날만 어둡게 했다.

이러한 일련의 현상 속에서 국민들의 상처는 깊어만 갔다.

그 결과는 사필귀정이 되었다. 국민의 눈으로 바라본 정치현상은 크게 보면 두 가지로 집약된다고 볼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전 검찰총장의 사퇴로 인한 정신적 박탈감이다. 정의와 공정 상식이 무너진 것이다 두 번째로는 LH사태로 본 경제적 박탈감이다. 행복하고자 했던 소박한 꿈이 허탈한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정권욕이 앞서 민심을 무시한 결과이다. 이러한 상황은 정치권 모두가 반성해야 할 과제이다. 이 기회를 이용하여 야당도 정치적 계산만 할 것이 아니라 반사 이익임을 명심해야 한다. 저열한 비난보다 참신한 기획과 정책으로 야당다운 면모를 보여주며 포용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서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수권정당으로서의 기대를 한 몸에 안을 수 있을 것이다. 그 길이 한데모여 대한민국을 세계에서 으뜸가는 국민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김현탁 한국현대문학연구소 소장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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