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5년 4월14일은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의 포드극장에서 연극을 관람하던 중 남부 출신의 인기 배우 존 윌크스 부스에게 피격당한 날이다. 1912년 같은 날에는 영국의 호화 여객선 타이타닉 호가 북대서양 뉴펀들랜드 해역에서 침몰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이날 역사에 남을 큰 사건이 없지만 이틀 후인 4월16일은 세월호 참사 7주기이자 이에 의미를 부여해 제정한 국민 안전의 날이다.

이처럼 역사적인 사건이 있던 날 증시는 어떻게 반응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마침 전 세계적으로 450억 달러 이상을 운용하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피셔 인베스트먼트의 회장인 켄 피셔가 쓴 ‘주식시장은 어떻게 반복되는가’라는 책을 읽던 차였다. 투자의 귀재이자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에게 나이가 들어 투자에 대한 감을 잃었다고 일침을 날린 그 인물이다. 이 책에 나온 자료는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월드 지수를 반영했으며 1970년 이전 상승률은 경제 데이터뱅크 GFD에서 제공받아 예측한 결과다.

할당된 지면의 한계로 1934년부터 2010년까지 주가 급등락이 40% 이상인 경우만 기재하니 ▶1954년 다우지수 300 돌파(49.8%↑) ▶1985년 미국과 소련의 군비 경쟁 시작, 미국의 최대 채무국 등극(40.8%↑) ▶1986년 미국의 리비아 폭격, 챌린저호 폭발, 체르노빌 원전 사고, 세제개혁법 통과(41.9%↑)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40.7%↓) 등으로 추려졌다. 등락 재료의 성질을 살피면 당초 예상했던 추이와 꽤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 가장 최근인 작년 3월12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뉴욕증시 급락을 야기한 사례가 있다.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33년 만에 최악이자 미국 증시 역사상 다섯 번째 낙폭이 큰 날이었다고 한다.

나열된 자료 글을 보고 상념에 살짝 잠긴 투자자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역사적으로 역대급에 포함될 사건이 발생하면 투자자들은 나름의 정보망을 동원해 과거 증시를 시간여행하며 깨달음을 구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대문호 마크 트웨인 역시 과거가 그대로 반복되지는 않아도 그 운율은 반복된다고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증시의 역사는 특정이 힘든 등락의 반복일 뿐 예단이 어렵다. 지구 내핵에 진동을 줄 만큼 큰 이슈가 있어도 증시는 본디 지닌 가치대로 회귀하는 성질이 있다는 가언 외에는 다른 설명이 힘들다. 과거와 현재는 경기의 모멘텀과 회전의 속도가 다를지언정 시간이 경과하면 증시는 어떻게든 회복하는 성질을 갖췄다는 역사적 증명에서 위안을 찾는 게 오히려 바람직하겠다.

금전적 상실감만 본능처럼 남아 과거에 놓친 기회를 다시 날려버리는 실수는 학습으로 만회할 수 있을까? 탐욕으로 강해졌다가 이내 공포심에 약해지는 일반적인 투자자는 똑같은 상황이 벌어져도 당시의 모습을 답습하곤 한다. 더 늘어난 투자금에 맞춰 커버린 공포는 학습효과도 무력화하는 악랄한 힘이 있다. 극도로 내성적인 사람도 그땐 그랬었다고 넉살 좋게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지나버린 과거. 맞닥뜨린 당시는 인생에서 이례적인 변동성이었겠지만 이제 떠올리면 누구든 겪을 수 있는 삶의 과정 중 한 부분. 그러나 이렇게 면역력을 높여준 듯한 변동성이라도 기간의 공백이 생기면 망각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많은 투자자들이 변동성을 두려워하며 투자의 기초까지 잊는다. 변동성은 그 자체로 변화하는 게 정상이다. 수세기 걸러져 정화된 역사의 가르침을 알량한 두려움으로 지워버리는 건 역사에 대한 배신이 아닐까 싶다.

한 가지의 큰 사건이든 중첩돼 영향력을 키운 몇 가지 사건이든 예측으로 막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사건 발생 후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는 있겠지만 사전 예측으로 투자전략을 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바로 지금이 두 문단 위에 타이핑한 내용을 다시 읽을 때다. 온갖 이슈가 글로벌 천지를 뒤흔들어도 시장은 자기 길을 잊지 않는다. 인류가 갖가지 악재를 불굴의 의지로 견디고 버텨 현재를 쟁취했는지 정작 우리는 잊어버리지만 시장은 기억한다.

정금철 이슈에디코 편집국장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