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유가증권시장은 남양유업 이슈로 혼탁했다.

알고 보니 불가리아와는 전혀 관련이 없던 이 업체의 유제품 하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자 주가가 릴라산맥 최고봉만큼 솟았다가 이내 땅굴로 숨어들었다.

제대로 검증을 거치지 않은 연구결과로 주가가 뛰자 연구를 지원한 업체인 남양유업을 의심하는 눈초리가 더 날카로워졌고 종국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고발과 영업정지까지 감내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무엇보다 중요사항을 기재하지 않아 타인의 오해로 재산상 이익을 얻었다면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에 해당한다.

발표가 나온 지난 13일 이 업체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8.57% 오른데 이어 14일 개장과 동시에 가격제한폭 30%에 근접한 급등세를 보이다가 연구 결과의 신뢰도에 의문부호가 붙자마자 급락을 시작해 5.13% 하락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4일 개인투자자는 보통주와 우선주를 합쳐 남양유업 주식을 총 50억 원 넘게 사들였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이 매도 우위였던지라 개인은 주가 하락의 된서리를 고스란히 맞았을 게 자명하다.

금융투자업계 한 쪽에서는 남양유업 주가가 실험 결과 발표 며칠 전부터 오를 기미가 보였다는 점을 근거 삼아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번지고 있다.

주가를 인위적으로 다루는 행위인 주가 조작은 시세 조종 혹은 시세 조작이라 부르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루보사태를 대표적으로 언급할 수 있겠다.

경기도 파주시에 자리 잡고 자동차를 비롯해 각종 기계용 베어링을 생산하던 작은 기업 루보는 사건이 일어난 해인 2006년 3분기 매출액 54억에 영업이익 2억2천만 원 적자, 주식 수 990만 주 중 최대주주와 가족 지분이 40% 이상이던 증시에서 두드러지지 않은 업체였다.

몇 명의 트레이더 및 세력이 규합하고 3개 상호저축은행을 동원해 자금을 조달한 다단계업체 제이유그룹 주수도 부회장은 투자설명회를 열어 계좌 수익률을 내세우며 자금을 모았다.

회원들이 손댈 방법이 없어 세력에 손에서 놀아나던 돈은 루보 주식 매집에 집중됐고 주가는 그 만큼 집요하게 올랐다.

다단계인 제이유 특성상 작전 조직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주가가 어느 정도 오르자 작전세력은 루보 주식을 차명계좌로 돌려 차츰 처분했는데 이때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도 시작돼 거래량이 더 늘었고 세력들의 차익 실현에도 주가는 5만 원대까지 등정했다.

일평균 거래량 200만 주, 시가총액 5천200억 원에 이르러 코스닥 리스트 상위권에 랭크됐지만 진작 이를 조사하던 검찰이 세력을 잡아들이고 주식 계좌를 정지시킨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11거래일 연속 하한가의 나락으로 떨어져 결국 다시 2천 원대 주식이 됐다.

이 모든 일이 2006년 10월부터 2007년 10월까지 1년간 벌어졌다.

천문학적인 금액의 주가 조작과 연루된 개미들은 그저 분루를 삼킬 수밖에 없었다.

상한가 행진이 지속되는 동안 보통 주가 조작과 다른 형태의 비정상적 추이를 관찰한 한국거래소는 루보에 수차례 조회공시를 요청했으나 매번 돌아온 답변은 ‘주가에 영향을 미칠만한 사건 없음’이었다.

이 사건 이후 한국거래소는 종목 모니터링 체계를 갖췄다.

이렇게 만들어진 체계로 작년 증시 불공정거래 혐의사건 중 주가 조작 사례를 파악하니 직전년에 비해 65% 급증했다는 거래소 보도자료가 지난달 21일 나왔다.

유형별로 미공개정보이용이 45.5%에 달해 최다였고 주가 조작은 29.5%, 부정거래는 20.5%였다.
 

남양유업이 자사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주장을 내놓자 실제 효과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14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판매 중인 남양유업 불가리스. 연합
남양유업이 자사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주장을 내놓자 실제 효과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14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판매 중인 남양유업 불가리스. 연합

남양유업이 떠오르는 코로나19 치료제, 진단키트 개발 등 호재성 미공개정보이용 행위와 임상실패 등 악재성 미공개정보이용 행위 등도 여러 건이 적발됐다.

주가 조작 사범이 법적 조치를 받더라도 손실을 입은 개미들이 배상을 받은 사례는 많지 않다.

이번 남양 이슈에서 알 수 있듯 언론보도는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는 공시와 달리 사실을 입증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나름의 분석을 확실하게 마쳤거나 오르는 이유가 확실하게 증명된 업체가 아니라면 급등주엔 함부로 올라타지 말라는 격언을 다시 되새길 때다.

정금철 이슈에디코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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