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 압승후의 국민의힘이 오히려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번 승리가 물론 민주당이 잘못해서 만들어진 결과물로 국민의힘이 잘 해 나간 탓은 아니라지만 어찌됐건 그 막후의 야권 주역들이 선거가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이렇듯 파열음을 내고 있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로 판단된다. 우리는 얼마 전에도 중앙선대위 투톱이었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당을 떠나면서 비아냥과 거의 무시하는 듯한 얘기를 함에 정치원로로서 할 말이 아니라는 지적을 한 바 있다. 물론 이번 재보선 승리안에는 야권단일화로 승리 기반을 다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몫도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지금 국민의힘은 서로의 합당 논의도 이해득실 계산과 맞물리면서 어정쩡한 위치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다보니 당 안의 오래된 갈등마저 생기면서 결국에는 차기 유력 대권 주자로 부상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놓고 야권 주도권을 확보할 것인가 하는 문제만으로 온 신경이 곤두서 있는 듯한 분위기다. 일단 김 전 위원장의 상임고문 임명 여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당장 당내에서 별도 의결이 필요한지 본인이 사양한 것인지 더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과 함께 정식 절차는 밟아야 한다는 적극적인 임명 의지도 그렇다. 이러한 판 위에 김 전 위원장은 주호영 원내대표가 뒤로는 안철수와 작당을 했다는등 자신이 나오자마자 당의 중진이라는 사람들이 당권 경쟁이니 통합이니 하며 시끄럽게 딴짓만 하고 있다며 주 권한대행을 직접 겨냥하면서 불편한 기색을 노골적으로 나타내 앞으로 당이 갈 길이 멀어 보이기만 한 실정이다.

이 모든 일들이 불거지면서 그야말로 야권통합이라는 거대한 프레임이 깨져가는 모양새가 문제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간에 합당이 서로 득이 되고 안되는 것은 계산기를 두드린 쪽에서의 사정이지만 현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을 기다리고 있는 국민들의 눈으로는 자칫 분열된 모습으로 남다 이도저도 안되는 결과로 남을 것이 걱정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말대로 민주당도 싫지만 국민의힘도 싫다는 당원이 많다면 유권자들의 표심은 어디로 향하겠는가. 일 년 남짓한 시간이 남아 여러 변수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거의 압축되어가는 후보군에 야권의 분열은 여권에게만 유리할 뿐이다. 안 대표의 말처럼 당원들을 설득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상황도 지금의 이 같은 사정을 대신하고 있다.

사실 지금의 국민의힘은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영남당에 머무르며 지역을 기반으로 한 의원 보존의 편안한 길로 갈 것인지 아니면 정권교체의 강력한 의지로 들판으로 나서 새롭게 태어날지에 대한 고민이다. 원내대표 후보인 유의동(경기 평택을) 의원은 한 매체와의 대담에서 "국민과 당원들도 영남당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충분히 감안하셔서 투표에 임하실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물론 원내대표에 대한 한정적 얘기라도 앞으로 선거의 향방에 전혀 관계가 없다고는 말 하기 어려운 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