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의 가장 전통적인 이론은 레빈 커트(Lewin, Kurt)의 유형론이다. 그는 리더십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는 바, 군주형 리더십, 민주적 리더십, 자유방임 리더십이 있다고 했다. 명칭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군주형 리더십은 조직의 모든 의사결정을 혼자서 해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이다. 이러다보니 위기 시에는 업무의 효율성을 발휘할 수 있으나 조직구성원들을 매우 수동적으로 만든다. 반면 민주적 리더십은 문제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리더와 구성원들이 함께 토론하여 해법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그러다보니 책임 역시도 리더 혼자 진다기보다는 구성원들과 함께 공유하게 된다. 반면 자유방임 리더십은 리더가 의사결정에 가능하면 참여하지 않는데, 이러다보니 업무의 성과가 잘 나는 않는 문제가 있다.

최근에는 윤여정의 리더십이 뜨고 있다고 한다. 이 용어를 제일 먼저 언급한 사람은 모 정당의 당대표 후보들 중 한 명이라고 알려지는데, 그는 그녀의 리더십을 조연으로서의 역할, 즉 누군가를 혹은 영화 전체를 위해 희생할 수 있는 리더십이라고 본 것 같다. 그린리프(Greenleaf)가 지칭한 서번트 리더십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개념인 일명 조연 리더십은 리더가 구성원들을 섬기는 자세로 그들의 성장 및 발전을 돕고 조직의 목표 달성에 구성원들이 스스로 이바지 하도록 촉진하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윤여정이란 여배우가 전통적인 여성성을 과대포장 한 소위 서번트라는 역할에 과연 합당한가에 대하여서는 이견이 있다. 그녀의 삶의 궤적을 들여다보자면 영화나 드라마의 조연으로서의 그녀의 역할과는 근본적인 차이를 발견하게 된다. 그녀는 일찍이 어린 나이에 혼인을 청산하고 두 아이를 혼자서 훌륭하게 키워냄과 동시에 평생을 성실한 영화배우로서 매우 ‘주체적’인 삶을 산 사람이다. 더욱이 노년기에야말로 농염한 아름다움으로 꽃을 피운 세계적인 인물이 되었다. 그녀에 대한 세계인들의 열광은 서번트로서의 그녀가 보여준 희생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자신의 삶에 깊이 몰입한 전문성에 감동하는 것이다. 일흔도 훌쩍 넘긴 여자배우의 농염하면서도 자신감에 찬 지성의 아름다움은 젊음이라는 열정 못지않은 강렬함이 있었다.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충격’이었다. 일흔 조금 넘겨 소천하셨던 아버지를 기준으로 인생의 행로를 계획하고 있었던 필자에게 일흔도 훌쩍 넘긴 여배우의 당당함은 깊은 반성을 하게 만들었다. 더욱이 그녀의 그동안의 행적에 대한 일화들은 그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숙고하게 만들었다. 일흔이 넘은 그녀는 연예계에서 드문 피겨였던 것 같다. 그녀는 매우 쉽게 젊은이들과 다양한 주제로서 유머가 가미된 평등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대하여서는 매우 엄격하면서도 완벽한 프로로서의 능력을 발휘했던 것 같다. 한 마디로 얘기하자면 격 없는 친화적인 리더였으나 자신에게만큼은 매우 철저했던 사람이었다. 글자 그대로 外柔內剛한 사람으로 보인다. 그녀는 상하 위계적 조직 속에서의 자신의 역할, 가부장적인 조직 속에서의 여성의 역할로서 만족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배려’니 ‘서번트’니 하는 용어들은 그녀에게 들어맞지 않는다. 그보다는 완벽한 업무중심적 사고와 행동을 하지만 나이와는 어울리지 않게 탈권위적인 모습이 많은 이들의 감동을 자아내는 것 같다. 꼰대스럽지 않은 일흔 중반의 아름다운 여성 리더에게 세계는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일’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과연 한순간이라도 늘어져 손쉽게 여기지 않았던가? 타성에 젖어 건성건성 처리한 적은 없던가? 윤여정 배우와 같은 오랜 기간 갈고 닦은 숙련도를 유지하려면 한 순간도 집중력을 잃지 말아야 할 것 같다. 나태함과 다시금 싸우게 되는 아침이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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