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개


우리 집 누렁이는 똥을 먹어서 인지
누런 털이 수북하다
안동 장날 주인 남자의 눈에 들어서
화성 용두리까지 팔려 왔다

쓰려져가는 기와집 축대
앞에 머리를 꼬고 엎드려
제집인지 남의 집인지 모르고
낮잠을 즐기던 누렁이

예쁘다고 목덜미를 쓰다듬으면
주인의 발 밑에 비스듬히 누워
발바닥을 핥기도 했다

어른들 똥을 주면 먹지 않고
아가 똥만 먹었다 그래서인지
아기 똥 만 바라보면 늘 노랗게 웃는다

어느 날 부자 집에서 얻어 온 비계덩어리를 억지로
먹였더니 설사를 하면서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식어버린 누렁이 시체 위에 나비 한 마리 날아들어
나폴 나폴 춤을 추고

주인은 눈물을 찔금이며
아가 똥을 먹게 그냥 둘걸
하늘 보며 한탄했다

누렁이가 먹던 밥그릇에
아가 똥 냄새만 그득했다



 

이승해 시인
문학과비평 사무차장, 경기펜 총무국장, 현대시선 시 부문 신인문학상· 문학과비평 작품상·경기문학인협회 공로상·신정문학 시조 부문 신인상·신정문학 수필부문 우수상 수상, 저서 ‘레스피아에서 선녀를 만나다’, 공저 ‘언론이 선정한 한국을 빛낸 명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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