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침체됐던 경기가 회복되는 느낌이 확연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면서 경제 훈풍이 더욱 훈훈해질 수 있다는 분위기도 확대되고 있다.

뜬금없지만 이런 시점에 대침체에 대해 얘기하려 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를 점친 예일대 실러 교수가 최근 대침체를 다시 언급하며 집값, 주식, 가상화폐 모두를 경고하기도 했지만 위기에서 갓 벗어나 평화가 찾아올 때 또 다른 최악의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1930년대 대공황에 이은 역대급 글로벌 경제 위기인 대침체는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촉발돼 2008년 하반기부터 본격화했다.

다만 우리나라는 중국 무역의존도가 높았던 만큼 타 서방국가들보다 피해가 크지 않았다.

위기는 미국 부동산 버블 붕괴와 맞닿은 모기지론 부실화, 모기지론 증권화의 결합으로 야기됐다.

민간 소유로 미국 연방정부가 보증하는 준공영기업인 연방주택금융공사 페니메이(연방저당권협회)와 프레디 맥(모기지 대출 위주의 종합금융회사)의 도덕적 해이는 사태를 나락까지 밀어붙였고 클린턴 정부의 주택금융자금지원사업이 다시 버블을 키웠다.

집을 쉽게 갖도록 해주겠다는 정부의 정책이 주택 가격 상승과 금리 인하의 벽에 충돌하면서 지구촌을 혼돈의 그물로 옭아맨 것이다.

85년 역사의 미국 투자은행(IB) 베어스턴스는 2007년 6월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진 후 이듬해 3월 파산했고 같은 해 9월 세계 4위의 IB였던 리먼 브라더스도 같은 전철을 밟았다.

리먼의 파산을 예상한 메릴린치가 뱅크 오브 아메리카로 들어가고 미국 최대 금융보험회사 중 하나인 AIG가 흔들리자 연방준비제도(Fed)는 천문학적 규모의 구제금융을 결정한다.

주택저당증권(MBS) 등의 파생상품이 디폴트에 빠질 경우 보상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를 대량 발행한 AIG가 무너지면 CDS에 의한 연쇄 자금이탈로 증시가 무너질 게 자명했던지라 부득이했던 미 정부의 선택이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금융시장에 대한 불신이 커져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 주요 증시가 심각한 침체 상태에 빠졌고 글로벌 기업들이 줄도산 위기를 맞기도 했다.

부동산에서 불씨가 생긴 대침체의 불구덩이를 흙발로 벗어난 우리나라는 경기도 신도시 버블이 사라지면서 인서울 선호 현상이 강해졌고 그 여파가 현재까지 이어지는 중이다.

아울러 대침체를 거론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이런 파국에서 오히려 돈맥을 캐낸 존 폴슨이다.

뉴욕대 경영대를 수석 졸업하고 하버드 MBA를 거친 1956년생의 헤지펀드 매니저 존 폴슨은 헤지펀드업체 폴슨앤컴퍼니의 설립자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 거품 낀 자산을 찾아 하락에 베팅을 해 거금을 손에 쥐었다.

그러나 고수익 고위험을 추구하는 존 폴슨의 전략 역시 위험천만이다.

지난 2010년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폴슨앤컴퍼니는 2007~2008년 골드만삭스가 판매한 부채담보부증권(CDO) 설계에 참여했는데 기초자산이 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 중 고위험도의 채권을 넣으면서 CDO 가치 하락 시 이익이 나는 CDS를 사들여 10억 달러 이상을 챙겼다.

위험을 보는 안목으로 세계만방에 명성을 떨친 폴슨은 검은 거래자라는 오명도 추가하게 됐다.

여기 더해 위험에 매력을 느끼는 존 폴슨이 발등 찍힌 사례도 여럿이다.

지난 2014년 겨울에 폴슨앤컴퍼니의 이벤트 드리븐 펀드는 27%의 손실을 입었다.

인수합병, 증자, 분사, 파산 등의 기업 이슈에 투자하는 이 펀드는 과거 돈줄을 당기게 해줬던 패니메이와 프레디 맥에 투자했다가 돈을 잃었다.

뻔한 얘기지만 과거의 성공이 현재와 미래를 엮어주지는 않는다.

전문가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정금철의 정주행’ 첫 편에 쓴 결어를 인용하기에 적절한 때다.

주식투자에는 왕도가 없다. 투자의 정석은 실패를 최소화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 경험을 쌓는 것이다.

특히나 장기투자는 한 업종, 한 종목 투자 원칙을 되새기며 그나마도 종목을 나눠 위험을 분산시켜야 한다.

정금철 이슈에디코 편집국장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