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빌 게이츠는 최근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컴퓨터 분야 기술 혁신가인 그가 지난 10년간 몰두한 주제가 바로 기후변화다. 이는 기후재앙이 세계인 삶뿐만 아니라 세계 정치·경제에 주 관심사가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빌 게이츠 연구에 의하면 연평균 약 510억 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있으며 2050년까지 제로(zero)화가 목표다. 더는 늦출 수 없는 과제라고 한다. 인간에 의해 배출되는 온실가스 현황은 제조과정 31%, 전력 생산 27%, 동식물 기르기 19%, 이동 수단 16%, 냉·난방 7%라고 한다. 빌 게이츠는 온실가스 제로화 정책이 혁신 기술과 국가 정책, 소비자의 수요에 해법이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 연평균 화재 건수는 약 4만 건에 이른다. 1건의 화재는 짧게는 1시간 이내에서부터 길게는 2주, 3주까지 이어지는 화재도 잦다. 전 세계로 확대해보면 화재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빌 게이츠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화재의 온실가스 배출은 갑작스레 발생하고 고농도이며 대기에 여과 없이 방출된다. 게다가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까지 인간에게 엄청난 피해를 준다. 그러므로 화재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제로화를 위해 화재도 제로화 정책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화재의 제로화를 위한 방법은 있을까?

소방청 2020년 화재 원인별 통계에 따르면 부주의 50%, 전기적 요인 24%, 기계적 요인 10%, 방화 2%, 기타 14%라고 한다. 그동안 화재는 갑자기 발생하는 인터럽트(interrupt) 경향으로 완전하게 예방할 수 없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화재통계만 살펴보더라도 부주의가 절반이다. 게다가 전기·기계적 요인도 전기와 기계를 부주의하게 취급한 사람들의 과실이 대부분일 것이다. 인적 부주의가 대부분인 통계자료를 보며 자칫 인적 요인만 탓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는 4차 산업혁명 시대로 고차원의 기술이 발달하였으며 사람이 실수하더라도 시스템적으로 방지 가능한 시대다.

화재의 제로화 정책은 온실가스 제로화 정책과 같이 혁신 기술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사람이 부주의하더라도 불은 차단할 수 있는 혁신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가스레인지가 과열되면 자동 차단되는 시스템은 현재 개발되어 사용하고 있는 좋은 사례이다. 부주의에서도 가장 높은 원인인 담뱃불도 2015년 ‘저발화성 담배’로 진화되어 화재 예방이 된 측면은 있지만, 담뱃불 티까지 완전히 차단하는 담배 개발이 시급하다. 향초 불도 완전 탄화하여 흘러내리지 못하도록 마감처리 하는 방법도 화재를 막을 수 있다. 또한, 전기·전자 제품도 과열 차단 시스템을 강화하여 화재를 막을 수 있다. 이렇게 주요 화재의 핵심 원인을 막을 기술만 혁신적으로 발전시킨다면 화재 제로화를 이루지 못할 이유도 없다.

화재 방지 혁신 기술은 공급자의 공급 의지와 수요자 구매 의지에서 나온다. 그러나 이윤이 많지 않아 공급자의 공급에 의지할 수 없다. 그래서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혁신 기술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립소방연구원과 KFI 인증기관인 한국소방산업기술원 등은 매년 화재 안전을 위해 연구 과제를 수립하고 연구에 매진한다. 이 기관들의 연구를 영세 공급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혁신 기술 개발연구로 변경하여 그들에게 혁신 기술을 무상 제공해 주는 것을 검토하길 희망한다.

황인호 오산소방서 화재조사관 소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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