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신장동의 골목을 지나다 보면 이태원에서 느꼈던 이국의 생경함을 느끼곤 한다.

깊은 골목 안쪽까지 들어서면, 낡은 듯 하면서도 트렌디한 카페가 하나 나온다.

‘협업공간_한치각’이라는 이름의 이곳은 사실 카페라고 하면 한울 한치각 대표와 이생강 공동대표에게 눈총을 받을 수도 있다. 신장동 문화의 중심이라는 정체성이야말로 이 공간을 표현하는 단어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름 불볓이 쬐는 6월에 한치각에서 둘을 만났다.

 

- 한치각에 대해 소개 부탁한다
"협업공간 한치각의 대표 빈울과 이생강이다. 한치각은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어졌고 지난 10월 오픈 이후 지금까지 운영중이다. 지역주민과 함께 문화를 나누고자 만들어진 공간이라고 소개 할 수 있겠다."

- 한치각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지어졌나?
"목공작업을 할 때 자주쓰는 다루끼라는 각재를 우리나라말로 한치각이라고 한다. 또 가장 기본이되는 치수가 바로 한치다. 그래서 문화의 가장 밑바탕이자 기본이 됐으면하는 마음에 한치각이라는 이름을 짓게 됐다."
 

- 신장동이라는 곳에 자리하게 된 이유가 있나?
"지금 이 건물만 놓고 본다면 우연히 발견했다고 볼 수있다. 하지만 신장동에 자리한다는 것으로 보자면 평택 송탄이 가진 장점들을 잃을 것 같다는 위기감에 이곳에 자리하게 됐다고 할 수 있다. 이태원같으면서도 이태원과 느낌이 다른, 그런 살아있는 골목의 느낌을 간직하고 싶어서다. 신장동은 송탄시가 없어지면서 역사속으로 사라져간 많은 이야기들을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다. 60~70년대 군부대 앞의 골목을 유지하고 있는 마지막 보루라 할수 있다. 우리처럼 옛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이곳의 이야기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오게 됐다."

- 주요 활동은 어떤 것이 있나?
"10월 처음 오픈 했을 당시에는 벽화 사업을 했다. 기찻일을 만들었는데, 보통 벽에다 그리는 벽화를 바닥에 그리는 작업을 했다. 이곳의 사람들은 이곳 한치각이 어떤곳인지 잘 모르는데다 문화를 접하는데 어려워 한다. 우리는 그런 문화의 문턱을 낮추는 일을 하고 있다. 청소년들과 봉사활동도 하고 외국인 관광객들과도 만난다. 또 평택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을 이곳에 초대해 전시도 진행하고 주민들과 함께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하기도 한다."
 

 

- 빈울 대표는 어떻게 한치각을 만들게 됐나?
"나는 원래 평택을 고향으로 두고 서울에서 오랫동안 타투이스트로 활동을 했다. 평택에 내려오게 된것도 고향이라는 점도 있었지만 미군들을 대상으로 타투이스트 작업을 할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이곳으로 오게됐다. 그렇게 돈을 벌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왔다가, 평택의 많은 부분이 없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던중 이생강 대표를 만나게 됐다. 그덕에 한치각을 만들게 됐다."

- 이생강 대표는 어떤가?
"나는 원래 문화기획과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었다. 독립기획도 했었고 도시재생과 관련해서도 일을 하곤 했다. 시흥에서는 시흥 문화발전소 창공에서 유휴공간을 재생하는 일을 하기도 했는데, 아는 큐레이터를 통해 빈울대표를 소개 받아 이곳까지 오게 됐다."
 

- 기획자로서의 노하우가 도움이 됐나?
"도시재생을 하면서 새로운걸 만들기 보다는 본래 가지고 있던 것을 활용하는 방법을 많이 쓰곤 했다. 한치각을 만들면서도 그런 부분을 많이 차용해서 만들었다. 2층의 문화공간을 살펴보면 지저분해 보이지만, 사실 이는 공간이 가지고있는 과거의 이야기를 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의도적으로 만든 것이다. 물론, 경제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었다."

- 경제적인 부분에 어려움을 많이 느꼈나?
"자금을 만들고 공사를 하는 과정에 많이 느꼈다. 현재 이곳은 월세로 마련된 공간이다. 또 내부 철거등의 작업을 직접 해야 하는 등 어려운 부분이 많이 있었다. 또 주변 사람들의 ‘그런일 해서 돈이나 벌수 있겠나’라는 염려섞인 시선들도 부담스러웠다."
 

- 외적인 부분은 어땠나?
"처음에 이곳 시민들이 경계심이 있는 편이었다. 마음의 여유가 다들 없는 편이다. 왜 이곳에서 문화를 배우고 경험해야하는 지에 대한 의심도 기저에 있기도 했다. 처음 사람들이 오는데 많은 어려움이 었었다. 실제로 한치각을 만들기 전에 근처에서 설문조사를 하기도 했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미술관을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만나고 하다보니 경계심이 많이 풀렸다. 아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다."

- 앞으로의 계획은?
"단기적으로 보자면 이곳에 제대로 자리를 잡는것이 목표다. 이달 말까지 진행할 프로그램도 있고, 다음달에도 진행할 여러 가지 문화 프로그램들이 있다. 이프로그램들을 잘 진행하면서 자리를 잡는 것이 목표다. 또 장기적으로는 살아남으면서 문화의 중심이 되고싶다. 5년, 10년뒤에도 이 공간을 유지하면서 신장동의 문화 텃밭을 만들고 싶다. 숙제가 한가지 더 있다고 생각한다. 한치각 같은 문화공간들이 다른 지역에서 생겼다 없어지는 모습을 많이 봤다. 그 모습들을 보면서 카페를 함께 하며 최소한의 수입을 유지해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생각보다 잘되고 있어 1층 카페와 2층 전시공간의 조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백창현기자
사진=김근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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