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립공연단 제 15회 정기공연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마음은 춤춘다’는 영국의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시 ‘무지개’에서 따온 제목이다.

이 공연은 구태환 수원시립공연단 예술감독과 정의신 작가가 제작해 지난해 서울연극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공연을 보기전부터 이 공연의 존재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다. 구 감독이 수원시립공연단으로 오게되면서 부터 이 공연을 볼수 있게 될것인가 기대를 하는 사람도 더러 있었고, 그의 인터뷰나 언급을 통해 공연의 내용도 조금은 알게 됐을 것이다.

지난 26일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진행된 공연을 보고 나와서 한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 공연은 그 내용을 최대한 모르고 갈수록 더욱 그 감동이 진한 종류였기 때문이다.

철거를 앞둔 단관 영화관인 ‘레인보우 시네마’를 배경으로 한 이 공연은 일견 이제는 조금 식상하게 느껴질 것 같은 구시가지 철거민의 아픔을 다룰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시작한다. 등장인물들의 철거 직전의 영화관을 정리하는 모습은 유머러스하면서도 활기차게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삶의 터전을 잃는 사람들이 자신의 미래를 다시 한번 계측하고 활기찬 모습을 보이는 모습에 약간의 괴리감을 느끼려던 순간 극은 한 인물의 대해 언급하며 서서히 반전된다. 지금까지 이끌어왔던 활기찬 분위기 속에 숨겨진 서글픈 이야기가 등장인물들의 대사로 풀어져 나오면서 이야기를 완성 시키자, 지금까지 단순해 보이던 배우들의 몸짓과 행동이 입체화 된다.

이 연극은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기억과 슬픔을, 그리고 한발자국 더 나아갈 용기와 고백을 담고 있다. 그리고 자칫 무거울수 있는 그 이야기는 등장인물들의 유머를 통해 웃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준다.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는 않도록 느슨하먼서도 아련하게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대사가 일품이라고 할수 있겠다.

극의 마지막은 새드 앤딩일 수도, 굿 앤딩일수도 있다. 이제는 기억속에 슬픔을 묻어 잊게 될것이라고도, 또 그 과거를 발판으로 다시한번 삶을 살아가는 힘찬 발걸음으로 볼수도 있다. 어떤것으로 받아들이던, 무지개가 뜬 하늘을 바라보던 등장인물의 독백은 마음한켠에 아련하게 남을 것이다. 우리가 잊고 살아도 언제던 하늘에는 무지개가 뜨기에.

백창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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