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확산되기 이전 수원 행궁 광장을 지나며 조선시대 군복을 차려입은 무사들이 무예를 뽐내는 모습을 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도내 유일의 시립 무예단이자, 전국에서 유일하게 무예도보통지 24기를 수련하는 공공단체인 ‘수원시립공연단’의 무예단원들의 모습이다.

높은 마천루가 내려다 보듯 둘러 싼 도심 수원에 근대시기의 무예가 펼쳐지는 모습은 신·구의 묘한 조합을 느끼기도 한다.

이번 인터뷰에는 수원시립공연단의 단원인 임채환 단원을 초대했다.

- 자기소개부탁한다
"올해 31살이 된 수원시립공연단 무예단원 임채환이다. 무예단원이 된것은 5년 전이고 그전에는 태권도 시범단에 오랫동안 소속 돼 있었다. 수원시립공연단 무예단은 조선시대 군용 무술인 ‘무예보통지’에 수록된 무예들을 수련하고 대중에게 보여주는 단체다."

- 태권도로 시작해 무예단으로. 태권도를 시작하게 된 시기는 언제인가?
"기억하기로는 중학생 시절이다. 당시에 몸이 약했는데, 부모님의 권유로 태권도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태권도 자체보다도 건강을 챙기기 위해 배우고 있었다.

그러다 계속 태권도에 흥미가 생기고, 특히 격파 같이 대중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을 내보이면서 환호를 받는게 너무 즐거워 져서 계속 태권도를 하게 됐다."
 

- 거의 평생을 태권도를 한것인가?
"20년가까이 됐다고 볼수 있다. 이후 진학도 태권도로 했고, 중학교 2학년때부터 태권도 시범단 활동도 계속 하게됐다.

워낙 태권도에 대한 열정이 커서 대학 진학시절에는 비싼 개인레슨비를 감당하기 위해 친구와 둘이서 입시를 준비하곤 했다.

운동장에서 친구와 함께 인터넷 등을 이용해 연습했고, 운이 좋게 진학 할 수 있게 됐다."

- 보통 태권도로 진학을 한 뒤의 진로는 어떻게 되나?
"내경우에는 국가대표 시범단이나 겨루기 전국대회를 토대로 일정 단체에 입단하는 쪽으로 많이 진학하곤 한다. 또는 지도자의 길을 걷는 경우도 있다."

- 무예단으로 진로를 결정하게된 이유가 있나?
"태권도는 직업적으로는 활성화가 된 길이 좁은 편이라고 생각했다. 또 무예 24기의 전통과 군사무예로서의 가능성. 무술이 아닌 무예로서의 매력을 더 느꼈다.

- 그렇다면 태권도를 하다가 무예단에 입단하게 되는것은 특이한 경우인가?
"그렇다고 할수 있다. 사실 나도 태권도만 할줄 알았지 무에보통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다. 태권도는 창이나 칼을 쓰는 무예가 아니기 때문이다.

졸업후 진로에대해 고민을 하던중, 친구가 이곳 수원시립공연단이 무예단원을 모집한다는 것을 알려줘 그때 처음 알게 됐다.

다만 단원중에는 태권도 또는 다른 무술을 하던 사람들이 많이 있다."
 

- 무예단 입단에 통과하게 된 노하우가 있었나?
"내 경우 오랫동안 시범단을 했던 노하우가 주효했다. 시범단 활동을 통해 배웠던 시선처리라던가 눈빛 등이 무예단에서도 필요한 덕목이었던 것같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무예단원들은 무예만 할 뿐 아니라 어느정도의 연기력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보통 태권도 시범은 멀리서 보는 경우가 많은데, 시범단 활동을 하며 해외에 나가보니 아주 가까이에 관객들이 오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했던 시선처리와 연기등을 갖추고 있었는데 그 노하우가 입단하는데 좋은 영향을 끼친것 같다."

- 앞서 얘기한대로 무예 수련 뿐 아니라 연기력 부분도 필요한 활동이다. 어려움은 없었나?
"처음에는 아무래도 어색한 부분이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한 무예는 몸으로만 보여주는 것이었다면 무예단의 공연들은 디테일한 부분에서 연기를 해야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어려운 부분은 다른것도 많았다. 특히 무예보통지 24기에 포함되는 마상무예가 많이 어려웠다.

다른것 보다 ‘말’에 친숙해 지는 것이 어렵다. 말을 타는데 까지만 1년이 넘게 걸릴정도다.

또 무기를 다루는 무에의 특성상 다치거나 부상을 입는 경우도 있었다."

- 가족들은 어떤가?
"처음 공연을 봤을때 부모님이 많이 칭찬해줬다. 태권도 시범과 달리 힘이 있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이라고.

또 마상무예를 보고나서는 많이 걱정해주기도 했다."

- 최근에는 코로나19나 폭염에 공연 및 연습에 차질은 없나?
"그런것 때문에 집에 무예24기 교본을 두고 혼자 연습을 한다. 공원이나 공터에서 맨손으로 권법 연습을 하기도 했다. 곧 있을 공연에 대해서도 연습을 계속 하고 있다."
 

- 어떤 공연인가?
"정조대왕과 호위무사에 대한 이야기다."

- 연습을 열심히 한만큼 직업병도 생길것 같다.
"일상속에서 계속 연습을 하려는게 좀 있다. 길을 지나다가도 긴 막대가 보이면 주워서 휘둘러 보기도 한다. 옆사람이 깜짝깜짝 놀라기도 한다."

- 앞으로의 계획은?
"좀더 완성도 높은 무예를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좋은 공연을 보여주고 싶다. 좀더 멀리 보자면 무예24기와 태권도를 결합한 공연을 연출하고 기획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먼 훗날에는 내가 직접 단원을 뽑아서 공연을 기획하고 싶다는 꿈을 꾸고있다."

백창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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