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너무 나쁘다. 주머니가 얇은 젊은이들로 넘쳐나던 지하상가조차 걷기에 쾌적할 정도로 사람들이 듬성듬성하다. 코로나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서민경제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대학의 취업 담당 부서를 맡고 있는 필자가 체감하는 취업난 역시 예년과는 현저히 다르다. 작년도에는 그래도 어느 정도는 취업률이 하향 정체되었다. 그러나 금년도 하반기 취업시장은 훨씬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도 이맘때보다 취업공고가 훨씬 줄었기 때문이다. 비대면 2년째이다 보니 다음 학기에는 한 번도 대면조차 못한 석사과정생들의 논문을 지도해야 한다. 마스크를 쓴 채 온라인강의로만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다보니 학생들의 이름과 얼굴이 전혀 매칭 되지 않는다. 이 같은 비정상적 상황은 우리 집이라고 피해가지 않았다. 열 번이나 면접을 하고서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던 법무관 출신 아들은 겨우 월요일에서야 출근을 하게 되었다. 변호사 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다.

오랜 격리생활로 전통적인 산업시장은 무너지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세상은 날로 붐업이다. 수많은 한류 콘텐츠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으며 유튜버나 크리에이터들이 막대한 부를 창출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IT기기로 연명을 하다 보니 이 흐름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들은 도태되는 것이 당연하리라.

세상의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범죄 역시도 빠른 속도로 변질되고 있다. 이제는 집밖으로 나와 피해자를 물색해야만 벌일 수 있는 범죄들은 사양길이다. 강도나 유괴, 가택침입 절도 등이 대표적인 죄명들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지 않으니 고전적 유형의 범죄 발생률은 하락하고 있다. 대신 디지털 공간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들은 증가일로인데, 대표적인 것이 온라인 마약거래나 디지털 성범죄이다. 예상한대로 이런 범죄들은 특히 십대와 이십대 사이에서 범람하고 있다. SNS를 이용하여 젊은이들은 범죄에 가담하기도 하며 동시에 또 피해에 노출되기도 한다. 하루 중 온라인 활동을 하는 비중이 높을수록 이런 위험에 빠질 가능성 역시 심각해지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 범죄에 가담하는 사람들은 거의 모든 일상이 이런 온라인 활동에 몰입되어 있다는 사실인데, 그러나보니 오프라인생활의 비중이 매우 낮다. 눈만 뜨면 등교도 수업도 시험도 오락도 모두 온라인으로 한다. 그러다 보니 직접 몸소 체험하여 터득해야 하는 경험, 즉 사회화과정은 통째 잘 이루어지지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성교육을 생각해보자. 과거에는 실제로 이성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상대의 맘에 맞추어 상호작용함으로써 성에 대한 이해도를 습득하였었다. 미팅도 하고 연애도 하며 상대와 신경전도 벌이며 이별도 고해봐야 사상도 성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는 이런 직접 체험의 기회가 제공되기 어렵다. 채팅엔진에서 사람들을 만나 대화도 나누지 않은 체 성을 주고받는다. 온라인 물품거래처럼. 감정의 교류 따위는 디지털 공간 속에서는 가능하지 않을 뿐더러 중요하지도 않다. 혹시 관계라는 것이 운 좋게 형성되었다가도 인스턴트 한 이별로 끝이 난다. 일방적인 문자 통고로도 헤어짐이 가능한 시대다. 그러다보니 사람과 대면하여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데에 정성을 들이지 않는다. 모르는 사람을 만났다가는 까닥하다 코로나에 감염될 뿐 아니라 여러 가지 범죄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구감소의 속도는 비대면사회로 인해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사람들이 만나지 않고서는 사랑도 가족도 이루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연 미래를 위하여 준비해야 하는 것이 첨단기술에 대한 개발과 습득뿐일까? 비대면 세상의 위기 속에서는 오히려 농경사회에서처럼 인간의 근본으로 좀더 돌아가야 하는 것은 아닐까? 백신만으로 비대면사회의 부작용이 모두 종결될 수 있을지 정말 걱정스럽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교수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