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숲에 둘러싸인 미군기지와 일본육군 조병창. 사진=연합뉴스
아파트 숲에 둘러싸인 미군기지와 일본육군 조병창. 사진=연합뉴스

인천시민사회단체가 캠프마켓 시민참여위원회에 캠프마켓 1780 건물(B구역 조병창 병원 건물)의 철거를 재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또 이들은 박남춘 시장이 행정의 책임자로서 철거 관련 논란을 종식하고 조병창 병원 건물 존치를 결정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인천지역 시민·시민단체, 시·구의원 등으로 구성된 ‘일제 침략과 강제동원의 상징 조병창 병원건물 철거를 반대하는 시민들’은 23일 성명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캠프마켓은 반환과 환경오염 정화, 활용 계획 등 모든 면에서 시민들의 참여와 공감대 형성을 통해 결정돼왔다"며 "시민참여위원회는 이러한 태도를 잃지 말고 그동안 캠프마켓 내 건물을 존치하려 했던 결정을 바탕으로 병원 건물 철거에 대한 재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캠프마켓과는 시민참여위원회에서 3월 존치여부를 결정했음에도 6월 회의에서 존치 결정과 반대되게 철거 계획을 보고하는 등 시민참여위원회의 의사 결정을 왜곡했다"며 "시장은 시민을 대신해 캠프마켓과의 비민주적이고 근시안적인 관료적 행정행태에 일침을 가하고, 조병창 병원 건물의 존치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시민참여위원회는 지난 6월 복원을 위한 기록화를 전제로 병원 건물 철거를 결정했다.

그러나 이달 초 문화재청이 조병창 병원 건물의 철거를 유예해 달라고 시와 국방부에 요청하면서, 이들 관계기관은 조병창 병원 건물 철거 유예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캠프마켓 토양 정화를 위탁받은 한국환경공단은 20일로 예정했던 캠프마켓 내 조병창 병원 건물의 철거 작업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시민사회단체와 역사학 전문가 등 학계에서는 일제 강제징용의 역사적 증거인 조병창 병원을 철거하지 않고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캠프마켓은 일제가 조선에 설치한 무기공장 ‘인천육군조병창’이었다. 철거논란이 불거진 캠프마켓 1780 건물은 캠프마켓 B구역에 위치해 있는데, 조병창 병원의 일부로 알려졌다.

당시 조병창 병원은 무기 제조 과정에서 산업재해를 당한 어린 학생을 비롯한 많은 부상자들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돼, 문화유산으로서의 종합적인 가치를 검토하고 보존관리 방안을 협의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돼왔다.

시 캠프마켓과 관계자는 "시민참여위원회는 지난 3월 조병창 병원 존치를 결정한 것이 아니라 존치 여부를 유보했던 것"라며 " 6월 회의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던 것은 사실이나, 논의 끝에 조병창 병원 건물을 철거하기로 최종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조병창 철거 반대 성명서에는 홍미영 전 부평구청장과 김종인·박인동·송민호·조선희·조성혜 등 인천시의회 시의원을 비롯, 지역 내 구의원과 학계 전문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시민 302명이 참여했다.
박유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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