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되었다. 중소기업 경제단체들의 유예 요구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2018년 3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3년 만에 모든 노동자들은 한 주에 주 52시간 이상 근무를 넘길 수 없게 되었다.

일과 삶의 균형, 워라밸(Work Life Balance)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이며,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화두이다. 그러나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기업 현장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은 필요한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 인건비도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정부는 1년간의 유예 준비 기간을 준 만큼 바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업계 곳곳의 중소기업은 다양한 형태와 상황으로 존재하고 있는 만큼, 그 파장도 넓고 치명적일 것이다. 비단 50인 미만 사업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소기업 대부분이 영세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주 52시간 근로제는 근로기준법상 1주의 법정 근로시간은 40시간에 연장 근로시간 12시간을 넘지 못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근로자들의 업무시간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취지이다.

2020년 한국의 근로 시간은 OECD에 가입한 국가 중 36위, 코스타리카, 멕시코, 콜롬비아 다음으로 높은 순위이다. 한국은 1천908시간을 일했으며, OECD 평균은 1천687시간, 독일은 1천332시간으로 가장 적게 일했다.

반면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어떠할까?

2019년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OECD 회원국 가운데 30위(40.5달러)로 최하위권이다. 한국보다 생산성이 낮은 국가는 칠레(27.0달러), 그리스(33.9달러), 헝가리(38.2달러), 라트비아(37.1달러), 멕시코(20.3달러), 포르투갈(40.2달러)뿐이다.

최근 모 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보도자료, 2021.

은 연간 근로시간이 짧은 덴마크(1,380), 노르웨이(1,384), 독일(1,386), 네덜란드(1,434)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들 국가는 한국보다 근로시간은 짧고 소득이 많았으며, 한국은 이들 국가보다 1.4배 더 일하면서 소득은 절반 수준이다.

이들 4개국은 한국의 70% 수준으로 일하면서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한국(40.5달러)보다 2배 이상 높았으며, 한국은 이들 국가의 평균(73.3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 도입에 가장 큰 쟁점은 임금 감소 우려, 노동생산성 회복, 탄력근무제 시행 등이다. 무엇보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월급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가장 클 것이다.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기업은 근로시간이 적어지는 만큼 임금을 적게 줄 수밖에 없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이전에 받았던 임금보다 줄어들게 된다. 근로자들은 임금이 줄어들면 투잡, 쓰리잡을 뛰게 될 수밖에 없다. 겹벌이(투잡)가 늘어날수록 제도 취지 자체가 무색해질 수 있다. 저녁을 위한 삶이 아닌 저녁을 사 먹을 돈과 시간이 사라지게 된다.

고용주는 줄어든 임금만큼 근로자들이 산업계를 떠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생산량 확보를 위해 새롭게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 당연히 비용은 커지게 된다. 이러한 문제해결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추가지원이 절실한 이유이다.

정부의 주장대로 주 52시간 근로제가 근로시간을 줄여 근로자의 생활과 생산성에 도움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주 52시간의 시행을 무조건 배척하지도 못할뿐더러 시대의 흐름을 막을 수도 없다.

근로시간을 획일적으로 줄이는 것은 생산성을 높이는 해법은 아니다. 추가적인 인력과 비용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생산성은 그대로인 반면 근로시간은 줄고 노동비용은 증가한다면 기업의 경쟁력은 떨어지게 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그렇게 되면 중소기업은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그러면 지금의 상황을 보완할 방법은 무엇일까?

노동자나 노동조합이 사업주와 개별 협상 등을 통해 근로시간을 정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선택지를 주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노조와 사용자가 합의해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의 확대가 대표적이다.

추가근로 시 이를 유급휴가로 적립하는 타임뱅크제(근로시간저축제) 또한 고려해 볼 수 있다. 독일은 휴식 시간을 제외하고 1일 8시간을 초과해서는 안 되지만. 1주간 최대 근로시간에 대해서는 단체협약을 통해 법과 달리 근로시간을 정할 수 있다. 근로시간을 자신의 계좌에 저축해 뒀다가 휴가나 휴식이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제도다. 하루 8시간 일하기로 한 직원이 그날 10시간을 일했다면 2시간은 저축되고 휴가를 쓰고 초과한 만큼 근무를 해도 된다. 독일 기업의 절반가량이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좀 더 자유롭게 제도화되어있다. 최대 근무시간이 없다. 애플 같은 IT기업들의 야근이 많긴 하지만 미국 연방법인 공정근로기준에 의해서 1주 40시간을 넘기면 시간외수당으로 통상임금의 1.5배를 주게 되어 있다. 시간외수당을 주지 않아도 되는 예외 업종도 많다. 이를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으로 다른 노동자를 지휘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고위직이거나 책임자급에 해당하는 노동자에 대해서는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에 관한 규정 적용을 예외적으로 규정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정부는 당위성에만 매몰되어 현장의 목소리를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할 장애물만 만들어 낼 뿐이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 하더라도 사람마다 다르고 부작용도 고려하지 않는다면 올바른 처방이라 볼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제도 시행을 유예해야 하며, 좀 더 효율적인 방법론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김태균 엑스퍼트 컨설팅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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