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내가 하던 말을 친구가 따라하면 화를 버럭 냈던 기억이 난다. 그 말따라하기는 장난스러운 것도 있지만 내가 독창적으로 한 말을 그대로 따라한다는데 대한 반발이기도 하다. 이러한 일들은 어릴 적 누구나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밈’ 현상은 특히 연예인이 입는 의상이라든지 기호품을 흉내 내거나 코미디언이 하는 말을 따라서 흉내 내는 경우를 말한다. 그러한 심리는 인간의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는 모방의 심리가 생물학적 DNA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문화와 접맥이 되면 유행을 낳고 그것이 새로운 문화로 형성되기도 한다.

요즈음의 정치현실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러한 ‘밈’ 현상이 난발되고 있다. 어떤 후보 진영에서 좋은 정책을 개발하면 교묘히 변질시켜 독자적 계발인양 포장한다거나 국민의 세금으로 낸 돈을 마치 자기 돈 인양 비슷한 공약을 마구 쏘아댄다. 그 공약은 조세희가 쓴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아니었다. 바람이 잔뜩 들어간 풍선처럼 언젠가는 터져야할 위험을 안고 있는 공약이다. 또 누가 신조어로 후보를 부각시키는 유행어를 만들어내면 따라서 그것을 모방한 용어를 만들어 내어 자연스러운 것처럼 위장하여 억지로 유행되게 하는 얄팍한 수단들이 난무하고 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대통령 선거에 국민을 위한 공약은 간데없고 마타도어로 흠집 내기에 급급하다. 그러다보니 너도나도 따라하게 되고 폭로의 장을 조성하여 관심을 끌게 해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유치한 노이즈마케팅 전략이 숨어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물론, 대통령이 되기에는 확고한 국가관과 철학, 가치관, 세계관이 확실해야 하지만 질 낮은 수단으로 코미디하듯 인기만 끌고자 하는 모사꾼의 수법처럼 보여 씁쓰레함을 금할 수 없다. 그 예로 최근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자 너도나도 청년들에게 점수를 따기 위해 과도한 공약을 남발하기도 한다.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고 기대를 갖게 해야 하는 것은 지당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으로 환심을 사는 듯한 감을 지울 수가 없다.

대통령은 누구인가, 두 말할 필요도 없이 국민의 대표자고 한나라를 이끌기 위한 지도자다. 당연히 기본적 검증을 거쳐야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거대한 쑈를 보는 것 같다. 시대적 풍조가 몇 십 년 전보다는 확연하게 변했다고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보여 주기 식, 폭로하기 식, 선거전이 치러진다면 옳고 그름을 어떻게 판단하란 말인가, 모 대통령 후보자가 내 걸었던 공약이 허황된 공약이라고 비웃던 공약이 현실이 되고 그것이 서로 내가 원조라고 하며 대선전이 말싸움과 사기성 공약으로 도배질하고 있다. 공정한 사회, 정의로운 사회로 누구나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야 하는데, 숙성되지 않는 설익은 정책들이 투기를 조장하고 나만 잘살고 보자는 이기심만 자극하여 핵가족 사회가 가진 장점을 무너뜨려 나 이외에는 아무도 필요가 없다. 라는, 이기주의가 증폭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제 일 차 세계대전 후 미국의 브크맨이 부르짖은 도덕재무장운동이 다시 일어나야하지 않을까. ‘밈’ 현상은 유흥과 오락에서는 재미와 흥미로 일어나는 현상일지라도 국가의 정책이나 대선 후보들의 선거판에서는 사라져야 할 문화이다.

이 현상은 문학작품을 패러디하는 것처럼 창조적인 것이 배제되고 그럴듯한 모방을 양산하여 새로움을 추구하고자하는 국민의 여망을 져버리는 혼돈을 초래할 것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정치에 있어서는 ‘밈’ 현상은 절대, 쓰레기통에 버려야 할 불순물이다.

김현탁 한국현대문학연구소장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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