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해북스 내부 사진. 나예은인턴기자
담해북스 내부 사진. 나예은인턴기자

‘내 이야기가 책이 된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보는 일이다. 이런 생각에 이끌려 문을 연 책방이 있다. 수원시 영통동 망포역 1번 출구 앞 동네책방 ‘담해북스’다.

담해북스는 창작을 위한 책방이다. 책방지기 이미연(35) 씨는 출판사에서 퇴사한 뒤 지난해 7월 책방을 차렸다. 처음에는 개인 작업실을 염두에 뒀지만, 출판사에서 일하는 동안 봐왔던 버려지는 원고들이 그를 책방 개업으로 끌어당겼다. 글을 쓰고자 하는 이들이 가장 접근하기 쉬운 공간은 책방이라는 생각에서다.

‘담해’라는 이름은 연못(潭)과 바다(海)를 뜻한다고 한다. 연못과 같은 작은 이야기부터 바다처럼 큰 이야기까지 모두 담는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우리가 사는 이야기는 물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작은 연못이라도 연못의 물이 흘러 큰 바다가 된다. 작은 물이 중요하듯 작은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연못’과 같은 이야기를 담는 방법으로 글쓰기 모임을 선택했다. 책방에서는 예비 창작자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 중인데, 글쓰기에 입문하는 이들을 위한 ‘미션 글쓰기’가 대표적이다. 책방지기가 선정한 주제에 맞게 3주간 매일 500자 내외의 짧은 글을 쓰는 ‘미션 글쓰기’ 모임을 통해 지금까지 50여 권의 작은 책이 완성됐다.

이미연 담해북스 대표가 중부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나예은인턴기자
이미연 담해북스 대표가 중부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나예은인턴기자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며 감격스러운 결과가 잇따르기도 했다. 이 대표는 글쓰기 모임 이전 ‘나는 글과는 관계없다’고 말하던 이들이 모임이 끝난 뒤 ‘나도 글을 쓸 수 있구나’라고 말하는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글쓰기와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일상 속에서 글쓰기란 특별한 게 아니다. 글쓰기 모임을 통해 글에 대한 부담을 덜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쉽게도 현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온라인 모임만 진행하고 있지만, 책방 운영의 묘수는 아이디어에 달렸다. 이 대표는 방역이 완화되면 긴 글 쓰기 오프라인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창작을 위한 공간답게 담해북스의 서가에는 글쓰기, 글 읽기, 교정, 편집 등을 주제로 한 ‘책에 관한 책’으로 채워졌다. 간간이 보이는 에세이도 작가, 편집자 등 책을 펴낸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이 외에도 고객의 요청이 있으면 소설을 입고하기도 하고, 책방지기가 선호하는 작가의 책을 들인다. 진열된 책들로 책방지기와 고객의 취향을 모두 엿볼 수 있었다.

시간을 보내기 위해 가볍게 읽는 책이 있는가 하면, 시간을 내서 읽어야 하는 책도 있다. 책이 지닌 무게는 저마다 다르지만, 그 무게가 책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 대표는 글도 이와 같다고 말한다.

책방에서 진행한 짧은 글 쓰기 모임으로 완성된 책들이 진열되어 있다. 나예은인턴기자
책방에서 진행한 짧은 글 쓰기 모임으로 완성된 책들이 진열되어 있다. 나예은인턴기자

그는 "글은 하나의 도구다. 간혹 내가 쓴 글이 나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럴 필요 없다. 글을 단지 나의 생각을 담는 도구로 생각하고 가볍게 시작했으면 한다"고 했다. 이어 "책방 역시 책을 많이 읽는 사람만이 가야 하는 곳은 아니다. 글을 읽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가볍게 방문해줬으면 한다. 책도, 글도 부담 없이 친근하게 대해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나예은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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