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대학교까지 다녔다. 

대학 졸업 후 서울에서 광고일을 업으로 삼고 살던 어느 날, 지방에서 일하던 선배 한 명이 술 한잔하자고 찾아왔다. 

‘이러고 살면 행복하냐’. 술잔을 기울이던 선배가 던진 말이다. 

‘이 나라가 제대로 되려면 지역도 고르게 발전해야 한다, 가장 취약한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일을 같이 해보자’.

마음이 요동쳤다. 하지만 평생을 수도권에서 살다가 지방으로 내려가는 건 생업을 건 도전이었다. 

일년을 가족들과 고민한 끝에 서울살이를 접고 짐을 싸서 전라북도로 귀촌했다. 

그로부터 6년 뒤 2012년, 그는 완주로컬푸드 대표이사를 맡으며 대한민국 로컬푸드의 신화를 써내려갔다. 

안대성 신임 경기도농수산진흥원장의 이야기다. 

안 원장은 완주로컬푸드 대표를 맡은 뒤 기존 주식회사 형태에서 1천200명의 농민과 100여 명의 직원 조합원이 참여하는 협동조합으로 전환해 전국 최대 규모로 성장시켰다. 

그가 이제는 수원으로 돌아와 경기도, 수도권의 ‘먹거리 전략’을 책임지기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완주로컬푸드의 성공 전략이 궁금하다. 

"많이들 물어보신 질문이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직접 연결되는 로컬푸드의 관건은 소농들이 조직화 돼서 소비자 밥상을 완결적으로 채울 수 있는 품목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직매장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연간 판매되는 품목이 300가지가 넘어야 한다. 그리고 이중에서 150~200가지는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직매장에서 판매되고 있어야 한다. 그간 한국 농업은 돈이 되는 단일품목에만 집중하는 방식으로 성장해왔다. 이 방식으로는 로컬푸드 직매장이 제대로 운영될 수 없다는 판단하에 소농들 특히 고령농가를 별도 조직화해 다양한 농작물을 소량 생산하는 방식으로 밭 모양을 바꾸는 일을 2~3년간 선행했다. 이 구조를 갖추느냐, 못 갖추느냐가 로컬푸드 직매장 성공의 핵심 포인트다. 

또 로컬푸드는 공공성이 핵심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돈벌이로 접근하게 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완주의 성공 비결은 직매장과 같은 하드웨어를 공공에서 만들었다는 것이다. 저렴한 임대료로 직매장을 사용할 수 있었고, 소규모 농가들의 지속가능성을 지원하면서 소비자들의 안전한 밥상을 보장하는 공적가치를 추구했기에 성공이 가능했다. 또 이를 가능케한 것은 협동조합으로 전환이 있었기 때문이다. 농민과 직원 모두가 조합원으로 주인의식을 가지고 사람 몸을 이롭게 하는 먹거리의 원칙을 지켰기에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


-올해 초 진흥원은 ‘경기농식품유통’에서 ‘경기도농수산’으로 명칭을 바꿨다. 수산분야 정책 구상은 무엇이 있는가. 

"수산 분야 첫 걸음은 도내 해양레저와 어촌마을 관광 산업 활성화에 중점을 두는 것이다. 현재 경기바다 전국 낚시대회와 경기바닷길 스마트엔티어링 행사를 기획·운영 추진 중이지만, 코로나19 4단계에 따라 사업추진에 많은 제한 사항들이 있어 낚시대회는 취소됐다. 다만 스마트엔티어링은 앱 개발 및 운영 기획을 하되,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날짜를 조율하면서 진행하고자 한다. 또 수산 분야에 대한 인력 보강과 지원을 강화해 수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첫 번째로는 경기도 수산물 유통망 확대를 위해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 등 입점 지원을 하며 이에 따른 바이어 대상 설명회, 품평회 및 전문가 컨설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마켓경기 입점도 추가로 계획하고 있다. 그리고 수산물 온·오프라인 할인 행사 홍보 등을 통해 수산물 마케팅을 강화할 예정이다.

두 번째로는 수산식품 개발 상품화를 지원하고자 한다. 최근 웰빙 식품, 가정 간편식 식품 시장이 커지는 추세이기 때문에, 연구기관, 학교, 기업 등 연계해 경기도 우수한 수산물을 활용한 소비자 맞춤형 수산식품 개발 지원으로 경기도 수산물 제조가공업체를 지원할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포장재 업체와 연계해 신선유통에 필요한 기술개발, 포장재 개선 등 수산물 유통 조건을 개선해 수산물 유통업자들을 지원하려고 한다. 코로나 시대가 되면서 온라인 주문, 택배 활용도가 높아졌으며 그에 따라 변질이 쉬운 수산물의 특성상 유통 시스템이 가장 중요하게 됐기에 수산물 유통업자들을 지원해 안전한 경기도 수산물 유통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지난해 진흥원이 선보인 ‘구운감자’ 등 밀키트가 흥행을 이뤘다. 향후 신제품 계획은.

"코로나 19로 인한 급식 중단으로 잉여농산물 처분 문제가 대두됐고, 특히 ‘감자’의 경우 저장고에 보관하는 기한이 한계가 있어 전략적인 접근을 했어야 했다. 그렇게 ‘경기식 1호’인 ‘구운 감자’를 출시했고, 작년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온·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총 6만6천823봉을 판매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금은 2가지 상품인 ‘취나물밥+간장불고기’와 ‘취나물밥+간장찜닭’을 개발했고 ‘첫맛남 품평단’을 활용해 소비자의 의견을 수렴, 개선 중이다. 향후 국가인증인 유기가공인증을 취득을 통해 맛뿐만 아니라 친환경적 소재를 적용한 밀키트 개발에 매진할 방침이다. 개발이 완료되면 대체 공공급식에 우선 시범공급해 시장의 반응을 살펴볼 예정이다."


-국내 최초 기본소득 사회적실험인 농촌기본소득은 현재 어디까지 와있나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에 대한 설계 연구용역을 2020년 6월부터 10월까지 총 5개월 진행했고, 용역을 통해 국내외 사례를 살펴보고, 마을선정, 추진방법, 성과목표 등을 검토하고 제안했다. 현재 경기도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에 관한 조례안이 경기도의회에 제출됐고, 보건복지부 사회보장 심의를 마친 뒤 조례안이 통과되면 기본소득 지급 대상지역 선정을 위한 시·군별 설명회와 공모, 사전조사, 평가·선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임기 중 진흥원에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저희 홈페이지를 가면 기관 비전들이 나온다. ‘신뢰를 빚다, 상생을 짓다’ ‘대한민국 공공기관 혁신의 아이콘’ ‘경기도 농정 실행기관’ 그리고 ‘경기도 먹거리 전략 책임 수행기관’ 등이다. 이중 먹거리 전략 책임기관으로서 포지셔닝을 안착시키고자 한다. 현재는 친환경 학교급식에 먹거리 정책이 머물러 있지만, 31개 시·군과 거버넌서를 구축해 유치원과 어린이집까지 공공급식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자 한다. 

가장 큰 화두는 도민의 먹거리 기본권 보장이다. 먹거리가 시장재가 아닌 공공재로 인식돼서 경기도민이라면 소득, 학력, 지역 격차 없이 누구나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경기도 농정해양국과 정책 파트너로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먹거리 이해관계자들과 구체적 방안을 수립해 실행해 나갈 것이다. 

구체적 액션플랜은 먼저 수원에 로컬푸드 거점 직매장을 만들고자 한다. 경기도 농촌지역의 생산물을 수원시민과 연결시키는 광역단위 거점 직매장을 구상 중이다. 수원에 경기남부 거점 직매장을 시작으로 동서남북으로 거점 매장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시·군 단위 직매장들도 만들어질 것이다. 

아울러 진흥원의 경영관리 측면에 있어서는 비전과 철학에 기초한 경영평가 지표관리들을 해내도록 하겠다. 공공기관의 비전과 철학, 존재의 이유를 명확히 인식하고 실천하는 과정이 경영관리의 핵심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경영성과를 관리해내는 지표관리에 중점을 두도록 하겠다."


-경기도 농업·수산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코로나19라는 모든 국민들이 힘겨워하는 상황 속에서 우리 진흥원에 거는 기대가 높을 거라고 생각한다. 경기도의 농업농촌이 처한 어려운 현실을 마주하면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농업인들에게 실질적인 지원과 코로나19시대에 따른 새로운 먹거리 순환체계와 지역농촌을 살리기 위한 대처 방안을 마련하겠다. 

‘소비를 생각하는 생산’을 한다면 자연스레 ‘생산을 배려하는 소비’도 따라올 것이고 농촌과 도시는 서로의 결핍을 줄여갈 수 있다. 경기도는 그 자체로 먹거리 생산자원과 소비자원을 보유한 자족도시이기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시민이면 누구나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보장받을 권리가 있듯이 농민은 좀 더 존경받아 마땅하다. 농어민들이 존중받고 대우받을 수 있도록 경기도농수산진흥원장으로서 끝까지 책임과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

황영민기자
사진=김근수기자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