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대한민국이 독자 개발한 누리호가 우리의 꿈과 열망을 싣고 깊은 하늘 속 700km까지 날아가는 동안 온 국민의 심장이 함께 뛰었다. 비록 누리호의 짧은 여정은 절반의 성공으로 끝났지만, 그것이 온 국민에게 가져다준 희망과 기대는 오히려 더욱 진지한 미래를 향한 희망을 남겨 주었다. 그것은 우리도 형이상학의 대상으로만 간주 되었던 우주의 깊은 속내를 직접 탐사할 수 있는 날이 곧 오리라는 기대였다.

성서 시편 19편에서 시인은 "하늘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고, 창공은 그의 솜씨를 알려준다"라고 말했다. 이것은 고대인들이 하늘에 관하여 어떻게 생각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설명이다. 실제로 고대에 살며 과학적 사고에 충실했던 사람들은 자연의 모든 신비로운 현상과 경이로움을 초자연적 힘으로 이해하며 관찰했다.

하늘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처음 시도한 사람은 천문도와 지도를 만든 아낙시만드로스(B.C. 610~540)였다. 그리고 이후의 아낙사고라스(B.C. 500~428)에 의하여 일식과 월식이 정확하게 설명되면서 하늘에서 발생하는 현상들에 대한 이해가 차츰 밝혀지기 시작했다. 결국, 오늘날 인간은 우주의 나이를 셀 수 있을 정도까지 과학을 발전시켰고, 우주선을 보내 지상에서 바라만 보던 달과 우주의 속살을 관찰하고 있다. 결코 범접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신비의 영역이자 신의 영광을 나타내는 하늘이 인간의 노력으로 그 베일을 벗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주 탐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인류에게 생존의 터전인 지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전환점을 경험하게 한 사건이 있었다. 칼 세이건은 1977년 9월 5일에 발사된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거의 벗어나기 직전인 1990년 카메라를 돌려 지구를 정조준해 찍은 사진 한 장을 받아들고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라고 말했다. 그는 책에서 작은 점으로 표시된 지구의 모습을 가리켜 "저 점을 보세요…. 저것이 우리의 고향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 우리가 알고 들어보았을 모든 사람, 존재했던 모든 인류가 저곳에서 삶을 영위했습니다"라고 말했다. 하늘의 끝, 태양계 끝자락에서 바라본 지구는 거대한 우주에 묻힌 하나의 점이었고, 사방을 뒤덮은 어두운 우주 속의 외로운 하나의 알갱이처럼 보였다.

우리의 낭만적 시선이 머무는 그곳, 그리고 물리적 거리를 훨씬 넘어 또 다른 태양계를 관측할 줄 알게 된 인간의 이와 같은 욕망은 무엇에 기인한 것일까? 단순한 호기심일까, 아니면 낡고 병든 지구를 대체할 새로운 영토를 위한 욕심 때문일까? 사실 인간의 탐험 정신은 오래전부터 사물의 의미를 이해하려는 열망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윌리엄 제임스가 말했듯이 인간의 철학적 관심은 "자연계의 수수께끼들을 발견하고 설명할 수 있는 모종의 질서가 존재한다고 믿는 신앙"을 발생시켰다. 그뿐만 아니라 인간은 누군가에게는 그저 소음을 들을 뿐인 곳에서 음악을 듣는 존재다. 인간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어떤 의미를 찾아 나서고 미래를 관망하는 존재다.

마틴 셀리그먼 교수는 템플턴 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한 ‘호모 프로스펙투스(Homo Prospectus)’를 최근에 출간했다. 그의 팀은 인간에게는 미래를 실용적으로 전망하며, 그것을 위하여 자유의지를 구체적으로 활용할 줄 아는 유일한 존재라는 것을 논증했다. 저명한 역사학자인 폴 존슨은 이러한 인간의 전망적 특성은 그의 창조성에 있다고 말했다. 신이 자신의 형상대로 인간을 창조했을 때 그의 성품과 능력이 미약하게나마 인간의 마음과 몸과 영원불멸의 정신세계에 반영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런 인간의 본성에 영감과 상상력이 결합 될 때 인간은 단순한 호기심을 실용적 목적으로 개발하여 사용하는 창조적 존재가 된다.

인간은 직관이라는 일종의 계시를 통해 자신의 통찰력을 지상에서 영원까지 나타낸다. 인간은 순간의 이면에 감춰진 의미를 만들어 내기보다는 그것을 식별해 낼 줄 아는 존재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은 오늘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전망하는 존재, 호모스펙투스가 맞다. 이러한 인간의 전망적 특성을 바탕으로 지금도 지상과 우주 곳곳에서 그리고 철학적이고 신학적 전망을 통해 우리의 시대를 전혀 새로운 시대로 진입시키고 있다.

차종관 성결대 교수, 세움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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