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세상은 네트워크 세상이다. 디지털 네트워크로 대표되는 21세기 현재는 그야말로 모든 곳 모든 사람이 하나의 디지털 신경계 역할을 한다. 다양한 종류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뿐만 아니라, 그것의 사용자들이 일궈내는 관계망이 또 하나의 노드가 되기 때문이다. 노드란, 데이터 통신망에서 데이터를 전송하는 통로에 접속하는 일종의 신경계다. 이것은 다시 고도로 활성화되고 밀도 높은 상호연결을 지닌 허브와 연결된다. 여기서 적합성의 법칙이 확대 적용되어 자연스럽게 고도의 통합성과 매력적인 링크를 통해 급속한 상호작용을 이룬다. 네트워크 세상은 그렇게 새로운 사회적 공명을 형성할 수 있는 기반을 형성한다.

네트워크는 자연의 복잡계에서나 인공적 복잡계에서 매우 중요하다. 물리학자인 제프리 웨스트는 인간을 포함한 자연계는 황당할 정도로 최적화되고, 공간을 채우고, 그리고 가지를 뻗는 네트워크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거시세계와 미시세계의 공간에서 네트워크는 에너지와 각종 물질을 분배하도록 작용한다. 자연과학은 양자물리학에서 시작하여 뇌과학, 생물학을 아우르는 거미줄처럼 섬세하게 얽혀 있는 인과적 네트워크를 설명해 왔다. 네트워크화된 구조는 지구상에 있는 모든 수준의 생명체와 물리적 영역, 심지어 모든 곳 모든 나라에서 경험되는 종교적 신성함 속에도 존재한다.

이를 뒷받침하듯, 성서는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세상은 신의 섭리라는 매력적인 공명을 통해 창조자를 드러낸다고 말한다. 성서 로마서 1장 20절에서는 "이 세상 창조 때로부터,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속성, 곧 그분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은 사람이 그 지으신 만물을 보고서 깨닫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핑계를 댈 수가 없습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 세상은 모든 실재하는 것과의 거리와 낯섦이 제거된 특별한 공명 공간임을 천명한 것이다. 인간은 그 안에서 만물의 상보적 작용을 통해 존재와 영혼, 원인과 운명에 대하여 질문한다. 또한, 그 안에서 인간은 삶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문명화된 현실을 재창조하는 존재가 된다.

지구라는 생태환경에서 다른 생물들은 감히 인간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인간은 여타 동식물과 다른 고도로 발달된 신경계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 인간의 매개 중심성, 또는 연결 중심성이라고 할 수 있는 네트워크적 상호관계 기능이 심각하게 훼손당하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결정적 원인제공을 코로나19가 했다. 바이러스의 침공은 인류에게 ‘인간 정지(anthropause)’를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정지된 때임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자유로운 이동의 제한 말고는 특별한 불편함을 모르고 살아가는 것 같다. 디지털 세상이 만들어준 문명의 혜택 때문이다. 거미줄처럼 연결된 배송 시스템과 인터넷, 그리고 스마트폰 기술로 인한 소통의 기술이 우리의 필요를 해결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편리한 문명의 이기가 점점 더 상호관계와 타자의 의미성을 무의식적으로 빼앗아 가고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류의 기기는 소통이라는 기능을 배제하고, 점점 더 스스로를 만족하게 하는 동일자를 찾는 도구로 전락해 가고 있다. 동일자는 서로의 차이를 근원적인 일치로 모아내는 일종의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에게는 테러를 자행한다. 더 이상 ‘너’가 없는 사회는 ‘우리’ 또한 존재하지 않는 나만의 세계를 구축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문명적 인간은 점점 나르시시즘적 존재가 되어갈 것이다.

네트워크는 분명 유용성의 측면에서 매우 뛰어난 기능이다. 하지만 그것의 모순성인 또 다른 나를 찾아 자위적 존재로 살아가겠다는 이기(利器)가 된다면, 그것은 심각한 관계 단절이라는 테러를 가져올지 모른다. 테러는 모든 삶의 영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 그때 우리는 곳곳에서 하나의 경험도 하지 못할 것이다. 분명 ‘네트워크(net-work)’는 공명이자 반향이다. 하지만 현실적 우려는 함께 떨림을 경험하는 그 공명의 세계가 점점 축소되어간다는 점이다. 타자와의 만남이라는 경험은 우리에게 분명 고통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우리를 변모시키고, 성장하게 하는 본질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차종관 성결대 교수·세움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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