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전력이 자국 원자력규제위원회(규제위)에 ‘후쿠시마 제1원전 특정 원자력 시설에 대한 실시 계획 변경 인가안’을 제출했다.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위한 준비 작업이 본격화되었다는 신호다. 이에 우리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일본 규제위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는 항의 서한을 발송했다. 서한에는 오염수 처분과 관련하여 우리나라와 충분한 협의나 정보 제공이 없음을 항의하는 내용이 담겼다. 오염수 해양방류의 심각성에 대한 문제 제기나 항의는 벌써 수년째 지속되고 있으나 일본 정부는 아예 모르쇠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월 방사능 오염수를 희석해 바다로 방류하기로 결정했고 이에 따라 도쿄전력은 이르면 2023년 봄부터 방류를 실행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오염수의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추진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 번 정화된 오염수라도 약 70%가 배출 기준을 초과한다는 것은 이미 과학·기술적으로 입증된 상황이다. 일본은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국제사회의 이해를 얻겠다고 밝혔으나 전문가들은 트리튬과 같은 방사성 물질은 완전히 걸러지지 않는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오염수의 해양방류는 일본 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무엇보다 후쿠시마 원전 인근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가장 거세다. 오염수가 방류되었을 때 가장 일차적으로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이 지역 어민들은 특히 수산물의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원전 사고 이후 10년의 시간이 흘러 이제 조금씩 그 성과가 나타나려고 하는 시점에서 오염수 방류가 현실화되면 그 노력이 완전히 무산될 상황에 직면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후쿠시마 주민들의 의견을 먼저 듣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해양방류를 추진하는 것에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염수 해양방류는 일본 정부가 독단으로 결정하고 실행할 일이 아니다. 최인접국인 우리나라에 가장 먼저 협의를 해야 하고 중국 등 주변 국가나 국제사회와 논의가 되어야 할 사안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나 미국이 찬성한다고 강행할 문제가 아니다. 오염수가 방류되면 제주도 해안에 이르기까지 불과 220일이 걸린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나와 있다. 우리 바다와 바다생물, 생태계, 나아가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와 관련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과학·기술적 결과를 반영해야 한다. 방류 시점을 정해놓고 무조건 밀어붙이기 식 추진은 크나큰 오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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