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관극장의 전면 모습. 사진=연합뉴스
애관극장의 전면 모습. 사진=연합뉴스

인천시가 한국 최초 영화관인 애관극장의 공공매입을 보류하면서 애관극장의 운명은 올해 안에 결정되지 못한 채 해를 넘기게 됐다.

시는 22일 애관극장 민관협의체 회의를 열고 애관극장 공공매입을 위한 가치평가용역 결과 보고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해당 용역은 애관극장을 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해 논의 되고 있는 공공매입의 근거를 찾는 내용으로, 지난 8월부터 11월까지 3개월간 진행됐다.

이날 학술 용역 최종 보고에 따르면 애관극장의 역사문화적 가치는 충분하나, 지금 남아 있는 건물에 대한 건축적 가치는 판단하기 어렵다는 결과가 나왔다.

애관극장 건물은 1927년 처음 건립된 이후 리모델링과 개보수를 거쳤는데, 이에 대한 기초 자료 등이 부족해 건축적 가치를 확인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결과에 시는 애관극장 공공매입 여부에 대한 결정을 일단 보류했다. 이날 회의는 용역 결과에 대한 의견 교환 정도만 이루어지며 공회전을 돌았다.

회의는 애관극장 보존 및 활용을 위한 민관협의체 위원 3명과 홍준호 시 문화관광국장, 김경아 시 문화콘텐츠과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민관협의체는 총 14명으로 구성돼 있지만, 일부 위원들은 용역 결과와 시에 대한 불신을 이유로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민관협의체 위원은 "시는 당초 올해 안에 애관극장의 공공매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는데 또 미뤄졌다"며 "학술 용역도 상당히 짧은 기간 안에 진행돼 제대로 된 검토와 평가가 이루어졌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홍준호 시 문화관광국장은 "추가적인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해 공공매입 결정을 보류했다"며 "의견 수렴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는 등 방안을 찾아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구 개항로에 있는 애관극장은 126년 역사를 이어온 한국 최초의 실내극장으로 인천의 영화 르네상스를 이끌어온 대표적인 문화유산이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장기화 등으로 관객이 줄면서 매각 위기에 몰렸고, 이에 ‘애관극장을 사랑하는 인천시민모임(애사모)을 중심으로 공공매입을 통해 근대문화자산으로 보존하고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시는 지난 5월 ‘애관극장 보존 및 활용을 위한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보존 방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왔다. 이와 관련, 민관협의체는 지난달 권고안을 통해 ‘감정평가 결과에 따라 애관극장을 공공매입해 시민을 위한 공공문화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시에 전달한 바 있다.

박유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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