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요즘같이 어수선할 때 상식을 깨부수는 천재 괴짜들의 꿈이
행복으로 가는 작은 단초가 되었으면 좋겠다.

달리(Dali)의 예술세계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는 그의 아내 갈라(Gala Dali)였다.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갈라는 그의 뮤즈이자 동반자였으며, 모델이자 관능적 대상이었다. 달리는 ‘기적 같은 행운으로 선택한 나의 아내’라고 갈라를 칭할 만큼 아내를 사랑했다. 그의 회화 속에서 수없이 많이 등장하는 갈라는 꿈의 세상 속 존재였다. 그 사랑은 맹목적이고 매우 유아적이어서 달리 작품 구석구석 정교하게 스며들어있다. 어딘지 불안하고, 연인 관계에서 일어나는 흐릿하지도, 혼란스럽지도 않은 끈끈한 사랑법이라는 것이 묘하게 숨겨져 있다. 달리의 ‘다가오는 밤의 그림자 The Shades of Night Descending’(1931)는 갈라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의 우울하고 불안한 마음이 담겨 있는 아내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매일 아침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나는 최고의 즐거움을 경험한다. 내가 살바도르 달리로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음에."

‘다가오는 밤의 그림자 Shades of Night Descending’
‘다가오는 밤의 그림자 Shades of Night Descending’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1904-1989)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근처에 위치한 도시 피게레스(Figueres)에서 출생했다. 어린 시절 다양한 미술 사조와 화풍을 실험하며 독자적인 예술가의 길을 개척해나갔다. 길게 솟아 휘어진 콧수염, 이해하기 어려운 기행으로 이슈를 만들었던 20세기 천재화가, 오늘날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 있는 무의식과 상상의 세계를 표현한 초현실주의의 거장에게 붙은 수많은 수식어는 문화전쟁 시대의 아이콘으로 존재하고 있다.

항상 열려있는 태도와 새로운 시도의 상상력으로 세계를 바라보았던 달리의 새로운 시도들은 신선한 감수성을 기대하는 오늘날 현대인들에게는 분명 커다란 위안이 되고 있다. 무의식으로부터 심상을 끌어내는 환각적 상태를 ‘편집광적 비판’이라고 부르며 자신만의 화풍을 심도 깊이 발전시킨 달리는 연극 무대와 실내장식 및 설계, 보석 및 의상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가장 현실적으로 그려낸 초현실적이고 몽환적인 달리의 작품은 세기의 거장이 가진 독특한 시각이 들려주는 이야기이면서 꿈과 상상력을 맘껏 키울 수 있는 뭉그러진 꿈의 세계이다.

달리가 만들어낸 현실 너머의 꿈의 세계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었다. 태어나기 직전 사망한 형의 이름을 물려받은 아이, 형이 아닌 자신으로 존재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과장해야 했던 달리는 직접 초현실주의 영화도 제작했는 데, 비합리적인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16분짜리 흑백 영화 ‘안달루시아의 개’(1929)는 그동안 꿈을 다루던 흐릿하거나 혼란스럽거나, 아니면 화면을 흔들어 처리하던 방식을 깨뜨리는 시도였다.

최경자 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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