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9일, 치열했던 대선이 끝났다. 지속된 박빙의 승부는 결국 끝이 났다. 이제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의 미흡했던 점을 반성하고 혁신의 방향에 대해 치열한 고민과 토론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는 별개로 이번 대선 과정에서 얻은 것들 또한 적지 않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다문화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다문화인들의 희로애락과 대선 공약을 통해 어떻게 한국의 다문화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생한 의견을 듣기 위해 전국을 순회했다. 중국, 베트남 등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다문화인들과 그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도움을 주고 계시는 많은 분들께 현장감 넘치는 이야기를 듣고 함께 전해준 정책 제안들을 꼼꼼하게 취합했다.

간혹 일부 국민들은 이민 정책과 다문화 정책에 우려를 하고 있다. 그러나 혐오와 갈등을 방지하고 다양한 삶이 존중받는 포용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공감을 만드는 과정은 꼭 필요하다. 대선에서 후보의 공약은 국민과의 약속 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만큼 공약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무게감은 배가 된다.

전국순회를 통해 모은 정책제안을 기반으로 당과 선대위 다문화위원회·균형발전위원회·나를위한정책위원회가 함께한 정책협약식을 통해 6개 정책을 공약으로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협약서에는 이민자 컨트롤타워 설치, 건강보험 형평성 제고, 내·외국인 아동의 보육지원 차별 개선, 결혼이주 여성의 체류 및 귀화정책 개선과 가정폭력 피해자의 체류보장, 외국인 재난 안전망 도입, 이주아동의 보편적 출생 신고제 도입을 위한 노력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물론 협약에 포함된 정책과제 이외에도 많은 다문화 정책들이 산적해 있다. 하지만 당장 공약에 반영되지 않았더라도 앞으로 당과 국회와의 협력으로 여러 방법을 모색해 정책이 실현되도록 추진을 이뤄나갈 것이다. 또한 공약으로 남기지 않고 이번 정책협약에 대해 당 차원에서 꾸준히 챙겨나가겠다고 약속을 받았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 음식 중 비빔밥이 있다. 요즘 국내 외식 산업의 글로벌 진출로 비빔밥은 생각보다 외국인들에게 한결 친숙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비벼놓고 나면 모양은 다소 별로일지 모르나 각양각색의 재료들이 어우러져 뿜어내는 향기와 맛은 천하일품이다. 고추장을 통해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또한 고유의 맛을 잃지 않아 입안 가득 풍미를 선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다문화인들도 이러한 비빔밥 속 재료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종, 나라가 제각각 달라도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그릇 속에 한데 모여 특유한 문화만의 개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고유의 한국문화에 융화되어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전국에서 자신들의 가정과 삶을 일구며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다문화인들은 우리처럼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그릇을 모국과 같이 사랑하고 아끼며 어울려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가 더욱 나서서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는, 앞으로의 그들의 삶을 더욱 안정적으로 살아낼 수 있도록 더 나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또한 우리 사회의 다문화 구성원 유입을 통한 인구증가는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인구감소와 노동력 확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특히 농촌과 제조산업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다문화·이주민들은 이제 당당한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포용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들을 대등하게 바라보고 함께 나아가도록 해야 한다. 특히나 다양성을 기반으로 하여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다문화인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분명히 알 수 있다. 국내에 살고 있는 외국인에 대한 편견과 왜곡된 사실을 바로잡고 외국인 차별과 혐오의 조장을 없애나가야 한다.

너, 나, 우리. 일상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이 단어들은 어떠한 편견도 들어가 있지 않다. 우리도 다문화인들을 같은 눈으로 바라봐 주어야 한다. 다문화인들이 공동체 일원으로서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고영인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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