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5시께. 수원시 장안구 벽산아파트 단지내 주차장이 만석인 모습. 사진=황아현 기자
29일 오후 5시께. 수원시 장안구 벽산아파트 단지내 주차장이 만석인 모습. 사진=황아현 기자

"아파트 내·외벽 균열, 천장 꺼짐 현상, 지하실 누수, 협소한 주차장...건물 노후화로 생기는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수원특례시 장안구 조원동 벽산아파트에 거주하는 이정재(39)씨는 한숨을 쉬며 이같이 토로했다.

29일 오후 5시께 벽산아파트 단지. 한 눈에도 협소해보이는 주차장에는 차들이 빈 틈없이 가득 차 있었다. 일부 아파트 건물 외벽은 여기저기 금이 가 있었다.

지난 1989년 준공돼 올해로 34년된 이 아파트에는 현재 740세대가 거주 중이다.

주민 박모(48)씨는 "오래된 아파트다보니 지하 주차장도 없어 차들이 항상 빼곡하다"며 "주차장이 협소해 야간 시간에는 주민들이 교육청 주차장에 150여대, 수원북중학교에 80여대를 주차한다"고 했다.

조원동 벽산아파트 내부 균열 현상. 사진=독자 제공
조원동 벽산아파트 내부 균열 현상. 사진=독자 제공

이어 "이런 상황에서는 화재 또는 응급 상황 발생 시 구급차가 아파트 내부로 진입하기 어렵다"며 "주민들은 항상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이 아파트 한 주민은 심각한 허리통증으로 구급차를 불렀지만, 주차장 문제로 아파트 내부 진입이 어려워 구급차량까지 인근 주민들의 부축을 받고 이동한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정재 조원벽산재건축추진준비위원장은 "일부 세대에선 비가 올 경우 비가 새고, 이곳저곳서 누수현상도 다수 발생해 공사한 집들이 많다"며 "저희 집만 해도 천장이 2cm정도 꺼졌고 아파트 내외 균열현상을 비롯해 지하실 누수현상 등 건물 노후화에 따른 문제가 다수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벽산아파트 주민 70% 이상은 현재 재건축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의 바램은 언감생심일 뿐이다.

‘2030 수원시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원시 조원동 벽산아파트 세대 내 천장 가라앉음 현상. 사진=독자제공
수원시 조원동 벽산아파트 세대 내 천장 가라앉음 현상. 사진=독자제공

수원시에 따르면 공공주택(아파트) 재건축은 ‘2030 수원시 도시주거환경 기본계획’에 반영된 단지만이 재건축 대상이 될 수 있다.

10년 단위로 수립되는 이 기본계획은 완공 후 30년이 지난 아파트 단지 중 건물 노후화 등에 따라 재건축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단지가 대상이 된다.

하지만 벽산아파트는 이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다.

시는 이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지만 해당 아파트가 기본계획에 포함되지 않은만큼 현재로서는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보수하는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해당 아파트의 경우 계획에 포함돼 안전진단을 하더라도 현재는 그 기준이 높아 통과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며 "현재로선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노후된 곳을 보수하는 방법밖엔 없다"고 말했다.

황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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