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우체통’을 펴낸 문기홍 시인.
‘내 삶의 우체통’을 펴낸 문기홍 시인.

"백세인생의 후반으로 접어들어보니 모든 것이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제 고향인 화성의 풍경, 그 곳의 친구들, 살 맞대고 살던 일가 친척들의 모습이 아직도 선하지요. 이 모습을 함축된 글로 남겨놓고 싶었습니다."

지난 2월 첫 시집 ‘내 삶의 우체통’을 펴낸 문기홍 시인은 고향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어릴 때의 추억을 글로 기록해왔다. 내 삶의 우체통은 ▶제1부 인생과 낙엽 ▶제2부 너를 사랑하기에 ▶제3부 고맙소 ▶제4부 감자꽃 필 때 ▶제5부 여름의 그림 총 5부로 구성돼 있다.

자신을 ‘연주하는 시인’이라고 소개한 문 작가는 (사)한국문인협회 회원이자 문학신문 문인회 부회장, 한국낭송문예협회 이사를 맡고 있다. 지난 2019년 4월 문학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잘 익은 친구 보러가네’로 등단, 같은 해 대한민국 문학대축제에서 시 부문 ‘화성에 가면’, ‘향수’로 신인상을 수상했다. 또, 올 2월은 첫 시집 ‘내 삶의 우체통’ 발간과 우리나라 대표 문학지 한국문학인 봄 vol.58 봄호에 ‘멈추지 않는 시계’ 등재라는 겹경사가 찾아왔다.
 

"추억과 그리움, 그리고 까만 망토를 쓰고 태어나 하얀 머리가 돼 버린 인생의 긴 여정 이야기를 풀어 적어 시골에 있던 작은 우체국 앞 우체통에 넣어 받아보고 싶은 마음이었지요. 느림의 미학을 살려 ‘내 삶의 우체통’이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시집 발간은 그의 버킷리스트였다. 때문에 시집 곳곳 문 시인의 손길이 가득하다. 지게에 기댄 소년은 그의 어린 시절을 형상화했고, 말 풍선 속의 집은 어릴 때 살았던 고향집이다. ‘추억과 그리움 그리고 인생’을 주제로 고향과 가족, 어린 시절을 자신만의 시어로 표현했다. 문 시인은 "제 시집은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어렵지 않고, 정치적이지 않고, 편향적이지 않다. 동세대를 살아온 사람들과 공감 형성을 할 수 있는 책"이라고 말했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Empty Cry, Hardship 등 영어로 된 시가 눈을 사로잡는다 . 영시 창작도 즐겨 하냐는 질문에 문 시인은 "어릴 적에 푸시킨 등 외국 시를 많이 읽었다"며 "요즘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외국 친구들과 일상을 쉽게 나눌 수 있으니 함께 볼 수 있을까 해서 써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주하는 시인’이라는 별명답게 문 작가는 색소폰, 기타, 하모니카를 능숙하게 다룬다. 그리고 이 재능을 가지고 30년째 경기도 곳곳을 찾아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앞으로 시간 나면 건강이 닿는 데까지는 계속 할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공감 형성을 하는 좋은 글도 쓰고 연주도 하며 즐거운 인생소풍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 좋은 글로 많은 사람들과 교감하기 위해, 좋은 글을 남기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문 시인은 앞으로도 향토적인 시를 많이 쓰겠다고 말했다.

"첫 출간한 시집이 네이버 추천도서에도 선정이 되고, 짧은 기간에 큰 사랑을 받아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이제 시작된 문학의 길이 봄이 와 새싹이 나오고 꽃이 피는 화단처럼 만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겸손하게 꾸준하게 좋은 작가가 되도록 노력을 해야겠지요."

김유진기자


보이지 않아도,
내 눈에 가득 들어 있는 모습
들리지 않아도,
귓가에 맴도는 당당하고 환한 웃음소리
지금 내 곁에 없어도
느껴지는 숨소리는 내 마음을 흥분하게 하고

내 것이 아닌데도,
내 것인 양 당신 마음대로 내 마음에 들어와
나를 움직이게 하는데
이 세상이 나에게 준 또 하나의
소중한 선물입니다
그 선물은 나에게
강한 삶의 움직임을 주는 거센 파도입니다

나에게 큰 몸짓의 날개를 달아 주어
감사의 춤을 추게 합니다
감사하는 게 나의 삶입니다
오늘도,
큰 뜻이 펼쳐지는 세상의 장을 만드는
인생을 기록하면서 나를 칭찬합니다

문기홍, <삶의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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