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질문
이정동|민음사|264쪽


언제까지 칭찬에 취한 학생으로 머물 것인가? 이제는 질문을 던지고 룰을 정립해야하는 시간이 왔다.

축적의 시간이라는 키워드로 한국의 기술혁신 생태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며 도전적 시행착오를 축적할 방법을 모색해 온 서울대 공대 이정동 교수가 이번 신작 최초의 질문에서 던지는 화두는 혁신의 질문이다.

선진국이 출제한 문제를 잘 해결하는 문제 해결자 프레임에서 벗어나 질문을 제시할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

"진정한 혁신은 도전적인 질문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한국이 진정한 기술 선진국이 되려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상대적 기술의 틀을 넘어 스스로 ‘게임의 룰’을 제시하며 전세계의 새로운 기술로 나아가야한다.

이 절대적 기술의 단계에서는 어느 누구에게도 답이 없고 질문과 시행착오만 가득하다.

기술 선진국들도 길을 몰라 헤매는 경지는 앞선 이의 발자국이 보이지 않는 설원과 같다.

과거 한국의 산업과 기술은 선진국의 발자국이 뚜렷이 찍혀 있는 눈밭을 걸었다.

앞사람보다 덜 쉬고 더 악착같이, 더 빠르게 걷다 보니 어느 덧 그 발자국이 안보이는 지점에 이르렀다.

이제는 길을 찾기 위해 기술 선진국들이 앞이 아니라 옆에 나란히 섰다.

벤치마크가 없는 이 설원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은 보이는 발자국을 따를 방법과 달라야 한다.

아무도 하지 않는 최초의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기 위해 한 걸음 디뎌 지도를 업데이트하고 방향을 수정하면서 길을 만들어 가는 수 밖에 없다. 기술 선진국이 지난 200년 동안 착실히 다진 방법이다.

이제 모방이 아니라 창조, 추격이 아니라 개척을 통해 설원에 길을 만들어야 한다.

이정동 교수는 최초의 질문을 제기하고, 질문의 답을 찾아 작은 것부터 버전을 빠르게 높이는 스몰베팅, 최적의 답을 위해 외부의 지식과 시각을 도입하는 오픈네트워킹, 시행착오의 경험을 쌓아가는 축적 시스템, 매 단계 철저한 시행으로 그 길을 내는 설계도를 제시한다.

 

근로하는 자세
이태승|은행나무| 212쪽


웃어 넘길 수만은 없는 공무원의 슬픈 자조를 그려낸 신간이 나왔다.

이태승의 첫 소설집 ‘근로하는 자세’는 자신의 목소리를 갖지 못한, 관료주의에 신음하는 사람들의 ‘웃픈’ 사회생활에 대한 이야기다.

제도에 희생당하며 관성과 체념이 점철된 일상이 전부인 사람들. 소설은 그 반복되는 일상에서 발견되는, 여전히 반짝이는 삶의 감동과 의미를 블랙유머를 통해 말한다.

더불어 서류더미에 파묻혀 존재하는 사람들의 현재의 균열을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소설은 관료제의 조직논리에 짓눌린 인간관계의 아이러니와 조직이 부과한 책임과 의무에 몽땅 삶을 잃어버리는 순간들을 조망한다.

저자가 그려낸 웃픈 상황은 가벼운 잽과 묵직한 스트레이스로 날아와 우리를 성찰하게 만든다.

무의식적으로 관료주의 관행의 공범이 되어가고 있는 사람들의 슬픔을 코믹한 상황으로 풀어내고 스스로 그 범주에 속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들을 위로한다.

종국엔 관료주의적 생태에 과몰입돼 우리들이 놓쳐버린 망각하게 된 삶의 빛나고 경이로운 가치들을 상기시킨다.

안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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