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 사진=실학박물관
동의보감 사진=실학박물관

실학박물관은 지난 4일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인간의 지혜를 다루는 특별전 ‘인류세-기후변화의 시대’를 시작했다.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는 네덜란드 대기과학자로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파울 크뤼천이 2000년에 처음 제안한 용어로, ‘인류가 지구 기후와 생태계를 변화시켜 만들어진 새로운 지질시대’를 말한다. 인류세의 시작은 보통 1950년대 이후부터로 본다.

기후변동은 45억년 동안 끊임없이 이어져 왔으나 인류세 기후변화의 원인이 기존 기후변화와 다른 것은 인간의 과도한 화석연료 사용이라는 점이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표면온도가 1℃ 이상 상승한 속도와 지난 1만년 동안 4℃ 상승한 기후변화를 비교하면 25배 빠른 증가속도로 ‘거대한 가속(Great Acceleration)이라 부른다.

17세기 조선에 찾아온 소빙기로 두터운 솜옷 등 의복의 변화가 발생했다.사진은 이번 특별전에 전시된 ‘중치막’ 사진=실학박물관
17세기 조선에 찾아온 소빙기로 두터운 솜옷 등 의복의 변화가 발생했다.사진은 이번 특별전에 전시된 ‘중치막’ 사진=실학박물관

심지어 2030년까지 1.5℃ 이내로 온도상승을 막지 못하면 6번째 대멸종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하는 전문가도 있다.

‘인류세, 기후변화의 시대’는 우리나라 기후변화의 역사와 이상기후, 자연재해 등 기후변화에 대응한 선조의 지혜를 살펴보고 나아가

현재 기후 위기에 대해 조선시대 실학자들이 주장했던 자연친화적 사고를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전시는 1부 ‘하늘을 살피다’, 2부 ‘기후변화에 대처하다.’, 3부 ‘기후온난화와 기후행동’ 등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 ‘하늘을 살피다’에서는 기상과 기후, 삼국시대부터 운영된 기상관측기관, 조선 세종대 발명된 세계 최초의 강수량 측정기인 측우기와 세계 최고의 강수기록 등 기상관측 내용 등 기상에 대한 선조들의 관심과 고민을 살펴본다.

특히 경기관찰사가 정조에게 강우량을 보고했던 기록은 18세기 지방 측우기록 중 가장 오래된 기상자료로 국가 주도로 운영된 기상관측체계가 재해를 대비하고 농업생산량을 증가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2부 ‘기후변화에 대처하다’는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기후변화를 알아보고, 17-18세기 소빙기(小氷期)가 조선사회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다.

기후변화로 전쟁과 재해, 대기근이 지속되자, 춥고 배고픈 백성을 구제하고자 대동법이 시행됐고, 추운 날씨를 극복하고자 온돌의 설치가 급증하면서 땔감의 수요를 증가시켜 산림의 황폐화를 가져왔다.

전시 소개영상 사진=실학박물관
전시 소개영상 사진=실학박물관

솜옷을 입어 추위에 대비했으며, 전염병이 성행했던 모습을 문헌기록과 유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또 인간과 만물은 구분없이 자연과 공존한다는 실학자의 생태관은 지금의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관점임을 제시한다.

3부 ‘지구온난화와 기후행동’은 산업혁명 이후 지구의 기후변화와 미래 기후환경을 예측한다. 지구온난화가 초래한 기후변화를 과학적 근거로 제시하고 기후위기 극복과 지구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기후행동’ 실천방안을 소개한다.

정성희 실학박물관 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 선조들이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적응하려 했는지 살펴보고 인류가 맞닥뜨린 기후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관람객들과 고민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안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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