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생산한 농산품을 급식에 공급하겠다." "해양친환경에너지 산업특구를 조성하겠다." "90년대 조성된 도심을 조속하게 재건축·리모델링하겠다." "군사보호지역, 상수도 보호지역, 환경보호 등으로 중첩규제에 따른 보상을 하겠다."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 지방선거를 앞둔 양대 정당 광역자치단체 후보들의 공약이다. 전혀 다른 개별지역의 공약 같지만 모두 경기도에 대한 공약이다. 공약의 단편적인 부분만 열거해도 경기도 31개 시군의 다양한 성격을 대변한다. 지리와 환경이 다르듯 경기 31개 시군은 개별적으로 또 권역별로 그들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화성시 전곡항 마리나 일대 사진=화성도시공사
화성시 전곡항 마리나 일대 사진=화성도시공사

"경기도 31개 시군은 대한민국 축소판이라 볼 수 있을 정도로 극히 다른 성향을 가진 농촌, 접경지대, 메가시티 등이 어우러져 있다"(중부일보 3월 9일자 20면)는 강헌 경기문화재단 대표의 말과 같이 이들을 단 하나의 정책으로 묶어내기에는 무리가 있다.

‘경기도 문화예술 특화사업’은 31개의 다채로운 색깔을 지닌 경기도 각 시군들의 문화적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권역별, 장르별 브랜드를 구축하는 정책이다.

현대사회가 발전할수록 모든 도시가 동질화 되어가는 경향을 띄고 있는 가운데 지역사회의 고유성을 확립해 지속가능한 발전 동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경기도의 잠재된 역사·생태 문화적 자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기초지자체 단계를 넘어서는 권역별 문화권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소홍삼 의정부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은 경기도의 문화자원 특징으로 ▶서울과 경계인 지리적특성으로 가지는 경계성 문화의 실험적 정신, 비교적 풍부한 문화기반시설 ▶왕릉문화, 도자문화, 정조문화, 정약용-실학문화, 분단과 군사문화 등 정신적 가치 ▶한강과 한강의 지천, 임진강, 경기만 생태적 자원 등을 꼽는다.

그리고 그가 제시하는 지리적 3개 권역은 한강 생태문화도시 네트워크, DMZ 평화문화도시 네트워크, 경기만권역 네트워크 등이다.
 

두물머리 일대 사진=양평군
두물머리 일대 사진=양평군

◇한강 생태문화도시 네트워크=한강 생태문화도시 네트워크는 구리, 하남, 여주, 광주, 이천, 양평 등 한강 수계에 위치한 시군을 포함할 수 있다. 한강이 수도 서울의 상징으로만 인식되고 있지만 한강 상류와 하류는 경기도 지자체를 관통하고 있다. 특히 한강의 상류와 하류는 보물 같은 생태적 가치를 지니고 있어 한강에 인접한 지역들이 초 광역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역 활성화 문화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지원해야한다.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 사진=한국관광공사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 사진=한국관광공사

◇DMZ평화문화도시 네트워크=군사지역, 접경지역으로 대표될 수 있는 DMZ평화문화도시 네트워크는 파주, 연천, 포천, 동두천, 의정부 등 북부를 중심으로 기획해 볼 수 있다. 경기도 뿐 아니라 한반도의 미래를 위해, 통일시대를 위해, 평화의 가치를 위해 평화문화특별자차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남과 북의 중간지대로 남북 분단의 대치, 분단의 상징인 DMZ를 평화와 포용의 시대적 상징으로 승화하는 작업이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로 연결하는 평화문화거점도시로서의 경기북부 도시 간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다. 특히 파주, 의정부, 동두천 등 미군부대 및 미군 공여지를 활용한 문화 클러스터 구축(예술창작촌 조성 및 문화예술관광기술 융합클러스터 조성)과 DMZ생태관광, 아픈 역사를 교훈으로 이끌어내는 다크투어리즘을 관광자원으로 삼아 경기북부의 문화관광 특성화 사업으로 확대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안산시 일대 갯벌 사진=안산시청
안산시 일대 갯벌 사진=안산시청

◇경기만권역 네트워크=경기만권역 네트워크는 서해를 접한 시흥, 평택, 안산, 화성, 김포 등 해양문화를 공유하는 지역들의 연계방안이다. 해양문화공동체 구축을 위한 경기만의 역사적, 지리적, 문화적 복원 사업, 탄소중립과 기후위기의 시대에 생태환경의 복원과 미래세대를 위한 경기만 바다 살리기, 경기만의 생산과 문화공간 기능 복원, 에코뮤지엄 추진 등을 기획해 볼 수 있다. 또 경기만 지역에 전해져 내려오는 유무형의 문화역사자원 개발과 이를 활용한 관광 활성화 역시 노려볼 수 있다. 생태 지리적 자원뿐 아니라 1천년 동안 한반도의 중심지 역할을 해 온 경기도에 품어진 역사적 자산 또한 활용 가능성이 뛰어난 경기도의 자산이다.
 

두물머리 사진=한국관광공사
두물머리 사진=한국관광공사

◇경기도 정신문화, 역사문화자원의 세계화=역사자원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여러 겹으로 각인된 역사의 층과 유적이 그들의 독자성과 특수성을 반영해야 한다. 각 도시의 역사를 중요한 문화자원으로 엮어내고 활용해야 하는 것이 선결과제다. 이를 위해 각 지역의 고유한 역사, 사람, 공간 등의 문화자원을 경기도형 아카이브 디지털 센터로 구축해 아카이브의 콘텐츠로 스토리와 브랜드를 구성하는 것이 그 방안이 될 수 있다. 또 왕릉문화, 도자문화, 정조문화, 다산 정약용 등 실학문화, 분단과 군사문화 등 경기도의 여러 시군이 공유할 수 있는 문화 역시 권역별 네트워크와 같은 공동의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임진각 일대 사진=한국관광공사
임진각 일대 사진=한국관광공사

◇남북문화 교류 허브=남북간 문화교류 활성화는 점점 이질화 되는 남북한의 언어, 예술 등 문화양식의 격차를 줄이고 이념과 체제를 넘어선 한민족 고유의 정체성과 민족의 동질성 회복에 필요한 마지막 끈이자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남북문화 교류와 평화 아젠다 제시를 위해서는 접경지역의 주민들과 예술인들이 함께 평화의 씨앗을 키워나가는 국제평화포럼, 평화예술제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또 미군기지 및 군사시설 유휴 공간을 활용해 경기도 국제평화문화센터를 조성하는 한편 국제 평화 아젠다를 제시하는 국제적 기관 설립 역시 남북교류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으로 제시된다.

소홍삼 본부장은 "도내 개별 도시들은 생태적, 역사적 자원을 활용해 문화정책을 수립하고 있지만 그 파급력이 적은 것이 사실"이라며 "유사한 문화를 공유하는 복수의 도시가 연합으로 공동 사업을 개발하고 브랜드를 구축한다면 파급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도에서 개별적으로 진행되는 유사한 사업들 또는 새로운 공동의 사업을 진행할 때 각 시군의 연대를 돕고 지원한다면 중첩적인 지출은 줄어들고 개별 시군과 경기도의 부담도 n분의1이 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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