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두 달 전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회색소음’이라는 제하의 글을 썼다. 학창 시절 겪었던 수원 군공항 소음 피해에 관한 내용이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수원을 찾았다. 군공항 주변 지역 소음 피해 주민들을 만나기 위한 자리였다.

당시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군비행장 소음으로 아이들의 학습권이 침해 받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전 장소에 대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도 약속했다.

"새 정부를 맡게 될 사람으로서 군과 지방자치단체, 주민들 간 원만한 이전 장소를 찾겠다. 또 이전 장소에 대해서는 중앙정부가 대폭 지원해 수용할 수 있게 하겠다." 대통령의 약속이다.

그동안 수원 군공항 이전 문제를 ‘수원시 도시계획’ 정도로 취급하던 경기도의 태도도 달라졌다. 거대 양당 후보들이 수원 군공항 이전을 전제로 한 경기남부 통합국제공항 사업을 공약화하면서다.

지난달 26일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는 경기남부통합국제공항추진시민연대와의 간담회에서 전담 부서 신설을 약속했다.

사흘 뒤 경기도 항만물류과는 수원특례시 공항협력국에 ‘경기남부 통합국제공항 건설과 연계한 이전주변지역 지원계획 용역’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

지난 1일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 역시 수원 군공항과 성남 서울공항 동시 이전을 통한 ‘경기국제공항’ 추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번에는 이틀 뒤 경기도 군관협력담당관에서 수원시에 군공항 이전 추진 현황과 종전·이전부지 개발 구상안 등을 요청했다.

군공항 이전 문제를 사실상 터부시해왔던 화성 정치권의 여론도 달라졌다.

정명근 민주당 화성시장 후보는 지난 2월 중부일보와 인터뷰에서 "군공항 이전은 필요하지만 세부 방안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당내 경선 과정에서 정 후보와 연대를 이룬 배강욱 전 예비후보는 수원 군공항 유치를 통한 통합국제공항 조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었다.

구혁모 국민의힘 화성시장 후보는 수원 군공항 폐쇄에 먼저 방점을 뒀다. 화성 동부권역의 군공항 소음 피해는 더이상 지역 정서라는 이름으로 묵과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화성지역 여론 변화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서부권역 발전의 키(key)가 통합국제공항 유치에 달렸다는 판단도 뒤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군공항 종전부지 절반 규모인 2.7㎢를 매각하면 20조800억여 원의 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수원시는 종전부지 개발이익을 이전부지에 투자할 것을 약속한 바 있다. 20조 원은 화성시 올해 본예산 2조9천480억 원의 7배에 가까운 금액이다.

수원 정치권은 이제 구체적 방법론을 제시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앞서 당선인 신분의 윤석열 대통령의 수원 방문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김용남 국민의힘 수원시장 후보는 속도전을 꺼냈다. 현재 ‘예비’ 이전 후보지 상태인 화옹지구를 올해 안에 최종 이전지로 확정짓겠다는 구상이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 김은혜 경기도지사 후보와 공동정책 협약까지 맺었다.

이재준 민주당 수원시장 후보는 ‘경기남부 통합국제공항’ 명칭을 ‘화성국제공항’으로 변경하는 아젠다 셋팅에 나섰다. 화성시민들의 동의를 구하기 위한 확실한 베네핏을 약속한 셈이다. 종전 부지인 수원 세류동과 이전 부지인 화성 화옹지구 등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여기까지가 불과 두 달여새 벌어진 일들이다. 수원 군공항 이전 문제에 대한 담론은 확실히 달라졌다. 누가 경기도지사가 되더라도 이전 사업은 이제 경기도도 뒷짐만 지고 있을 수는 없게 됐다. 화성 화옹지구를 예비 이전 후보지로 선정한 후 사실상 방관자처럼 바라보던 국방부도 액션 플랜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약속이다. 그간 군공항 이전 문제를 놓고 평행선만 달리던 수원시와 화성시도 실질적인 협상 테이블을 펼칠 시기가 왔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앞으로 두 달 뒤에는 또 어떤 내용의 글을 쓸 수 있게 될지 기대해 본다.

황영민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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